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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리시 철인동, 골목 끝에 녹이 슬어 반쯤 열린 파란 대문이 있었다. 마치 오래된 입처럼, 기억을 삼키고 토해내는 입구. 영만이가 그 문을 밀고 들어간 것은 열아홉, 아직 세상의 냄새를 다 맡기 전이었다. 문 안은 어둡고 눅눅했다. 낡은 형광등이 깜빡이며 천장을 비추고, 벽에는 오래된 담배 연기와 싸구려 향수 냄새가 엉겨 붙어 있었다. 작은 탁자 위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과 낡은 잡지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던 여자가 그를 바라보았다. 여자의 눈꼬리는 쳐졌고, 몇 가닥의 흰 머리는 양쪽 귀를 타고 내려와 목덜미에 흩어져 있었다. 몇 번의 동작이 끝나자 여자가 물었다. 영만이의 목소리는 작게 떨렸다. “미성년은 아니네!” 여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비죽 웃었다. “학생이냐?” “네” “집에서 용돈을 많이 받나 봐!” “알바해요”
“알바?” “네. 태권도장에서 일해요” “무슨 일?” “이것저것, 관장이 시키는 데로요”
2. 여자는 영만이를 보더니, 오래된 습관처럼 말했다. 말은 농담 같았지만, 영만이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어떤 갈망을 느꼈다.‘인생’이라는 단어가 영만이의 머릿속을 스쳤다. 아직 무거운 단어였지만, 어쩐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손에 쥔 듯한 기분이었다. 여자는 담배를 빨더니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영만이의 심장은 여자의 말에 뛰었고, 손가락 끝은 아직도 차가웠다. 영만이는 자신에게 속삭였다.‘내가 지금 문을 제대로 연 것일까? 대답은 없었지만, 질문은 영만이를 앞으로 밀어붙였다.
3. 여자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입을 열었다. “나도 아들 하나가 있었어. 오래전에 떠났지.” 여자의 말을 듣고 영만이는 이상하게도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떠나고 남는 것이 그리움이라는 걸, 이 방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담담했다. 영만이는 조심스레 물었다. 여자가 덤덤히 말했다. 여자의 말은 뜻밖이었지만, 영만이의 가슴에 불씨처럼 전해졌다.
4. 영만이는 노트에 끄적이던 문장들을 떠올렸다. 철인동 골목의 냄새, 파란 대문의 녹, 껌 씹는 소리, 그리고 자신의 첫 격파. 그 모든 것을 기록하면, 어떤 날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문득 용기가 솟았다. 영만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여자는 영만이의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으로 허공을 툭툭 건드렸다. “그래, 네 배를 만들면 가끔 돌아와라.” 영만이는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달빛 아래에서 공책을 꺼내 몇 문장을 적었다. 그것들은 영만이의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분명히 달라질 것 같았다.
5. 며칠이 흐른 뒤, 영만이는 다시 철인동 골목 끝에 섰다. 비가 갠 후라 골목길은 흙냄새와 젖은 먼지의 향이 뒤섞여 있었다. 파란 대문은 여전히 반쯤 열려 있었고, 오래된 경첩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녹이 슨 자국은 지난번보다 깊게 느껴졌고, 철문 틈 사이로는 축축한 공기가 여전히 흘러나왔다. 영만이는숨을 고르며 대문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뛰고 손끝이 저렸다. 두려움과 설렘이 한데 얽혀, 마치 작은 배가 폭풍 속으로 항해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또 왔구나.” 영만이를 보자 여자가 말했다. 기다렸다는 듯한 태연함이 묻어 있었다. 영만이는천천히 안으로 발을 들였다. 방안은 여전히 오래된 분위기를 풍겼다. 형광등이 깜빡이며 벽지를 희미하게 비췄고, 곳곳 갈라진 곳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말없이 드러냈다. 낡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먼지와 연기 속에서 희미하게 흩어졌다. 오래된 탁자 위에는 잡지 ‘선데이 서울’이 일요일처럼 웃고 빈 소주병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방구석에는 작은 의자 하나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 “올 줄 알았다.”
영만이는자신도 모르게 숨을 골랐다.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했다. 동시에 여자의 말이 가슴 속 깊이 파고들며 미묘한 희열을 남겼다. 그녀는 고물 라디오를 켰다. 잡음이 섞인 트로트가 중간중간 끊기며 방안을 채웠다. 여자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성냥을 켰다. 불빛에 비친 얼굴은 잠시 붉게 빛났다 사라졌다. “글을 쓴다고 했지?” 늙은 여자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에 영만이는놀랐다. 그동안 영만이는 글을 잘 써야 하고, 남에게 인정받아야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자의 말은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근데… 글로 먹고살 수 있을까요?” 여자의 말은 영만이의 마음을 깊게 파고들었다. 아버지는 늘‘남 따라가야 밥 벌어먹는다’고 했지만, 지금 이 여자는 정반대의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학교는 잘 다니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만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자의 말은 자유의 다른 이름 같았다. “어머니…” 창밖에서 지나가는 아이들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좁은 골목 위로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들었다. “네가 내 친아들이라면 좋겠다.” 그날 밤, 영만이는 집에 돌아와 공책을 꺼냈다.‘오늘 두 번째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파란 대문 너머에서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 아들이 되고 싶었다. 어머니의 손길은 담배 연기처럼 허공을 감아올리면서도 내 마음속 깊이 오래 남았다.’
6.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영만이는다시 철인동 골목에 섰다. 골목길은 비가 갠 뒤
라 떨어진 낙엽이 발끝에서 바스락거렸다. 파란 대문은 여전히 반쯤 열려 있었다. 영만이는숨을 고르며 파란 대문을 바라보았다. 방문을 밀고 들어서자 여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글은 계속 쓰고 있냐?” 여자는 껌을 씹으며 물었다. “네, 조금씩… 적고 있어요. 잘 안 되네요. 뭔가 부족한 것 같아요. 느낌은 있는데, 글로 옮기면 어색해지고…”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게 자연스러운 거야. 느낌을 글로 옮긴다는 건 마치 바다에 배를 띄우는 것과 같거든. 서두르지 마. 하루아침에 완벽한 글은 나올 수 없어. 하나씩, 조금씩, 물결처럼 다가오게 내버려 둬라. 그러면 어느 순간 네 배가 안정적으로 항해를 시작할 것이다.” 영만이는고개를 끄덕였다. 여자의 말은 태권도에서 기와를 격파할 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글도, 감정도, 조급함이 아니라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가 사진첩을 꺼냈다. 먼지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이건 내 옛날 사진이야. 너 같은 나이 때의 나, 그리고, 이 사진은… 내 아들!” 영만이는사진을 살폈다. 사진첩에서 웃고 있는 여자의 눈빛은 지금과 달랐다. 아픔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 그때도 지금처럼 사람들을 기다리셨어요?” “그럼, 언제나 기다렸지. 그때는 기다림이 늘 외로움과 함께였어. 그래서 너 같은 아이가 오면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곤 했지.” 영만이는울컥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글로… 그때의 감정들을 적고 싶어요. 숨기고 싶은 아픔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그게 바로 네 배야. 네 마음을 싣는 배. 글로 만든 작은 배가 되어, 세상이라는 바다로 나아가게 하지.” 여자의 말은 영만이의 가슴을 울렸다. 펜을 들고 글을 쓰는 일, 그 자체가 모험이자 도전임을 느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영만이는시선을 돌려 방안을 둘러봤다. 오래된 책들과 낡은 가구, 연기 자욱한 공기까지, 모든 것이 글로 적을 가치가 있음을 깨달았다. “오늘은 네가 느낀 것을 말로 해보는 건 어떨까?” “말로요?” “응. 글로 쓰기 전에 먼저 입으로, 목소리로 느껴보는 거야. 말하면 생각이 정리되고, 글도 더 풍부해지지.” 영만이는천천히 입을 열었다. 철인동 골목을 걸으며 느낀 습기, 파란 대문 앞에서 느낀 설렘, 여자와 나눈 짧은 대화들… 말이 이어질수록 영만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여자는 껌을 뱉어 종이에 싸면서 영만이를 바라보았다. “좋아. 그 감정들을 글로 옮겨보는 거야. 그게 네 배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지.” 영만이는가슴이 벅차올랐다. 자신이 마침내 글로 세상에 나아갈 작은 배를 만들고 있음을 느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영만이는글을 적기 시작했다.‘오늘 나는 글로 내 마음을 배에 싣는 법을 배웠다. 느낀 것을 말하고, 생각하고, 다시 적는 것. 그것이 내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문장 몇 줄을 적을 때마다 글자는 바다 위에서 돛을 올린 배처럼,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었다. 영만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다시 파란 대문 앞으로 갈 날을 기다렸다. 그날 밤, 공기의 습기, 담배 연기의 잔향, 방 안 탁자 위의 작은 먼지 알갱이까지, 노트에 담았다. 글을 담는 동안 심장이 뛰었고, 손끝은 떨렸지만, 그 떨림조차 돛대에 바람을 채우는 힘처럼 느껴졌다.
영만이는마음속으로 다짐했다.‘나는 배를 띄울 것이다. 글이라는 돛으로, 내 마음이라는 노를 저어 세상이라는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어머니가 내 곁에 있음을 기억하며, 나는 매일 조금씩 더 단단해질 것이다.’
7. 영만이는 강의실 책상 위에 고개를 묻고 있었다. 창밖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칠판에 글씨들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은 명구가 팔꿈치로 슬쩍 찔렀다. “야, 어제도 또 알바했냐?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 영만이는 대답 대신 피식 웃었다. 입술에 맴도는 말은 따로 있었지만 눌러 삼켰다.‘알바’라고 말하는 게 편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파란 대문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마음은 멍하게 흘러갔다. 집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여전히 화난 표정으로 TV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했지만, 대화는 없었다. 밥상 앞에 앉아도 영만이가 입을 열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너도 이젠 정신 차려야지. 취직은 그냥 되는 게 아니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 “네” 영만이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맨날 네 소리뿐이냐?. 태권도에 미치더니 이제 글을 쓴다고?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아버지의 말은 돌보다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다. 영만이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가슴 안쪽이 옥죄이는 기분이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방으로 들어와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글은 나오지 않았다. 글 대신 떠오르는 것은 여자의 낮은 목소리였다.‘남이 시키는 대로만 사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창문 너머로 보이는 골목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파란 대문, 삐걱대던 경첩 소리, 담배 연기 속에서 들리던 여자의 웃음소리까지…. 영만이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밤길을 걸었다. 철인동 골목은 여전히 어둡고 조용했다. 문틈 사이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빛이 있었다. 영만이는 잠시 망설였지만, 손을 뻗어 대문을 밀었다. 삐걱거림과 함께 문은 열렸다. “또 왔네.” 여자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가 방안을 채웠다. 그녀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대신 잔에 술을 따르고 있었다. “학교는 잘 다녀왔어?” “네… 강의를 들어도 잘 모르겠어요.”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아직 네 배가 출발한 게 아니거든.” 여자는 술잔을 들었다. 흔들리는 액체에 빛이 비쳤다. “내가 네 나이 때는 매일 바다만 바라봤어. 집은 답답했고, 학교는 지옥 같았지. 그런데 이상하지, 그때 본 바다는 아직도 내 눈에 남아 있거든!” “그래요?” 영만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 바다에 배를 띄우진 못했어. 겁이 났거든. 돈도, 용기도, 없었으니까.” 영만이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얼굴에는 세월이 새겨놓은 깊은 주름이 있었다. 동시에 청춘의 그림자도 남아 있었다. “영만아.” “네.” “네 글 속에 네 바다가 있어야 해. 남들이 말하는 답을 따라가면 결국 같은 항구에서 멈추게 되지. 너는 네 바다를 찾아야 해.” 순간, 영만이의 목이 메었다. 학교에서, 집에서 들었던 말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방 안의 공기, 오래된 커튼, 라디오 잡음, 여자의 주름진 손등… 모든 것이 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자가 웃으며 물었다. “무슨 생각 하니?” “방 안의 냄새랑, 지금 보이는 것들….” 여자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담배도 술잔도 손에 잡히지 않는 듯,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네가 내 친아들이라면, 난 이렇게 늙지 않았을지도 몰라.” 영만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방 안의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를 냈다. 창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바람결에 스쳐 갔다. 영만이는 깨달았다. 이곳은 단순히 술과 담배 냄새가 가득한 방이 아니었다. 자신이 아직 모르는 삶의 또 다른 바다였다.
8. 영만이는 그날 이후로 컴퓨터를 자주 열었다. 강의실에서 타이핑을 할 때면 곁눈질하는 친구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또 낙서하냐?” 라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강의 시간에 어떤 교수는 영만이를 보고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영만 군은 강의에 집중 않고, 무슨 컴퓨터만 들여다보는가?” 영만이는 마우스를 꼭 쥐었다. 쉬는 시간에 친구 기철이가 귓속말을 했다. “야, 너 요즘 이상해! 알바 한다더니?” 영만이는 아무 대답도 못 했다. 자신이 파란 대문에서 본 것들을 말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상황은 더 답답했다. 아버지는 여전히 태권도장 일을 하라고 했다. “운동은 몸에 남는다. 근육이 있어야지. 글 같은 건 허공에 먹이는 주먹 감자 같은 거야.” 영만이는 대답 대신 식탁 의자를 뒤로 뺐다. 어머니는 말없이 밥을 내놓았다. 식탁 위 공기는 무겁기만 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조차 영만이는 낯선 방문객처럼 느껴졌다. 밤이 되자 마음이 더는 견디지 못할 만큼 불안해졌다. 영만이는 무작정 철인동 골목을 향해 걸었다. 골목길은 어두웠고, 비가 오락가락 흩뿌렸다. 파란 대문은 여전히 반쯤 열린 채 서 있었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공기가 이상하게 따뜻했다. “왔구나.” 여자는 탁자 위에 펼쳐둔 잡지‘썬데이’를 덮으며 말했다. 방안은 담배 연기 대신 약간의 약 냄새가 감돌았다. 여자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있었고, 얼굴빛이 조금 창백했다. “어디, 안 좋으세요?” “응. 조금…” 여자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영만이는 여자의 맞은편에 앉았다. 여자는 영만이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학교에서는 잘 지내니?” “아니요. 다들 제가 이상하대요. 글 같은 거 쓴다고 놀리고, 교수님도 비웃어요.” 여자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들 자기가 본 것만 믿으려 하지. 하지만 세상은 보이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단다. 너는 그걸 보고 있으니까 다르다고 하는 거야.” “근데… 두렵기도 해요. 혼자인 것 같아서.” “혼자인 게 당연해. 배를 띄우는 사람은 언제나 혼자야.” 여자의 말은 영만이의 가슴을 두드렸다.‘혼자인 게 당연하다. 배를 띄우는 건 혼자 하는 일이다.’생각하자, 마음이 조금 단단해지는 듯했다. 여자는 영만이를 바라보다가 전에 보여줬던 사진첩을 내밀었다. “이 사진, 기억하니? ” 사진 속에는 젊은 여자의 모습이 있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채 바닷가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옆에는 또래의 청년이 있었다. “이 남자는?” 영만이가 묻자 “네 아버지 또래쯤 되는 남자야. 한때는 내 세상이었지.” 여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얘는 내 아들. 네 나이보다 조금 어렸을 때지.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결국… 떠났어.” 영만이는 사진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로 간 거예요?” “멀리. 아주 멀리. 내가 그때 잡지 못했거든.” 여자가 사진을 쓸어내렸다. 손등에 떠오른 푸른 핏줄이 선명했다.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영만이는 사진첩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저는… 어머니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여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순간, 주름진 얼굴이 환하게 빛나는 듯 보였다. “고맙다. 하지만 약속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돼. 다만 네 글 속에서 나를 기억해주면 된다.” 창밖에서 비가 굵어지며 창문을 두드렸다. 빗소리 속에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만이는 방 안의 모든 것— 낡은 커튼, 젖은 공기, 여자의 떨리는 손끝—을 마음속에 새기듯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모두 글이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영만이는 불 꺼진 방 안에서 컴퓨터를 켰다. 자판 위에서 손가락이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나는 오늘 또다시 배를 띄웠다. 빗속에서도, 세상 모두가 비웃어도, 내 배는 분명히 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 배를 기다려 주었다.’타이핑 소리 방안을 채웠다. 그것은 빗방울과 어우러져 또 다른 리듬이 되었다. 영만이는 처음으로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9. 요즘 영만이는 강의 시간에 교수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파란 대문 너머에서 들었던 여자의 말이 계속 마음속을 두드렸다.‘배를 띄우는 사람은 언제나 혼자다.’그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자신에게 남겨진 운명 같은 문장이었다. 이상하게도 문장은 자꾸 끊어졌다.‘배를 띄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을수록, 혼란스러웠다. 영만이는 다시 철인동 골목으로 향했다. 비가 그친 밤거리에는 습기가 가득했다. 안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영만이가 조심스럽게 들어서자 방 안에서는 낮은 기침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얼굴은 전보다 훨씬 창백했다. “편찮으세요?” 영만이가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 “기운이 좀 없어. 괜찮아질 거야.” 여자는 입술은 파르르 떨었다. “저는… 글을 쓰려고 하면 자꾸 교수님과 친구들 얼굴이 떠올라요. 그들은 저를 비웃거든요. 그런데 어머니가 말한‘배를 띄우는 사람’을 생각하면 힘이 나요.”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영만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중요한 거야. 세상 사람 모두가 등을 돌려도, 네가 스스로를 믿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웃음거리가 되는 게 두렵다 해도, 그 두려움을 딛고 나가야 해.”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여자는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왔다. 낡아 군데군데 금이 간 상자였다. 여자는 손끝을 떨며 상자를 열고 낯익은 사진첩과 편지 한 뭉치를 꺼내 영만이 앞에 놓았다. “이건 내 지난날이야. 네가 글을 쓰겠다면, 이 이야기부터 적어 보렴. 내가 말하지 못한 것들을 대신 써줄 수 있겠니?” 사진들은 지난번에 본 것들이었다. 새삼스러웠다. 사진 속에는 여자의 젊은 시절이 있었다. 바다를 등 뒤로 활짝 웃는 얼굴, 또 다른 사진에는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도 있었다. 옆에는 눈빛이 선한 청년도 보였다. 하지만 몇 장을 더 넘기자 풍경은 어두워졌다. 남자가 등을 돌리고 떠나는 장면이었다. 쓸쓸한 뒷모습은 아이러니하다고 느꼈다. 전에 아들이라고 말했던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아기는 잘살겠지요?” 영만이는 조심스레 물었다. 여자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방 안에 눅눅한 바람이 스며들며 커튼이 흔들렸다. 마침내 여자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를 따라간다고, 나를 두고 떠났어. 나는 그때 잡을 힘도, 용기도 없었거든.” 여자의 대답에 영만이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진 속 아기의 얼굴은 희미했다. 하지만 웃음은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 어딘가에서 본 듯한 친근함이 깃들어 있었다. 영만이는 핸드폰 메모장을 열고 급히 적었다.‘떠난다는 건 단순히 발걸음을 옮기는 게 아니다. 남겨진 사람의 세상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이다.’여자는 그 문장을 보더니 눈가를 붉혔다. “네 글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야. 내 마음을 비치는 거울 같아. 그래서 너는 내 거울이야.” 벽시계의 촛침은 여전했다. 여자는 기침을 몇 차례 하더니 몸을 벽에 기대고 앉았다. “네 꿈은 뭐니?” “저는…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근데 아직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의미는 글 속이나 삶 속에서 찾아가는 거야. 글을 쓰다 보면 네 안의 공백도 채워지고, 결국 너 자신도 알게 될 거다.” 영만이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글쓰기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자신과 그녀를 이어주는 다리라는 걸 깨달았다. 밖에서는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붕과 처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영만이는 그 소리를 들으며 다짐했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써내야 한다. 아무도 믿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기억하게 해야 한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영만이는 방에 불을 켜지 않은 채 책상 앞에 앉았다. 창밖 빗소리와 함께 자판 소리가 이어졌다. 내용은 서툴고 문장은 미완성이었지만, 영만이는 멈추지 않았다. 손끝이 저리고 눈이 충혈될 때까지 글을 써 내려갔다. 마지막 줄을 적고 나서야 펜을 내려놓았다.‘그녀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지만, 나는 글 속에서 그녀를 붙잡았다. 잊히는 대신 기록된다면, 사라짐은 완전한 끝이 되지 않는다.’문장을 읽는 순간, 영만이는 처음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느꼈다. 비웃음 속에서도, 조롱 속에서도, 자신과 여자를 잇는 길이 글 속에서 분명히 열리고 있었다.
10. 겨울은 성큼 다가왔다. 강의실 창밖으로 매서운 바람이 불고, 운동장에는 낙엽이 소용돌이쳤다. 친구들은 점심시간마다 체육관으로 몰려가 배구를 했지만, 영만이는 그 무리에 섞이지 않았다. 영만이는 강의실에 남아 컴퓨터를 열었다. 글자를 치는 순간만큼은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된 듯 마음이 고요해졌다. 하지만 교수들과 친구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게 느껴졌다. “야, 너 또 글 쓰냐? 작가 병 걸렸냐?” 기철이의 놀림은 웃음 반, 진심 반이었다. “시험 망치면 어쩔 거냐?” 또 다른 친구가 비아냥거렸다. 영만이는 화면만 바라봤다. 마음 한구석이 욱신거렸지만, 동시에 이상한 고집 같은 게 영만이를 버티게 했다.‘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계속 써야 한다.’다짐했다. 그날 저녁, 영만이는 또다시 철인동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길은 싸늘한 기운이 점령했다. 파란 대문은 마치 영만이를 기다렸다는 듯 반쯤 열려 있었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방안은 고요했다. 희미한 등불 아래 여자는 이불을 등에 대고 기대앉아 있었다. 얼굴은 전보다 창백했고, 숨소리도 가빠져 있었다. 이제는 기침 사이로 붉은 피를 뱉어냈다. 방 안에는 알 수 없는 쇠 비린내와 썩은 듯한 냄새가 가득했다. 그것은 괴사하며 흘러나오는 분비물이었다. 여자는 극심한 골반 통증에 몸을 웅크렸다. 통증은 점차 허리와 다리로 뻗어 내려가,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숨이 막힐 듯 아팠다. 여자는 애써 웃었다. 영만이는 여지가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붉게 천을 교체하는 모습을 보며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출혈은 멈추지 않았다. 여자의 손발은 차갑게 식어갔다. 여자는 소변을 보지 못해 괴로워했고, 배뇨 때마다 통증을 참아야 했다. 때로는 붉은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숨결은 점점 가빠졌고, 체중은 한 달 새 크게 줄어 뼈와 가죽만 남은 듯했다. “많이… 힘드신가 봐요.” 영만이가 걱정스레 묻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 하지만 이렇게 네가 와줘 견딜 수 있다.” 영만이는 가방에서 컴퓨터를 꺼냈다. “사진 이야기… 계속 만들어가고 있어요. 근데 자꾸 막히고, 또 제 얘기랑 섞여서 헷갈려요.” 여자는 힘겨운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그게 바로 글이야. 네 삶과 내 삶이 뒤섞여야 비로소 진짜 이야기가 된다. 기록은 사실만 적는 게 아니야. 마음을 담아야 해.” 여자는 편지 몇 장을 내밀었다. 노랗게 바랜 봉투에는 오래전 날짜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건 내가 젊었을 때 썼던 편지야. 전하지 못한 말들이 가득하지.” 영만이는 편지 하나를 펼쳤다. 잉크가 번져 글자가 희미했다. 그 속에는‘사랑한다’‘기다리겠다’‘돌아와 달라’같은 절박한 문장들이 있었다. 영만이는 편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문장 하나하나가 자신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왜… 보내지 않으셨어요?” 여자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두려웠거든. 거절당할까 봐, 또다시 버려질까 봐. 결국, 잡지 못했고, 그래서 다 잃었지.” 방안은 정적에 잠겼다. 영만이는 자판을 두드려 문장을 만들었다.‘사랑한다는 말은 때로 가장 큰 용기다. 침묵은 보호가 아니라, 결국 잃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여자는 화면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내 말을 대신 써주는구나. 그게 내가 너를 기다린 이유일지도 몰라.” 며칠 뒤 다시 찾은 방 안에서, 영만이는 전보다 핼쑥해진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기침은 길고 깊었다. 손등에는 검은 멍이 군데군데 번져 있었다. “병원에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여자는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언젠가는 말해야겠구나. 자궁암이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치료는 포 기했어.” 순간 영만이는 숨이 막혔다. 방 안 공기가 갑자기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치료를 받으셔야죠.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늦었단다.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더구나. 괜한 희망을 붙잡느니 차라리 지금처럼 조용히… 글 속에 남는 게 나아.” 영만이의 눈이 붉어졌다. 손이 떨렸지만, 영만이는 억지로 자판을 두드렸다.‘사람은 언제나 끝을 향해 가지만, 글은 그 끝에서 다시 시작된다.’ 여자는 영만이의 손을 바라보며 힘겹게 말했다. “너는 내 아들이지? 내가 사라진 뒤에도 나를 글로 살아 있게 해다오.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다.” 그날 밤, 영만이는 집으로 돌아와 노트를 꺼냈다. 눈물이 번져 글씨가 일그러졌지만, 영만이는 멈추지 않았다.‘어머니는 아프다. 그러나 어머니는 여전히 내게 세상을 건네준다. 나는 어머니를 잃지 않기 위해 쓴다.’ 펜 끝에서 흘러나오는 문장은 마치 파도처럼 영만이를 덮쳤다. 두려움과 상실의 예감이 몰려왔다. 동시에 모든 감정을 붙잡아 글로 새길 수 있다는 사실이 영만이를 버티게 했다. 창밖으로 새벽 눈발이 흩날렸다. 영만이는 창문을 열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다짐했다.‘나는 끝까지 쓸 것이다. 어머니가 남긴 말과 눈빛 그리고 이 겨울의 냄새까지 모두 내 글 속에 담을 것이다. 그 글이 곧 내 배가 되고, 언젠가 먼 바다로 배를 타고 나아가야 한다.’
11. 새벽 공기는 더욱 매서워졌다. 철인동 골목을 따라 걸어가는 영만이의 발걸음은 무겁고 더뎠다. 며칠 전 여자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마음이 한순간도 편치 않았다. 혹시라도 문을 열었을 때 어머니가 이 세상에 없다면 어떡하나? 두려움이 목을 조여 왔다. 파란 대문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은 더 희미했고, 방안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 문을 열자, 여자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숨소리는 얕고 가늘었다. 마치 바람결에 꺼질 듯 위태로웠다. “왔구나! 내 아들.” 여자는 힘겹게 눈을 뜨며 속삭였다. “오늘따라 참 늦는다고 생각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어.” 영만이는 이불을 고쳐 덮어주었다. 여자의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글을 썼어요. 어머니 말씀대로…, 이제 어머니 이야기와 제 이야기가 함께해요.” 영만이는 노트북 펼쳐 보여주었다. 그 속에 여자의 편지, 사진 속 장면, 그리고 여자가 털어놓은 아픔이 녹아 있었다. 여자는 화면을 따라가며 미소 지었다. “그래, 잘했어. 네가 이렇게 써주니… 내가 사라져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직은….” “아니야. 누구에게나 끝은 오기 마련이지. 내 끝에 네가 있어 주면 돼.” 순간 여자는 얼굴을 찡그렸다. 여자의 얼굴을 본 영만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여자는 오히려 담담하게 영만이를 바라봤다. “무섭니? 죽음이… 정말, 두려운 건, 아무도 내 이야기를 기억하지 않는 거야.” 영만이는 노트북에 여자의 말을 입력했다. 떨리는 손끝에서 글자가 삐져나왔지만, 영만이는 멈추지 않았다.‘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망각이다. 그러나 기록은 망각을 이길 수 있다.’여자는 글귀를 바라보며, 안도한 듯 속삭였다. “그래, 아들아. 기록은 망각을 이길 수 있다는 네 말이 맞아.” 여자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이번에는 한 줌 남은 힘을 모아 영만이의 손을 꼭 잡았다. “내가 끝내 하지 못한 말이 있다. 사실… 네가 내게 처음 와준 날, 나는 오래전 잃었던 아이를 떠올렸단다. 혹시 살아 있다면 너만 했을 텐데, 늘 마음 한켠에 남아있었지. 그래서 너를 볼 때마다 그 아이를 다시 만난 듯했어.” 영만이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울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저는 그 아이가 됐잖아요. 끝까지 어머니를 지킬게요.” 여자의 눈가에 눈물이 번졌다. “고맙다. 내 아들이 되어 주어서…. 이제는, 편히 갈 수 있겠다.” 그 말과 함께 어머니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방안은 고요 속에 잠겼다. 영만이는 한참 동안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마치 잠든 듯 평온해진 표정을 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밤새 영만이는 자리를 지켰다. 새벽녘, 창밖으로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흰 눈송이가 파란 대문 위로 내려앉는 광경은 마치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듯했다. 영만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문장을 가슴에 적었다.‘어머니는 떠났다. 그러나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를 글 속에 남겼고, 글은 나를 남겼다. 파란 대문 안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내 삶의 항해가 되었다.’ 영만이는 창문을 열었다. 눈발이 방 안으로 흩날려 들어왔다. 그러나 영만이의 눈빛은 더 이상 두려움에 젖어 있지 않았다. 영만이는 어머니에게 약속처럼 읊조렸다.‘이제 제 차례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어머니 이야기를 끝까지 쓰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 이야기를 이어갈 누군가에게 다시 건네겠습니다.’눈물과 눈발이 뒤섞인 새벽,‘글은 끝나지 않는다. 죽음이 삶을 멈추게 해도, 기록은 새로운 시작을 열어 준다.’영만이는 여자가 떠난 파란 대문에 화인火印으로 새겼다.
정성수 작가의 저서는 시집 30권, 시곡집 6권, 동시집 11권, 동시곡집 8권, 디카 동시집 1권,동화 2권, 실용서 3권, 산문집 6권, 논술서 5권, 익산시와 협업 작품집 8권, 특별 작품집 14권 등 94권이 있다.
수상으로는 세종문화상, 소월시문학대상, 윤동주문학상, 황금펜문학상, 한국예총문학상. 전라북도문화예술창 아르코문학창작기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콘텐츠 창작지원금, 익산시 효행스토리 도서제작 지원금5회 수혜 등 다수가 있다.
현재는 향촌문학회장, (사)미래다문화발전협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이사, 전라매일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전주에서‘건지산 아래 작은 방’을 운영하면서 집필을 하고 있다. <저작권자 ⓒ 강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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