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아픈 계절이라면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5/11/01 [08:01]

林森의 招待詩 - 아픈 계절이라면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5/11/01 [08:01]

  © 림삼

 

** 림삼의 초대시 **

 

- 아픈 계절이라면 -

 

계절 바뀌는 마음의 페이지엔

잎새 부대끼는 바람으로

긴 사연을 적어보자

 

바삭이는 목소리 끝으로

이내 떨구어 구르는 그 잎새

실핏줄 매디인 양

성글게 계절 빚으면

 

저 머언 어딘가에다

추억 송두리째 내동댕이치고

내밀해진 사연마다

아릿한 통증만 살아나

 

세월처럼 더 멀어진 그대

하냥 그리움으로 오는 걸

 

우지끈 쿵쾅 떠그르르 쏴아아....

 

나무 통곡하는 옆에서

덩달아 목쉬도록 울음 울며

숲그늘 어귀에서

단절된 사연으로 길 떠난 그대

 

잎새엔 바람내음 솔솔 풍겨

오늘도 빈 가슴만 헤집는

아픈 계절이라면

 

- 시의 창 -

 

뭐 하나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하마 11월이다. 이럴 수가 있을까? 정녕 이토록 허무하고 허탈할 수도 있는 겐가? 지난 연말부터 불어닥친 내란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광풍이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계속 정치권의 이슈로 이어지면서 미해결 상황인 채로 복잡하게 엮어지더니, 오히려 이즈막에 와서는 제대로 된 수사의 종결이나 매듭을 짓기는 커녕 국정감사 등과 맞물려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 국민들을 분노케 한 많은 사건사고 중에서도 이런 건 없었다. 눈을 씻고 역사를 되짚어 봐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동안 쌓아온 인간의 모든 존엄성과 양심들을 모조리 물거품으로 돌리고, 오늘 현재도 이 극악한 대치는 이어지고 있다. 참 딱한 노릇이다.

 

그러니 어쩌랴. 이제 두달 남은 올 해에 모든 문제와 반목 상황들이 다 마무리가 될 리는 없고, 이미 예정된 혼란과 파괴의 나날이 이어질 뿐이라면, 밝아올 새 해에는 정녕 진정한 희망과 회생의 날들로 장식되기를 염원할 뿐이다.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옛 말도 있고, ‘쥐 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힘들고 버거운 날을 인내하고 견디면 필경 좋은 날, 웃을 날이 돌아오리라. 그리 믿고, 어차피 주어진 오늘이 우리에게 시련으로 점철된 아픈 계절이라면 일단 그걸 인정하고, 이 고통을 참으며 이겨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승리는 보복이나 짓밟음이 아니라 관용과 화해에서 비롯된다는 걸 명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로 손 잡고 미래로, 꿈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지금은 그렇게 승리자와 패배자의 편가르기 보다는 우리라는 단합된 공동체 의식으로 이 나라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두어야 할 시기가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외세의 압박과 요구가 나날이 극심해지고 있는 불안한 시기에 우리끼리의 분란은 이 쯤에서 얼른 매듭을 짓는 것이 상책이라고 여긴다.

 

이런 때일수록 개인적으로도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면서 이웃과의 관계를 잘 살펴볼 일이다. 살면서 무의식 중에 드러내었던 많은 실수와 민폐들을 모두 잘 기억하면서 스스로 각오와 다짐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오동나무는 천 년을 묵어도 그 속에 노래를 지니고 있고, 매화는 평생 추위와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으며, 달빛은 천 번 이즈러져도 원래 모양은 남아 있고, 버드나무 줄기는 백 번 찢어내도 또 새로운 가지가 난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도 누구나 그 사람만이 지니고 있는 마음씨가 있다. 없으면서도 남을 도우려고 하는 사람, 자기도 바쁘지만 순서를 양보하는 사람, 어떠한 어려움도 꿋꿋하게 이겨 내는 사람, 어려울 때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사람,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주려는 사람, 나의 허물을 감싸주고 나의 미흡한 점을 고운 눈길로 봐주는 사람, 자기의 몸을 태워 빛을 밝히는 촛불과도 같이 상대를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 인연을 깨뜨리지 않는 사람, 삶을 진실하게 함께 하는 사람,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촛불을 켜지 않아도, 넉넉한 마음과 진한 과일향이 풍기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할 수 있는 한, 가슴 아파 하지 말고 나누며 살다 가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리니 믿으면서 이웃과 나누며 살다 가자. 누구를 미워하지도, 누구를 원망도 하지 말자.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도, 적게 가졌다고 불행한 것도 아닌 세상살이, 재물 부자이면 걱정이 한 짐이요, 마음 부자이면 행복이 한 짐인 것을,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은 마음 닦는 것과 복 지은 것 뿐이라는 성현의 말을 기억하자.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갈 날도 많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감사하며 살아갈 날도 그리 많지 않은데,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어영부영 허송세월로 보내면 되겠는가? 가슴 아파하며 살지 말자. 버리고 비우면 또 채워지는 것이 있으니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너그럽게 살다 가자. 그리고 웃는 연습을 생활화 하도록 해보자.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약. 웃음이야말로 노인을 즐겁게 하고 젊어지게 만든다는 것도 잊지 말자.

 

또한 가능하면 화를 내지 말자.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자는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그리고, 시간 내서 자주 기도를 하자.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며 사랑을 하자. 소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부드러운 대화와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그러고 보니 필자도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년이나 걸렸다.

 

아울러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자.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자. 인생은 어차피 홀로 서기, 함께 있되 혼자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것도, 미래에 대한 갈망도 부질없는 것이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물질 욕망에 대한 집착과 소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은 허심(虛心)’, 바로 빈 마음이다. 비움이 있어야 자유롭다. 삶의 고통, 기쁨, 슬픔, 즐거움, 모두 순리대로 오고 가게 하자. 들풀처럼 바람 부는대로 자신의 운명을 맡기자. 그래야 자유로운 영혼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불가 용어에 시절인연(時節因緣)’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무진장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이나 일, 물건과의 만남도, 또한 깨달음과의 만남도 그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혹은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손에 넣을 수 없는 법이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갖고 싶지 않아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 밖에 없다. 헤어짐도 마찬가지다. 헤어지는 것은 인연이 딱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품 안에, 내 손 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재물 때문에 속상해 하거나 인간 관계 때문에 섭섭해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래도 기왕지사 한 번 맺은 인연이라면 김 매고 물 주어 좋은 인연으로 가꾸며 살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지낸 것처럼 주춤하는 사이에 쏜 살같이 지나갈 두달이다. 엉절거리고 주저앉아 후회나 비탄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다. 비단 아픈 계절이라 하더라도 상처나 흔적에 얽매어 신음할 여유 따위는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날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오늘부터 이어질 올 해의 남은 하루 하루들이 바로 우리 남은 삶 전체를 좌우할 근원이며 주춧돌이라는 걸 명심하자. 그리고 이 날들이 바로 우리 삶의 행복과 기쁨을 선물할 씨앗이라는 것도...

 

 

  © 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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