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인 고야]-비오는 날 오후

5/10 비오는 날 오후

최병석 | 기사입력 2025/05/10 [01:01]

[콩트인 고야]-비오는 날 오후

5/10 비오는 날 오후

최병석 | 입력 : 2025/05/10 [01:01]

(심)하군씨의 회사는 살짝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회사가 그리 크지 않다보니 생산성측면에서 따져보면 그럴 법도 한 이야기라서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면 그럭저럭 다닐만 한 회사였다.

회사는 그야말로 작아서 인원이라고 해봐야 예닐곱명 정도밖에 되질 않았다. 소위 말해서 가정집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 달리 말하자면 일당백들이 모여있는 알찬회사라고 봐도 무방했다. 영업과 생산과 자재,그리고 경리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확실하게 제 임무를 감당하는데 그야말로 끝내주는 팀웍을 자랑한다. 서로를 바라보지만 또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서로를 지켜보지만 또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이보다 더한 끈끈함이 있으랴? 요즘은 <자영업의 무덤시대>라고들 한다. 적은 인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낸다면 무덤에서 일어나 활기차게 솟아 오르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닌 터. 그런 이유로 하군씨의 일터는 늘 웃음과 생동감이 널려있다. 

  하군씨의 일터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경리과의 최여사님께서 재빠른 손놀림으로 김치전이나 부추전을 부쳐대는 게 일상사였다. 직원들은 빗소리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기름 튀는 소리를 입으로 우물거리며 행복을 지껄이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최여사님께서 마감업무로 은행에 다녀오신다고 자리에 없다. 직원들은 아쉽기만 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자,자 짬뽕이나 짜장 주문 받습니다"

하군씨가 불현듯 들이닥치는 얼큰한 짬뽕생각을 모두에게 내밀고 있다. 알다시피 회사가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보니 점심식사를 해결하려면 차를 타고 나가거나 배달음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그 배달음식도 다른 곳은 별 문제도 되지않는 <플랫폼 시스템>은 지워야만 한다. 오직 자체배달 가능한 중국집 하나! 그거밖에 선택지가 없다.

"여보세요! 여기 짬뽕 셋,짜장 둘에 탕슉 대자 하나요"

하군씨가 목이 마른다.얼큰하게 침샘을 자극하던 짬뽕냄새가 뇌리에서 아른거린다.시선은 자꾸 회사의 출입문을 궁금해하는데 오늘따라 흔해빠졌던 오토바이 소리는 모습을 감췄는지 그림자도 없다. 전화를 걸었다.

"점심시간 다 지났는데 왜 안와요?"

"아이고 죄송해요! 비가 와서 주문이 밀려가지고...금방 출발했응께 쫌만 기다려주세요"

통화후 다시 기다리기를 30분이 지났다.직원들이 뿔이 났다.

"아이구..뱃속에서 아우성인디 언제 오는겨?"

괜시리 빗소리의 유혹에 가세한 짬뽕생각이 쩔쩔매며 땀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아니,대체 아직도 안 오는 이유가 뭡니까?"

안 오는 음식소식에 대고 욕이라도 해줘야 분이 풀릴 것 같아 잔뜩 허파에 바람을 집어넣은 채 스타트를 끊으려는 참이었다.

"저기 정말 죄송한데요,오늘은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셔야..."

날벼락이다.쏟아져 나오려던 욕지거리가 흐물거리며 주저앉는다. 음식을 담은 철가방을 내리는 빗속에 버려둔 채로 수금한 돈을 갖고 튀었단다.배달원이.오토바이와 함께.

이를 워째쓰까나?

 

성이 심가요 이름이 하군,<심하군>씨가 부침개를 대신하여 얼큰한 짬뽕국물에 마음을 두었다가 쫄쫄이 굶주린 <비오는 날의 오후>를 맞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 비오는 날에 김치전과 짬뽕?  © 최병석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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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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