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7)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4/02 [07:01]

바람의 제국(7)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4/02 [07:01]

  

 

뉘시기에 이렇게 

나 몰래 내 마음속에 비집고 들어와 

순수했던 마른 가슴에 불씨를 던졌나요 

 

뉘시기에 이렇게  

달 밝은 새벽 철렁 내려앉은 

봄바람 같은 여린 가슴을 적시나요 

 

뉘시기에 이렇게 

새벽녘 잠든 꿈을 깨트리듯 

텅 빈 가슴 생채기만 내놓고 떠나셨나요 

 

뉘시기에 이렇게 

꽃샘바람 같은 매정한 이별로 

애달픈 가슴 시리게 하나요 

 

- 누구세요 - 

 

 

8, 위기의 중국사업

 

  
손이 크고 욕심이 크면 
얻는 것도 많겠지만 

잃는 건 더 많다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무작정 

바다에 뛰어들어 그 깊이를 재려는 건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 

 
모든 것이 가능하다지만 
불가능한 것이 더 많은 나라에서 

기회는 내 것만이 아니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중국을 다 아는 사람은 중국 여행을  
갓 시작한 사람뿐 

 
    - 위기의 인식 - 

 

 
”내년도 사업계획 때문에 본사에서 제일 바쁜 사람 중 

한 분일 텐데 장부장께서는 연락도 없이 불쑥 어쩐 일로 

오셨나요?“ 

 
이한경 상무는 연수와는 오랜 세월 알고 지내 온 사이고 

직급은 연수보다 높아도 자신을 기현자동차와 인연을 

맺게 해 주고 곧 연말이면 상무 승진을 눈앞에 둔 

연수에게는 깍듯하게 존대를 했고 연수도 그랬다 

 
”글쎄, 그게 그렇게 됐습니다. 

 
상무님께서도 잘 아시는 것처럼 중국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울 수조차 없어서요. 

 
윗선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보다 더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생각에 급하게

저를 이곳으로 보내셔서...“ 

 
연수가 말을 더 잇지 않아도 이상무는 훤히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매년 11월 초쯤이면 대기업들은 당해년도 사업을 정리하는 

단계로 돌입하면서 차기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11월 중순이 지나면 어느 정도 익년도 사업계획을 거의 

확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년도 사업을 추정 결산하고 익년도 계획을 

준비하는 팀장들이 제일 바쁜 시기가 지금이라는 것을 그 

역시 경험을 통해 잘 아는 이상무는 연수가 제일 바쁜 이 

때에 시간을 쪼개어 출장을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중국법인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판매가 올 봄에 전년 대비 30%로 절딴이 난 뒤로 6, 7

개월이 지났지만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어려운 건 북경의 MH자동차도 별반 다르지 않쟎아요?“ 

 
”네. 그래서 그 쪽도 중국사업 1팀장인 왕수철 상무가

오늘 북경으로 들어 갔습니다. 

 
윗선에서는 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국사업 1팀장인 왕상무와 2팀장인 제가 다음 주초에

있을 중국사업본부 최고경영회의에서 이 문제에 관해

발표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윗선에서는 현지에 직접 가서 원인을 파악하고 현장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고 하셔서 부득불 이렇게 불쑥

찾아왔습니다.“ 

 
이상무는 이내 답답하다는 듯 넥타이를 비틀어 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가 싶을 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본부장 비서인 이선 조리가 들어왔다 

 
이조리는 조선족 교포로 길림성에서 대학을 마치고

일자리를 찾아 중국내 한중 합작기업을 알아보고

있던 중에 연수가 길림성에 통역을 구하러 갔다가

거기서 지원자로 만나 채용을 한 몇 몇 조선족 

교포중의 한 명이었는데 

 

이한경 상무가 부임하기 이전의 기획본부장이

중국어가 미숙해 이조리를 통역 겸 비서로 데리고

있다가 중국어라면 중국 사람 못지않게 능숙한

이한경 상무가 부임하고 나서도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연수의 중국법인 주재원 시절 자신을 채용해 주고

업무를 가르쳐 준 연수를 무척이나 잘 따랐던

이조리도 내심 반가운 듯 연수에게 눈인사와 함께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녹잎차를 원탁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나갔다 

 
연수가 찻잔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여니 뜨거운 김이

피어 오르고 아직 다 가라앉지 않은 작은 솔잎 모양을

한 녹잎이 흐물거리며 수중에서 춤을추고 있다 

 
연수는 버릇처럼 찻잔의 수면 위로 입김을 불어

녹잎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야만

잎들이 다 가라앉는다는 것을 연수도 알고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잠시의 어색한 적막을 깨고 싶은 것이다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는가 싶더니 연수는 다시

손을 뻗어 찻잔을 입으로 가져와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녹잎을 호오 불어내며 조심스레 차를 들이켰다 

 
중국 주재원으로 있을 때는 회의 중이거나 평소에도

진한 녹잎향이 혀끝을 감도는 게 좋아서 생수 대신

물처럼 즐겨 마셨던 녹잎차였지만 지금은 진한

에스프레소의 쓴맛 같은 것이 연수의 목구멍에 

걸리는 듯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혀니창이맘 21/04/02 [07:34] 수정 삭제  
  글 올라오자마자 첫 즐독하고 갑니다~
설화 21/04/02 [17:31] 수정 삭제  
  뉘시기에 이렇게 “추운 겨울 지낸 봄바람이네요” 시와 소설이 가슴에 진하게 녹차 향기처럼 느껴지네요
사슬이 21/04/03 [10:36] 수정 삭제  
  다음 글..기대됩니다.
ㅇㄷㄱ 21/04/06 [14:24] 수정 삭제  
  7화는 금요일에 올라왔네요~ 기대하며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