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풍경, 가을 오는 아람목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5/10/04 [08:04]

林森의 招待詩 - 풍경, 가을 오는 아람목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5/10/04 [08:04]

  © 림삼

 

** 림삼의 초대시 **

 

풍경, 가을 오는 아람목 -

 

녹빛파도 일렁이던 들밭머리

듬성듬성 갈색점 찍으며

조석으로만 은근슬쩍

소슬바람 데불고온 구름무리에

계면쩍은 듯 싱거운 얼굴로

가을, 미소 보내온다

 

헤설픈 울음 흘리곤

짐짓 추억에 젖어든 척

먼 데 산 바라보는 누렁이눈망울에

겨우겨우 작달막한 똬리 틀며

사연 숨기운 실개천 여울에서

가을, 실핏줄 두드린다

 

툇마루 뒷켠 슬금 스며들어

사립문짝 그늘로 장만한 응달

어눌하게 꽃잠 든 손주녀석

벗어제낀 고무신 한 짝

차고 넘치도록 들어차는 폼새

가을, 쪽볕 뿌려댄다

 

여름내내 질끈 타오르다

기운 죄 소진된 서녘하늘 언저리

겨우 남겨진 한 오리 정념

반죽하여 스산스레 빚더니만,

 

한소끔 쥐오줌비 훑어 뿌리며

내 품으로 달려든다

한움큼 손바닥볕 흩어 펼치며

내 앞으로 다가선다

 

영락없이 가을은 풍경 주렁 매달고

글썽이며 허덕이며 그리 질러오더니

눈물도 채 닦지 않고선

내 손부터 덥썩 잡고만다

 

내 죄의 넓이 더는 자라지 말고

그냥 딱 요만큼만 죄 짓고 살라고

미처 자라나지 못한 볕살 풍경

아람목 구비에서 쭈뼛거리고 섰다

되레 나를 원망하는지

가을, 큰 눈 더 크게 뜨고

 

시의 창 -

 

언제부터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철 중에 책을 가까이 하기에 가장 적당한 계절임에는 분명타. 높푸른 하늘에 뭉게구름 한 점 떠있고, 솔솔 부는 바람에 몸도 마음도 맑아지고 밝아지는 이 계절이라면 넉넉한 영혼의 양식을 덧입히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필자야 하는 일도 그렇고, 천성적으로 책을 좋아하기에 계절을 막론하고 끊임 없이 독서를 하는 편이지만, 현대인들은 사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짬을 내어 책을 대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노릇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런 계절만이라도 작심하고 몇 권의 책을 읽는 것을 습관으로 한다면, 예컨대 삶의 노하우를 하나 더 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워낙 대중매체가 발달하여 신간 서적에 관한 정보도 넘쳐나고,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추천을 받는 책들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어렵잖게 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다시 강조하지만 올 가을에는 반드시 몇 권이라도 독서 생활을 목표로 하여, 책임을 완수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를 강력히 권장한다.

 

올 가을을 이름다운 영혼이 살찌는 독서로 시작한다면 이어지는 가을 내내의 삶은 그만큼 값지고 유익할 게다. 우리는 언제나 쉬지 않고 배우고 익히며 연단을 생활화하여,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면서 세상을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여행을 좋아하는 한 젊은이가 있었다. 젊은이는 강의 흐름을 표시한 정밀한 지도 한 장을 구했다. 이미 그 강의 탐색을 마친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지도였다.

 

그는 지도를 꼼꼼히 살피면서 자신만만하게 강을 따라 내려갔다. 그런데 하룻길 쯤 지나서 강의 흐름이 지도와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지도만 의지해 온 젊은이는 몹시 당황했고 어찌할 바를 몰라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젊은이는 오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갑자기 갖고 있던 지도를 강에 내던졌다. 지도에 의지하던 일을 버리고 스스로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젊은이는 새롭게 지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지도를 의지하여 따라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지도를 만들며 가는 인생길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이미 주어진 답안은 많은 선구자들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진 것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엑기스라고나 할까? 상식이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분모로 작용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것이 꼭 나의 것일 이유는 없다 생각한다.

 

모든 것에는 경우라는 것이 있고, 경우란 그만큼 다양한 답을 요구한다.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다져진 길은 편편하고 안정적이긴 하나 골짜기와 계곡의 비경은 기대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이미 주어진 답에서는 창의성과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해답을 찾아낸다는 것, 어쩌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젊다면, 스스로 젊다고 생각한다면,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와인의 한 방울은 행복의 한 방울이라고 한다. 와인은 마지막 한 방울이 가장 달콤하기 때문이다. 가장 달콤한 행복의 한 방울을 와인잔에 따르는 데 서둘러서는 안 된다. 병을 거꾸로 세워서 느긋하게 기다리지 않으면 행복의 한 방울은 나오지 않는다. 또한 마지막 한 방울이 남아 있는데도 다음 와인병을 따는 사람은 행복의 한 방울을 맛볼 수 없다. 나의 생애에서 와인병을 버리기 전에 행복의 한 방울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도록 해봐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손으로 만질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고한 댓가가 반드시 지금 내게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어쩌면 아주 오랜 뒤에 전혀 다른 형태로 내게로 환원되어 질 지도 모른다. 아니, 언젠가는 반드시 환원이 되어질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삶의 순리인 것이다. 오늘 하루도, 언젠가 먼 훗날에 내게 얻어질 소중한 재산의 축적이라 생각하고, 힘을 내서 일상에 임하는 하루 하루가 되어야겠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마주보고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실패할 수 있지만, 승리할 수도 있다. 그러니 한 번 끝까지 해보자. 근심거리로 가득 차 있을 때, 희망조차 소용없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나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다른 이들도 모두 겪은 일일 뿐임을 기억하자. 어쩔 수 없이 실패하게 된다면, 넘어지면서도 싸워야 한다. 무슨 일을 해도 포기하지 말자. 마지막까지 눈을 똑바로 뜨고 머리를 쳐들고 한 번 끝까지 해보자. 바로 그것이 가장 우선적인 삶의 자세다.

 

마음을 혼란시키는 내적 갈등의 대부분은 인생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과, 지금과는 다른 식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인생이 항상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러한 경우는 무척 드문 게 현실이다. 인생이 어떠해야 한다고 미리 결정하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것을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기회와는 점점 멀어진다. 게다가 위대한 깨달음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현실의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조차 가로막는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불평이나 배우자의 반대 의견에 부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마음을 열고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들이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일상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마음을 여는 법을 터득한 사람에게는 자신을 괴롭혔던 많은 문제들이 더 이상 골치 아픈 존재가 아닌 것이다. 마음의 눈이 더욱 깊고 투명해진다. 인생은 전투가 될 수도, 혹은 자신이 공 노릇을 하는 탁구 시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순간에 충실하고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만족한다면 따뜻하고 평화로운 감정이 찾아들기 시작할 것이다.

 

보여지는 그 자제 그대로, 아무런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것만큼 진실된 것은 없는 것 같다. 애써 잘 보이려고 꾸미다 보면 도리어 낙심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기기도 한다.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조금 어설프면 어떤가? 있는 그대로 마음으로 전할 수 있다면 그게 진실된 것이 아닐까? 진실한 것 만큼 열린 마음은 더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많은 치장은 상대에게 거부감을 더할 뿐 마음을 열지 못할 것이니까 말이다.

 

목하 가을이 활짝 열렸다. 아니, 하마 가을이 지천이다. 이미 먼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그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들국화 무리들이 아침 등산길에 오롯이 피어나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오솔길로 이어지는 아람목 (아람드리 열매가 많이 열리는 나무들의 길목)에 서서 문득 가을의 풍경을 본다. 그리고 가을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사랑하는 이야기, 서로 어울려 인연을 엮어가는 긴 이야기들이 올 가을에도 벌써 주저리주저리 다발로 쌓여가고 있는 계절의 한 가운데다.

 

 

 

  © 림삼



 

스트라이커 25/10/04 [15:05] 수정 삭제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지도를 의지하여 따라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지도를 만들며 가는 인생길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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