[콩트IN고야]-늦깍이 공부

03/22 늦깍이 공부

최병석 | 기사입력 2025/03/22 [01:01]

[콩트IN고야]-늦깍이 공부

03/22 늦깍이 공부

최병석 | 입력 : 2025/03/22 [01:01]

  (이)동중씨는 늦깍이 학생이다.한창 공부해야 할 때에는 열심히 놀다가 문득 정신차려보니 돈을 확실하게 벌기 위해서는 제일 쉬운 게 공부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나 할까? 살짝 볼록했던 주머니가 홀쪽하게 살을 빼고 나니 다시 살을 붙이기가 어렵고 또 어려웠다. 이름하여 <인생살찌우기>는 살찐 다이어터가 이것저것 해보다가 다시 빠진 살을 복구하느라 애를 쓰는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쉽사리 살이 오를 것 같은데 아무리 우겨 넣어도 오를 살은 안보였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열심으로 함께 노닐던 친구들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는다.마음을 다잡고 어찌보면 제대로 된 괘도로 들어서기 위해 무진 애를 쓰다가 뒤늦게나마 공부라는 끈을 붙잡았다.나이 먹어서 공부라는 걸 하려다보니 어른들의 말이 이해가 된다.

"공부는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무턱대고 공부에 전념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다.외워야 할 문장들도 머리 속에 집어넣는 것은 쉬운데 막상 시험때가 되면 어디 숨었는지 꽁꽁 숨어 나타나질 않는다. 젊고 싱싱했던 머리가 쉽게 처리했을 상황이 나이가 들었다고 두배 세배의 노력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다른 젊은 동급생들과 경쟁하려면 밤을 새워 공부하기 일쑤였다.

  강의가 끝이 나면 동중씨는 바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가올 시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식사는 패스하고 강의에 전념하다가 점심식사는 학식으로 해결,저녁식사는 학교내부의 편의점에서 간편식으로 때우기를 벌써 일주일째다. 코앞으로 다가온 시험때문에 늦깍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달리다보니 정작 시험날 아침부터 시험지보다 코피를 먼저 보게 되었다. 시험지 위에 자리할 글자들의 색깔은 분명 검은색 일테고 동중씨는 그 검은색 암호를 하얗게 풀어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 전에 선홍색 훼방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해야만 했다.

  동중씨는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문제를 풀어낼 환희의 하얀색이 막막함의 대명사로 나타난 것이다. 욕실의 세면대 앞에 섰다.서둘러 이어지는 코피를 씻어내며 막막함을 걷어냈다. 이제 길을 나서야만 한다.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영락없이 지각이다.시험 첫 날부터 지각이라면 곤란하다.

여태껏 물고 늘어졌던 참고서적과 예상문제집을 배낭 속에 때려넣고 후다닥 집 문을 나섰다. 전철앱의 알람신호가 요란하다. 이러다 기껏 달래놓은 코피가 다시금 고개를 내밀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암튼 냅다 달렸다. 기를 쓰고 전철역 안으로 입성을 완료했다. 갑자기 전철이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승객여러분께서는..."

동중씨가 죽기살기로 뛰었다. 겨우 탑승을 뫈료했다.그런데 아직 전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그것이 있었다. 바로 동중씨의 가방이었다. 문이 닫히기 일보직전에 그의 가방을 연결해주는 끈이 하필 닫히는 문 사이에 낑겨버린 것이다. 동중씨는 닫혀버린 출입문곁을 떠날 수가 없게 되었다. 출입문에 붙잡힌 가방을 부여잡고 쏟아지는 시선들에게 쪽팔림의 땀으로 응수하고 있는 중이고 그에게 이런 위안이 생겨났다.

'그래 조금만 참자.다음 역에가면 문이 열릴테니...'

그런데 문이 안 열린다.다음역에도 그 다음역에도 속절없이 열리지 않고 지나치는 열차가 야속했다. 급기야 동중씨는 내려야 할 역의 출입문도 가방을 붙잡고 있는 문의 반대편이라는 사실을 떠 올리고야 말았다.성이 이가요 이름이 동중씨 <이동중>씨가 시험을 위한 자리에 있어야 할 시간에

이름처럼 이동중에 있게 될 처지가 되었다.

 

▲ 이런 경우 참으로 난감하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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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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