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8-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48회-챕터15 <연독(鉛毒)> 제2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11/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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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8-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48회-챕터15 <연독(鉛毒)> 제2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11/30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8-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48회

챕터15 <연독(鉛毒)> 제2화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15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금비야, 누가 처음 발견한 것이냐? 어? 너냐?”

 

 

“흐흑……! 흐윽……!”

 

“오냐. 그래……. 금비야 네가 무척 놀랐겠구나. 아씨가 처음에 어찌 쓰러져 계셨더냐? 어떤 모습이었더냐?”

 

“쇤네도 자세한 정황은 잘 모르겠습니다요. 그날 집에 일찍 오시기로 하신 아씨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시지 않아서 주자소로 가보니 앞문은 안으로 잠겨있었습니다요. 아무리 외쳐도 인기척이 없어 뒤란으로 돌아가 환기구를 열고 안을 보니 아씨가 온몸에 피를 흘리고 바닥에 쓰러져계셨습니다요. 흐흐흑……! 급히 아씨를 업고 의원으로 달려갔지만……. 너무 늦었다고……. 가망이 없다 하셨습니다요.”

 

“흐으음……. 의원나리는 뭐라 하셨더냐?”

 

“연독(鉛毒)이라고요……. 쇳물 연기에 급작스레 중독되어 그런 거 같다고…….”

 

“흐으음……. 그랬구나……. 내 생각이 맞았구나……. 예까지 달려오면서도 설마설마 했건만…….

 

“제발 연독(鉛毒)이 아니길 바랐건만……. 그래 탕약은 지금 무얼 쓰고 있었더냐……?”

 

“영감님, 말도 마십쇼. 가는 곳마다 가망이 없다고 탕약은 쓰나마나라고……. 지금껏 쓴 약이라고는 중금속 해독에 좋다는 아기장대 약재를 썼습죠……. 벌써 엿새가 넘었건만 전혀 차도가 없습니다요…….”

 

영감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화상이 심한 묘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부시게 곱던 그녀의 얼굴 한쪽이 처참하게 일그러져있었다. 그녀의 맑고 깊었던 한쪽 눈 주위까지 살이 엉겨 붙어 있었다. 영감은 말없이 묘덕의 손을 잡았다. 활자장 최영감의 얼굴에서 눈물이 주르륵 방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영감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금비도 곁에서 오래 흐느껴 울었다.

 

“영감님……. 우리 아씨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요……. 저러다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어쩝니까요……. 우리 아씨 너무 가엾어서 어쩝니까요…….”

 

“흐으음……. 금비야. 울지 말거라. 치료책을 찾아보자. 무슨 방도가 있을게야……. 아씨를 저리 가시도록 놔둘 수는 없다. 뭔가 또 다른 약재가 있을지 모르지 않느냐? 내가 한번 알아보마. 그러니 너도 이제 그만 기운 차리고 힘을 내거라. 아씨 곁을 네가 지켜드려야 하지 않느냐?”

 

“흐흐흑……. 알겠습니다요. 영감님, 제발 우리 아씨 좀 살려주시어요.”

 

“오냐……. 너무 상심 말거라. 내가 어찌됐든 방법을 백방으로 찾아볼 터이니…….

 

“예……. 으흑…….”

 

활자장 영감은 넋을 잃고 주자소로 돌아왔다. 겨울 강풍에 을씨년스럽게 덜컥거리는 문을 겨우 고쳐 닫고 쓰러지듯 주저앉아 비통하게 눈을 감았다. 활자장 영감의 감은 두 눈에 또다시 소리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모두가 실패한 주자를 완성해보겠다고 백리 길도 마다않고 그리 사방으로 뛰어다니셨는데. 아씨…… 어찌 이런 일이 다 있단 말이오.’

 

그녀의 참혹했던 모습이 또 다시 떠올라 영감은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가 왜 이런 비극을 겪어야 하는지 영감은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한참을 앉아 비통해하던 영감이 일어나 걸어놓은 앞치마를 내려 눈물을 닦았다. 활자장 영감은 심한 충격으로 진정이 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맞으며 서성였다. 애써 정신을 가다듬으려 영감은 크게 심호흡을 해보았다. 영하의 칼바람이 부는 어두운 들판을 바라보았다. 헐렁한 들판 모퉁이에 선 느티나무에 붉은 노을이 연처럼 걸려 있었다. 나무도 겨울바람이 고통에 겨워 붉은 피를 흘리는 듯 보였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씨를 생각하면 한시가 급했다.

 

‘흐으음……. 연독(鉛毒)이라……. 연독이라. 아씨가 연독이란 말이지. 연독…….’

 

3

 

“안 된다! 묘덕아! 가지 말거라! 위험해! 안 돼!”

 

그날 밤, 백운화상은 신광사에서 잠을 자다 흉악한 악몽을 꾸고 잠에서 깼다. 묘덕이 엄청나게 높은 고목나무 위로 올라가 다 부러져가는 나무를 밟고 하늘로 자꾸만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를 발견한 백운화상이 멈추라고 아무리 외쳐대도 그녀는 들은 체 않고 썩은 나뭇가지를 밟고 떨어져 까마득한 땅으로 처박히는 꿈이었다.

 

‘불길 하구나……. 필시, 묘덕에게 뭔 일이 있는 게야. 하아, 이거야 원…….’

 

백운화상은 아침 날이 밝자 묘덕의 사저로 달잠을 급히 보냈다. 사경을 헤매는 아씨를 망연자실 바라만 보던 금비는 달잠이 찾아왔다는 소식에 몹시 놀랐다. 이 사태를 어찌 해야 좋을지 몰랐다. 금비는 만약 아씨라면 어찌했을까……. 재빨리 생각했다. 금비는 달잠을 맞아 대문을 열었다.

 

“달잠스님. 어인 일로 예까지 오셨습니까요? 백운화상스님은 안녕하시옵니까?”

 

“그래. 모두 무고하시다. 스승님께서 꿈자리가 사납다고 아씨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아씨는 어디 계시느냐……? 아씨나 좀 뵙고 돌아가려 잠시 들렀다.

 

“어머. 스님. 어쩌지요? 아씨는 볼일이 있으셔서 성안에 잠시 출타중이십니다요. 가신지 얼마 안 되어 돌아오시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하옵니다요…….”

 

“그래? 아씨는 정말 아무 일 없으시냐? 어디 편찮으신 데는 없으시고……?”

 

“아유, 그럼요. 우리 아씨가 별일 있을 게 무에 있습니까요? 호호. 아무 일 없습니다요…….”

 

“흠…… 그래? 그럼 천만다행이구나. 스승님께서 여러 날 꿈에 아씨를 보셨다고 걱정이 몹시 깊으시다……. 그럼 내 가서 그리 아뢸 것이니. 아씨 돌아오시면 내가 다녀갔다 말씀 여쭈어라…….

 

“예예. 스님 아무 걱정 마시고 살펴 가시어요…….”

 

대문을 닫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은 금비는 치맛자락으로 입을 틀어막고 오래 숨죽여 울었다. 아씨가 평소에 그토록 사모했던 백운스님이신 줄 금비는 너무도 잘 알았다. 금비는 아씨가 아픈 것을 백운화상스님이 아시길 원치 않으시리라 믿었다. 그래서 그녀는 거짓말로 달잠스님께 아뢰고 만 것이었다. 금비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아씨가 연독이란 말이지……. 연독…….’

 

영감은 무엇을 어찌해야 좋을지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활자장 영감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며 주자소 안으로 들어왔다. 영감은 뒤란으로 가보았다. 용광로 한쪽 바닥에 검붉은 혈흔이 바싹 말라있었다. 영감은 미간을 찌푸리며 들어갔다. 무너진 장작더미부터 천천히 다시 쌓았다. 장작을 모두 치우고 나자 바닥에 타고 남은 종이들과 얼룩진 검붉은 혈흔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영감은 물을 한바가지 떠와 마른 혈흔 위로 뿌렸다. 마른 핏자국이 서서히 습기를 빨아들이자 뒤란 가득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활자장 영감은 혈흔을 걸레로 닦아냈다. 오래 말라붙은 혈흔은 쉽게 닦이지 않았다. 영감은 여러 번 물을 뿌려가며 문지르고 닦아냈다. 걸레를 만진 손에 피비린내가 귀신처럼 붙어 다녔다. 다시 빨아온 물걸레를 환기구 창틀에 걸쳐놓고 활자장 영감은 차갑게 식은 용광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용광로 한쪽 면에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영감은 그것이 무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다. 한참을 골몰히 살펴본 활자장 영감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졌다. 용광로 바깥 면에 묻은 것은 아씨의 얼굴 피부였다. 쓰러지면서 그곳을 스친 것이 분명했다. 뜨거웠던 용광로 표면에 스친 얼굴에서 벗겨진 얇은 살갗이 차디찬 용광로 표면에 뱀허물처럼 말라붙어 있었다. 영감은 그날의 처참한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져 소름이 끼쳐왔다.

 

‘옆에 아무도 없이 끔찍한 사고를 홀로 겪으신 아씨…… 그 충격과 처참한 공포……. 아씨 혼자서 얼마나 길고 고통스러웠을까…….’

 

그도 한쪽 눈을 갑작스레 잃었던 경험이 있어 그 고통이 얼마나 충격적인 것인지, 그 공포가 얼마나 오래 화석처럼 남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과연 저대로 아씨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단 말인가……. 더 이상 방법이 없단 말인가……. 아씨를 지킬 수 없게 될까봐 두렵다…….’

 

영감은 뒤란을 정리한 후, 홀로 서성였다. 장작 위에 걸터앉아 두 손만 연거푸 비벼댔다. 그는 안절부절 못했다. 

 

 

-> 다음 주 토요일(12/ 7) 밤, 49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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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30 [17: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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