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공동묘지 터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6/01/24 [08:05]

林森의 招待詩 - 공동묘지 터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6/01/24 [08:05]

 

 

** 림삼의 초대시 **

 

- 공동묘지 터 -

 

안즉도 아기무덤 즐비한 공동묘지 터,

 

갖가지 짐승뼈들 하얗게 바래지거나

검은 깃털 덮힌 날짐승 살덩이들 악취 풍기며

질척한 흙으로 썩어가던

후미진 그 산속,

 

정신병원은 게 다가 새록이 꿈 심으며

터전 마련했다더라

 

그래서 종사원이 자꾸 죽어나간다 하던가?

어쨌거나,

 

날 밝아오면서 묘지 가로 겨울비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이 먹장구름 습기에 휘어감기며

한 겨울 한기 머금은 스산한 빗발

스물스물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스스스-

빗발이 병원 지붕 촉촉이 적시고 있다

이렇게 아침 세우에 젖고 있다

겨울은 바로 곁에까지 와 있으되

아주 찬 기운 느껴지지는 않는다

 

공용 스피커에서는

유행가 가락 구성지게 터져나온다

너무나 너무나 슬픈 가사이다

제목은 나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심사 울적한 판에

구성없이 간지게 흘러나와 처연히 뒤울리는 맛

무척이나 사위스럽다

 

새날 새밤 새날 새밤

회한은 반복된다, 되감은 테이프마냥

 

음침한 빗소리와 서늘한 빛기운 속

동상인 양 굳어있던 나는

달팽이처럼 움직이며 아침 시작한다

공동묘지의 새로운 또 하루를....

 

- 시의 창 -

 

한동안 필자가 신세를 졌던 곳을 기억하면서 쓴 시다. 배경만으로도 금세 알 수 있듯이 결코 정상적인 사람들이 머무는 곳은 아니다. 나름 굴곡진 삶의 매듭에서 풀어내지 못한 회한을 통째로 뭉뚱그리며, 세월을 죽이던 그곳에서 필자는 정말 많은 사연들을 접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무수한 이유들을 들어주고 고백하면서 그들과 교류하다가 필자가 발견한 것은 결국 누구나 매달리는 공통분모, 삶의 애착이었다.

 

그래서, 되돌아 나온 이 세상의 페이지에서도 역시 그늘은 짙게 존재의 이유를 들먹이고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다시 퇴폐적인 분위기에 적응한 필자의 어줍잖은 철학은 숱한 거짓이야기들을 지어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필자의 실체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허무한 그림자만 난무했다. 그 그림자들을 모아 모아서 필자의 시는 피로서 쓰여졌다. 그러면서 차츰 차츰 필자의 아픔도 슬픔도 세월 속에 녹아들었다. 지금 필자는 퍽이나 다행스럽게도 행복이라는 가면을 쓰고, 그렇게 요란한 꿈의 노래를 부르면서 오늘을 달린다.

 

거기 도무지 내일은 없었다. 어차피 생명은 의미도 없었다. 기억이나 생각 따위는 애초 창조되지 않았다. 그저 막연한 숨소리만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서있었다. 그러니 거기서 기쁨을 찾는다는 건, 어떤 즐거움을 기대한다는 건 그야말로 꼴값이었다. 오직 주어진 원초적 몸부림에만 충실하게 임하면서 하루씩 죽여나가면 그 뿐, 더 이상은 필요도 조건도 아니었다.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죽어가다가 종내는 지옥에서 탈출한 필자는 이제 웃으면서 그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삶의 미학이다. 달착지근한 맛을 내는...

 

어느새 1월의 하순이다. 이젠 2월의 문이 바투 서서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새 달에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나려나? 어떤 예기치 않던 사건 사고들이 줄을 이어 우리를 습격하려나? 어떻게 각색되고 편집된 기상천외한 사태들이 우리를 놀라게 하려나? 지레 겁을 먹고 새 달을 째려본다. 더 이상은 놀라지도 경악하지도 않으리라. 이제는 어떤 자극이나 도전에도 과감하게 맞서리라. 지금부터는 도리어 선제공격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리라. 스스로 세워놓은 방책에 흐뭇해 하면서 극악한 미소를 머금는다. 결국에는 그러다가 또 제일 먼저 화들짝 놀라고 말테지만 말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세상사에 휘돌리다가 저 구석으로 허접쓰레기 모양 처박힐 바에는 얼른 조금 남은 이성 줄 다잡아 작은 아지트라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조심스레 다가서는 한 겨울의 기운 소중하게 주워 모아 담은 주머니 괴춤에 매달고, 슬며시 다가올 계절의 찬가라도 한 자락 불러제끼리라. 그러다 보면 넌지시 주어지는 복락의 작은 조각이라도 얻어걸릴 지 뉘 알랴? 그리고 어차피 그런 행복을 좇아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게 삶이고 일상인 것을.

 

행복한 삶을 파는 가게가 어디에선가 문을 열었다. 돈으로 진정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이 그 가게에 몰려들었다. 돈 많은 한 청년이 그 가게를 찾아가 오랜 시간 동안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겨우 가게로 들어갔다. 1층에서는 현명한 아내와 소박하지만 건강하게 천수를 누리는 삶이 있었다. 2층에는 아름답고 성실한 아내와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과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이 있었다. 위 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욕심에 청년은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는 아름답고 성실한 아내와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과 부유한 가정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이 있었다. 4층에는 완벽한 가족과 함께 부와 명성을 모두 누리는 건강한 삶이 있었다. 하지만 청년은 1층부터 4층까지의 행복한 삶은 쳐다보지도 않고 마지막 층인 5층으로 무작정 올라갔다. 당연히 그곳에는 더 크고 더 화려한 행복한 삶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5층에는 커다란 표지판이 하나 놓여 있었고, 표지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행복을 파는 가게에 오신 손님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5층까지 올라오실 정도인 손님의 욕망을 충족시켜드릴 행복한 삶은 저희 가게에서는 준비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손님은 저희 가게에서 어떤 것도 구매하실 수 없다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나가시는 문은 이쪽입니다.” 행복한 삶을 파는 이 가게는 곧 망할 것이다. 무조건 5층까지 올라가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현실이 척박하고 어려워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자 노력한다. 행복을 파는 가게에는 처음부터 발도 들여놓지 않고 지금 주어진 환경에 만족할 것이다. 행복은 다른 곳에서 사 오거나 만들 수 없다. 마음 안의 만족 속에서만 항상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현재와 관련되어 있다.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재물과 성공적인 삶을 살아도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하고 어려운 삶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풍족한 혜택으로 편안하게 살면서도 불행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 행복한가 그렇지 못한가는 결국 우리들 자신에게 달려있다. 일상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이 삶의 궁극적인 큰 행복과 상통한다는 작은 깨달음이 정작 필요할 때다. 그것을 상실한 사람은 종국에 스스로 지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환자로 살아가다가 황량한 공동묘지에 몸을 누이게 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새롭게 시작될 2월에도 우리는 겨울이라는 명제를 계속 가슴에 담는다. 앞으로도 한참을 북풍한설에 지치고 시달리게 될 몸과 마음의 우환들이지만 언젠가 불어올 청량하고 상큼한 봄바람에 실어 보낼 수 있을테니, 산뜻한 몸가짐으로 다시 태어날 산뜻한 생각으로 달래줄 때다. 비록 지난 날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진실과 정의로움으로, 스스로 묘지에 몸을 가둔 바 되었었지만 이제는 새로운 마음으로 거듭날 때다. 목하 겨울의 기운이 온 천지를 물들이고 서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내일은 소망과 꿈으로 물들여가야겠다.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행동으로 우리의 내일을 열어가야겠다. 그런 다짐으로 이 겨울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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