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IN고야]-빨간 내복

04/05 빨간 내복

최병석 | 기사입력 2025/04/05 [01:01]

[콩트IN고야]-빨간 내복

04/05 빨간 내복

최병석 | 입력 : 2025/04/05 [01:01]

 (황)당해씨는 대학졸업후 첫 취업에 성공하고 아직 채 3년이 안되었다. 요즘 하도 취업하기 어려운데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보수도 그럭저럭 괜찮고 복지도 나름 나쁘지 않아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사실 첫 취업에 성공하기까지는 숱한 이력서를 제출하고 또 제출했었다.그러다 <취포자>로 명함을 만들 위기에 봉착했는데 평소 자주 찾아뵙던 교수님께서 다리를 놔 줘서 지금의 자리로 오게 된 것이다.일단의 <취포자>신세는 면했다.남들 다 부러워 할만한 내노라하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취업에 성공해서 직장인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만큼은 되었다.

  그런데 당해씨는 이과출신이다. 전공과 굳이 연결점이 없는 회사는 아니긴 했지만 그렇다고 전공을 적용해서 일을 하거나 배웠던 것들을 끄집어 내서 또다른 감흥을 느끼거나 그러질 못했다. 입사한 지 2년이 넘었고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일하고 친해지지는 못하고 있는 이유였다. 그러자니 자꾸만 한눈을 팔게 된다. 주변에 선배들은 줄곧 이렇게 말하며 격려해 주기는 한다.

"야,지금 완전한 빙하기야! 꼼짝말고 자리를 지켜야 해"

이불 밖이 아닌 회사 밖은 지금 최악이다.웬만한 자영업자들도 걸핏하면 무너지고 쓰러지고 문을 닫고있다. 당해씨의 고민이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정답도 함께 깜깜해지는 그런 이야기들. 당해씨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다.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당해씨가 솟아 오르는 봄의 나른함을 달래느라 편의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빼어들고 벤치에 앉았다. 밍밍한 커피의 살짝 쓴 맛이 몸 안으로 기어들자

가뜩이나 나른했던 봄의 정령이 졸음으로 변신해서 눈가를 두들긴다.사실 평소대로라면 커피맛은 피곤함을 일깨우는 깜짝 해결사였는데 오늘은 웬지 맥을 못춘다. 당해씨는 이래서는 안된다며 벤치를 떨구고 벌떡 일어섰다.<띵동>갑자기 핸펀에서 울리는 알람신호를 붙잡았다. 구직앱에서 모집공고를 캐치했으니 언능 들어가 보라는 신호였다.요즘 자꾸만 엿보는 기회가 당해씨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기에 그 마음을 알고 신호를 준 것이다.

  모처럼 전공에 부합하는 모집공고였다.근무조건이나 급여조건 모두 나쁘지 않았다.게다가 출퇴근 거리도 집에서 멀지 않았다.당해씨의 구미를 당겼다.지원해 보기로 하였다.숨죽이고 기다린 지 2주만에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면접심사를 위한 방문일정안내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2주후 최종합격통보를 받았다. 선배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전했고 이제 이직을 눈 앞에 뒀다. 여태 함께 했던 회사와 동료들 그리고 상사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동안 잘 보듬어 주셨기에 버텼습니다.감사했습니다 "

"그래 어딜 가든지 굿럭!"

   밤 늦게까지 이어졌던 송별식의 여파로 눈을 떠보니 다음 날 오전11시다. 물론 지각의 염려는 없다. 이제 낼모레면 새로운 직장에서 새 기분을 만끽할 차례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

  과음을 해소하기위해 해장이라도 챙겨먹으려고 일어나 움직거리던 당해씨의 핸드폰이 요란한 진동으로 존재감을 알린다.

"여보세요? 네 그런데요.아 네 뭐라구요?아니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요? 이게 말이 됩니까? 이건 횡포 아닙니까?"

  갑자기 회사의 대표가 재정난을 이유로 채용취소를 지시했기에 어쩔수가 없고 죄송하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시라는 전화였다.

  큰일이다.송별식까지 다 마쳤는데...이를 우얄꼬?

어머님께 드릴 빨간내복도 다 사놓았는데...

성이 황가요 이름이 당해씨 <황당해>씨는 지금 너무나도 황당해 멘탈붕괴에 도달해 버렸다.

▲ 이거 어무이 주려고 샀거든요...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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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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