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피엔스(최재천 외 6인 공저, 2020)

차용국(서평 쓰는 시인)

차용국 | 기사입력 2021/01/23 [17:44]

코로나 사피엔스(최재천 외 6인 공저, 2020)

차용국(서평 쓰는 시인)

차용국 | 입력 : 2021/01/23 [17:44]

 

▲ 코로나 사피엔스 표지  © 강원경제신문


코로나 사피엔스(최재천 외 6인 공저, 2020)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에 관하여 정관용 시사평론가와 각 분야의 대표 석학 6인의 대담을 정리한 내용이다. 6인은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 김누리 중앙대 독일유럽학과 교수,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다. 이들이 전해주는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는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개척해 갈 것인가에 대한 이정표를 바라보는 일이 될 것이다.

 

최재천의 대담 내용에 따르면, 펜데믹은 감염병 단계 중 최고인 6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로,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21쪽)한다. WHO에서는 홍콩독감과 신종플루에 이어 코로나19를 세 번째 팬데믹으로 선언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같지 않다. 세균은 독자적인 증식이 가능한 생물이지만,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을 할 수 없어 남을 숙주로 해서 증식한다. 이런 점에서 바이러스는 생명체가 아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간혹 피해를 주는 바이러스가 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기후변화와 인간의 동물 서식지 침범 등으로 인해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바이러스의 출현주기가 5년, 3년, 이렇게 줄고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백신이 중요하지만, 화학백신이 나오려면 상당한 피해 발생과 기간이 지나야 하므로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을 권장한다. 행동백신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것이고, 생태백신은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사회에는 지금과 다른 삶의 기준 척도, 즉 뉴노멀(New normal)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뉴노멀이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나 표준을 의미한다. 경제 위기 이후 5~10년간의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으로,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시점에 등장한다(36쪽). 그것은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중심적(eco-centered) 삶의 방식이다.

 

장하준의 대담 내용에 따르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도 돈을 풀었는데, 그 돈이 금융기관에만 유입됐고 실물경제에는 돈이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고 술회하면서, 이번에는 진짜 돈이 필요한 곳에 줘야한다(54쪽)고 강조한다. 매우 적절한 지적이다. 코로나19 지원금이 생계와 고용을 유지하는 쪽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로 쏠리게 되면 과잉 임금과 물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꼬이는 왜곡 현상에 발생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한국의 경제 구조 개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보인다. 특히 한국의 자영업자 과잉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 OECD 평균 자영업자 비율이 15퍼센트인데, 우리나라는 25퍼센트이다. 미국은 7퍼센트도 안 된다(56쪽).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자영업은 유난히 식당이나 술집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너무 많다. 대면 중심의 서비스업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조치가 시행될 경우 취약성을 면할 수 없다. 대면 중심의 자영업자의 과잉 비율은 그 만큼 경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함의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화상 미팅이나 화상 강의가 늘어났고, 배달업, 의료, 보육, 요양업, 먹거리, 교육 등에 종사하는 분들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다. 이들은 영국에서는 '핵심 인력(key worker), 미국에서는 '필수 인력(essential employee)'라고 하는데, 이들의 노동에 대한 처우의 개선 문제도 부각되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과 답변일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를 어떻게 재조직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과 행동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부가 돈을 좀 더 풀고 의약산업이나 비대면 서비스산업 개발에 더 투자하는 차원이 아닌,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66쪽). 우리는 지금 어떤 사회적 기준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는가? 

 

최재붕의 대담 내용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에는 4차 산업혁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신인류를 제시한다. '포노'는 라틴어로 스마트폰, 폰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포노 사피엔스란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쓰는 새로운 인류를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문명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돼서 디지털 문명, 포노 시피엔스 문명으로 갈 것(76쪽)이란 말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감염을 줄이는 최선의 무기는 치료제와 백신이지만, 그때까지 감염을 줄이는 방법은 결국 언택트(비대면, Untact)일 수밖에 없다. 언택트란 접촉(contact)에 부정접두어(un)가 붙어 '접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계가 메뉴를 주문하는 키오스크나 VR(가상현실) 쇼핑, 챗봇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판매원이 소비자와 대면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언택트에 해당한다(77쪽). 사실 인류가 디지털 문명으로 가는 것은 정해진 미래다. 우리나라 국민 1,000명에게 저녁 7시면 어떤 매체를 보는지 설문조사를 했더니 56.7퍼센트가 유튜브를 본다고 대답했다. 지상파가 18퍼센트, 케이블은 9퍼센트(86쪽)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인구의 95퍼센트 이상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고, 한국은행의 2008년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모바일뱅킹을 쓰는 사람이 60퍼센트 정도(88쪽)라고 한다. 이미 인구의 반 이상이 스마트폰뱅킹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의 표준이 변했다는 함의다. 혹자는 디지털 문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걱정한다. 그렇지 않다. 새로운 문명은 새로운 문명이 요구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적응과 도전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재붕이 바라보는 시선은 희망적이다. 1960년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라는, 지금의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의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가 불과 60년 만에 우리나라를 세계 5위 제조 강국,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인생 자체가 엄청난 도전으로 점철된 분들이 디지털 문명, 스마트폰 생활, 이거 하나 적응 못 할 리가 있겠느냐(96쪽)고 묻는다. 더군다나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홍기빈의 대담 내용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출현으로 지난 40년 동안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치던 4개의 구조, 즉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생태 위기가 무너졌다고 진단한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면, 생산의 산업 과정이라는 가치사슬이 전 지구적으로 연결된 지는 40년밖에 되지 않았다(107쪽). 이 기간에 거대 도시들끼리 아주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었다. 산업 활동과 사회를 조직하는 기본 원리가 만사 만물을 다 금융자산으로 바꾸고, 그 금융자산의 가격을 계산해서 조정했다(108쪽). 지난 40년 동안 경제를 작동시켰던 이 금융화라는 것을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라고 한다((111쪽).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이 세 가지는 모두 생태적 환경에 대한 무한적인 착취를 전제로 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전대미문의 생태적 위기를 격고 있다(112쪽)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야기한 팬데믹은 이제 옛날 같은 지구와 가치사슬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까? 홍기빈은 코로나19 이후의 미래에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3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우선 사회적 방어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가장 취약하고 가장 먼저 고통 받는 지역에 구조 역량을 우선 집중해야 한다. 두 번째는 경제활동 조직을 시장경제에만 맡겨야 한다는 도그마에서 이제 좀 풀려나야 한다(118쪽). 고용보장제, 국가의 실업구제 고용, 사회적 기업, 플랫폼 협동조합 등 여러 가지 경제 형태들과의 협력((119쪽)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무한한 경제 성장이 아닌 인간과 자연과 사회 모두가 좋은 삶. 이러한 방향으로 경제를 전환하자(122쪽)는 제안이다.

  

김누리의 대담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를 이해하는 인식이 반세기 정도 뒤쳐져 있다고 하면서, 그 이유는 유럽의 68혁명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68혁명은 1968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나 전 세계로 퍼져나간 사회 변혁 운동을 말한다. 68운동은 샤를 드 골 정부의 실정과 사회의 모순으로 인한 저항 운동으로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이 더해지면서 프랑스 전역에 권위주의와 보수체제 등 기존의 사회에 강력하게 항거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68혁명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평등, 성해방, 인권, 공동체주의, 생태주의 등이 사회의 주된 가치로 자리매김했다(133쪽). 불행하게도 한국은 68혁명의 영향이 닿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은 발전 이데올로기, 성장지상주의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공론의 장에서 빠져있었다. 자본주의는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바로 야수성과 무계획성이다. 자본주의를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놓아두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가 된다는 의미로(143쪽),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야수자본주의'라고 불렀다. 무계획성이란 '과잉 생산 자본주의'라고도 한다. 수요가 없는데도 무작정, 무한히 생산을 계속한다. 모든 생산은 궁극적으로 자연을 변형하거나 파괴하는 것이므로, 자본주의는 끝없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다(144쪽).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거대한 인식의 전환, 패러다임 전환 시대가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수월성 사고는 이제 존엄성 사고로 바뀌어야 한다. 중요한 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151쪽)이다.

  

김경일의 대담 내용에 따르면, 인류의 진화와 역사를 살펴보면 경쟁력보다 공존력이 더 강력한 역량(161쪽)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배타성을 경계한다. 또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고,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의미(165쪽)한다. 불안은 사실을 알려달라는 감정이고, 분노는 진실을 말하라는 감정이다(167쪽). 코로나19에 관한 사항은 불안이지 분노가 아니다. 불안할 때는 제대로 사실을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최선이다. 포스트 코로나 신인류에게 필요한 건 '지혜로운 만족감'이다(172쪽). 만족감은 가장 중요한 심리적 안전장치다. 그런데 우리는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원하기만 한다. 남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 투쟁하는 삶을 산다. 김정운 박사는 이를 '인정 투쟁'이라고 표현했다(179쪽). 인정받으려면 끊임없이 남보다 비교 우위에 서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남의 인정이나 남의 감탄을 받을 기회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181쪽). 인정 투쟁의 삶이 아니라 스스로 '보람'을 찾는 자화상을 그리는 삶의 자세로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석학 6인이 생각하는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된 세상과 우리의 좌표를 대략 살펴보았다. 이들이 제시하는 미래의 모습이 특별히 새로운 세상이라거나 구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념으로 보는 세상과 현실에서 실천하며 겪는 세상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다 안다고 말하면서 실행하지 않는 것은 모르면서 하지 않는 것보다 더욱 위험하다. 모르면 알게 되었을 때 바뀔 수 있지만 알면서 하지 않는 것은 현재 얻는 이익을 고수하려는 아집의 가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다가올 미래를 향하여 올바른 기준과 방향으로 실행하고 있느냐?”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다.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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