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인 고야]-버킷리스트

4/26 버킷리스트

최병석 | 기사입력 2025/04/26 [01:01]

[콩트인 고야]-버킷리스트

4/26 버킷리스트

최병석 | 입력 : 2025/04/26 [01:01]

(표)시선씨는 오랜기간 묵혀왔던 버킷리스트중 하나를 지워버리기로 하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수영배우기였다.물을 엄청 좋아했으나 좋다고 대들면 숨막힘으로 대답하던지 맥주병이 좋은지를 물어보기 때문에 ,가깝게 다가서기가 힘이 들었던 수영이었다.그랬었기에 시선씨에게 결국 반드시 넘어서야 할 산이 되어버린 수영배우기였다.그 좋은 물에서 텀벙거리며 친해지고 싶은데 그러자면 으례히 염소 가득한 물을 두려움 섞인 공포와 함께 버무려 마셔야만 했었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결심했던 '과제의 실행'을 위해 집근처의 실내수영장을 찾았다. 두렵지만 함께 어울리고 싶은 물들이 푸른 색 가두리 안에 앉아서 시선씨에게 손짓을 해댄다.

'그래 기다려다오! 내 곧 찾아 오리라'

시선씨가 접수대에 가서 입회절차를 마치고는 수영장 입구에 서서 셀카사진을 기념으로 남겼다. 

'아직은 옷을 입은 채로의 사진이지만 내 조만간 수영복 차림의 건장한 모습으로 다시 서서 기념사진을 남기리라' 흐뭇해하는 그에게 다가서는 사람이 있었다. 레슨을 담당할 미모의 여성코치였다.

"호호 안녕하세요? 신입회원 이신가봐요?"

"아,네 호옥시 코치님 이실까요?"

사실 시선씨가 찾아온 이 수영장은 <출중한 미모의 여성코치>때문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긴 하였다.이 코치는 미모도 미모지만 수영도 쉽고 편하게 잘 가르쳐준다는 입소문이 파다해서 특히나 수영을 배우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초미의 관심사 였다. 이제 시선씨는 관심사를 관통했다.온전히 <수영배우기>의 한 복판에 우뚝섰다.버킷리스트중 하나가 지워지고 있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시선씨의 관심이 하루의 온전한 시간을 어떻게 쪼개고 나아갈 지에 쏠렸다.혹자는 그랬다.이런 류의 결심에는 하도 거짓이 많은지라 <작심삼일도 지나보면 습관이 된다>고 하였다.수시로 날마다 수영에 대한 생각을 각인시키며 옅어지는 실행력의 농도를 후라이 팬 위에 올려진 부침개를 뒤집듯 단숨에 뒤집고 또 뒤집으며 일년을 버텨냈다.

  그의 버킷리스트 항목중 이제 <수영배우기>는 지워도 되었다.정확히 이 항목을 지우는 날을 기념하여 고딩친구들을 만나 조촐한 술자리를 마련했다.

"아그덜아!이 몸이 말야 <수영배우기>항목을 드디어 지운다"

"그러니 함께 기뻐해주고 축하해주라,오늘은 내가 쏜다"

친구들도 덩달아 좋아한다.그도 그럴것이 해마다 휴가 때면 바닷가에 가자고 그렇게 졸라대도 자기는 맥주병이라 별 재미가 없고 오히려 민폐만 끼칠 뿐이다 한사코 거절만 일삼던 시선씨였기 때문이었다.

"자,우리 말 나온 김에 이 겨울 다 가기 전에 실내 수영장이 딸린 풀빌라 하나 빌려 놀러 갈까?"

  시선씨의 제안은 급물살을 탔다.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 자리에서 검색을 완료하고 예약까지 끝내 버렸다.

"그럼 다음 주 토요일 오전에 니가 차를 몰고 한 바퀴 돌아라"

 

  약속한 그 날이다.모처럼 수영팬츠차림의 사내 다섯이 뭉쳤다.날씨는 약간 스산한데 수영장 물은 따뜻하다.시선씨는 친구들의 시선을 한데 모으며 자유형,평형,배영,접영등의 다양한 수영법을 구사해본다. 친구들은 난리다. 사실 친구들은 시골에서 어릴 때 배운 개구리헤엄이나 개헤엄정도의 수영법인지라 시선씨의 다양한 수영법이 신기하기만 하였다.어깨가 두어템포 올라가 으쓱하던 그의 눈에 포착된 요물이 있었다.바로 다이빙대였다.제법 깊어보이는 곳위에 떡하니 자리한 다이빙대가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 <위험,다이빙금지>라는 표지판도 있다.그러나 그 표지판의 문구는 눈에 띄는 즉시 삭제되고 말았다.그 문구는 <수영을 못하는 자>에 국한되었을 것이라는 오만과 편견의 결론이었을 터였다.

  시선씨가 거들먹거리며 큰 호흡을 삼켰다.그리고 다이빙! 멋드러지게 첨벙소리와 함께 적은 물튀김을 자랑하며 입수완료.철퍼덕!어깻죽지로 느껴지는 온수의 저항에 직면한 시선씨가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수영장의 바닥을 입술로 핥아대고 말았다.무언가 짭짤한 맛이 뇌리를 스쳤다.물 밖으로 나왔다.

 

"어라? 시선아! 너 입에서 피가 나"

 

아직 시선씨의 수영법은 완전치가 않았나보다. 성이 표가요 이름이 시선씨 <표시선>씨가 오만함에 가려진 표시선을 못읽고 물에 뛰어 들다가 귀하디 귀한 앞이빨 두개를 부러트렸다.

 

<앞니빠진 시선씨 우물가에 가지마라 붕어새끼 놀린다>ㅋㅋ

 

▲ 당신의 버킷리스트에는 어떤 항목이 기록되어 있을까요?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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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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