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 김봄닢
삶의 그늘진 한 부분을 싹둑 잘라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어 봉인된 채 냉장고 한켠에서 유효기간이 하루이틀 지난 채 발견된 상처받은 물컹한 덩어리
맑은 물에 씻어 또 하루의 허기를 채우고 하루쯤이야 싸고 영양가가 있어서 찾게 된다고 서민들의 애환을 주문처럼 곱씹고
팍팍해져만 가는 물가에 이맛살이 늘어가고 땡그랑 소리가 지갑속에 처절하게 울릴 때 간수에 얽힌 고소하고 슬픈 비애가 어깨 쭉지엔 날개를 달게 했다
♤김봄닢 프로필♤ 강원도 원주 출생, 현 서울 거주 방통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전문가 과정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사모 동인 한국다선 문인협회 운영위원 신정문학회 이사 저서 시집: 그 계절의 안부
♧시감평 / 시인 박선해♧ 채 부르지 않아도 우리의 《희망 삶》 만들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부이다. 농사짓는 과정의 콩으로 부터 하얀 두부의 김 오르는 삶은 우리와 가장 흡사다고 떠올리면 애환도 환희도 함께 한다. 두부는 역사적인 아픔도 따라 물컹히 배어 있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에게서는 두부란 갖가지 요소 재료로 할말이 얼마나 많은 두부인가. 또한 사회성을 잃어버린 어느 순간의 우로 파괴를 부른 행위의 어떤 댓가 후에도 다시 사는 하얀 세상을 격려하듯 애틋함을 주는 가슴 후비는 음식이다. 삶의 경계에서 기나긴 세월앞에 새벽시장의 질곡을 부른다. 속상하고 괴로울 때도 두부 덤성 잘라 찌개 끓여 두어번 뜨면 스트레스 퇴치가 된다. 사람에게서 나서 사람에게 파는 두부라 어느 가장의 따뜻한 사회적 온정도 부른다. 두부 한모면 가난이 해결되기도 했던 옛 정서로 시인의 두부는 미완성의 인생이야기를 하고 싶다. 《희망 두부》를 읊고 싶은 것이다. 무심코 시장통에 물컹한 시간을 지나다 무심결에 눈에 들어오는 두부는 우리 얼굴을 웃게 하고 마음까지 하얗게 한다. 작은 것으로 부터 큰 마음을 베푸는 두부, 참 소중하다. 어제는 시장을 지나다 김이 모락모락한 두부 한모 사서는 아무것 없어도 그냥 다 먹을 수 있었다. 오늘은 어찌보면 영혼이 깃든 우리 사람 세상의 두부일까! 추상적이어도 곁대어 본다. 그래도 하얀 눈 한움큼 쥔듯 이 두부를 읽고 나니 행복한 가슴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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