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40)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7/27 [01:01]

바람의 제국(40)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7/27 [01:01]

▲     ©정완식

 

낯익은 길, 익숙한 시간이어도 

생각이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져 

서로가 떠나보낸 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네​

 

이미 많은 공간과 낯선 길을 엇갈려 와 

한숨으로 마시는 찬 공기, 

쫑긋한 귓가를 스치는 바람의 눈치 

꼭 그만큼의 이격거리를 만들고​

 

마주 앉아도 보이는 것은 빈 옆자리 

차가운 응시를 비켜난 눈동자에 

때아닌 회한이 밀려오는 건 

들키면 안되는 후회일까​

 

이자정회離者定會는 운명이 아닌 

그리움을 짊어진 자들의 약속 

서로에게 의무를 탕감해 주듯 

결과는 기분 좋은 만남이기를...

  

- 어떤 재회(再會) -  

 

41. 재회(再會) 

 

이한경 상무의 표정은 지난 겨울, 예청에서 보았을 때보다는 확실히 밝아 보였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그는 이선 과장 옆의 빈자리에 앉으며 조금은 숨이 찬 호흡을 하며 물었다​

 

아마 약속된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2층 계단을 뛰듯이 올라왔을 것이다​

 

“아닙니다. 우리도 좀 전에 오늘 예정되었던 면담이 끝나서 지금 막 들어온 겁니다.”​

 

연수도 밝은 표정으로 응답했다​

 

오늘 협력업체 조선족 통역들과의 면담이 두 사람만 이루어졌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협력업체의 리베이트 의혹을 알아낸 것은 이번 출장이 헛수고에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횡령과 리베이트건은 김윤오 차장이 명단에서 알아낸 사실들과 서로 어떤 연관 관계를 갖고 있을 것인지를 추론하거나, 본사에서 태스크포스의 기현팀 멤버가 도착하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협력업체에 대한 특별감사 수행에 있어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해 줄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세 사람은 우선 종업원을 불러 음식과 음료를 시키기로 했다​

 

“이 식당은 여기 태호와 인근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 요리가 유명합니다만 장상무님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민물고기다 보니 요리를 잘못하면 비린 맛이 날 수도 있고, 잔가시도 많아서 드시기에 번거로울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매운탕 종류와 같은 민물고기 요리와는 많이 다르긴 합니다만 이 근처에서는 요리를 잘하기로 이름난 곳이니 이번 기회에 색다른 요리를 한 번 드셔보아도 괜찮을 겁니다.”​

 

이상무가 연수에게 요리를 설명해주듯이 그가 알고 있는 요리와 맥주를 메뉴판에서 가리키며 연수에게 동의를 구했다​

 

메뉴판에는 요리에 대한 그림이 있어서 그 메뉴가 여러 종류의 민물고기를 양념과 함께, 찜을 해놓은 것임을 알수 있었다​

 

면담을 진행하면서 이선 과장이 준비해 놓은 다과를 무의식중에 집어 먹어서 별달리 허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연수도 메뉴선택에 크게 관심이 없던지라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창밖은 이미 어둠이 내리고  있고 찬 바람이 간혹 불어와 호숫가에 산책을 나온 사람들만 간혹 보이고, 가로등에 비친 수양버들의 늘어진 가지만이 간간이 부는 바람에 살랑이며 상현달에 비친 호수 위를 떠다니는 듯 보였다​

 

종업원이 결명자차가 담긴 주전자와 맥주를 들고 와 테이블에 올려놓고 가자, 연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 출장에 이래저래 상무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느 모로 보나 이선 과장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번 출장 감사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겁니다.​

 

면담자에 대한 명단 작성부터 면담 스케쥴 작성과 면담 어레인지까지, 그리고 저의 호텔 예약과 면담 준비 등, 저 혼자 할 수 없는 것을 이선 과장이 다 도와주었고, 이렇게 할 수 있도록 이선 과장을 지원해 주시고 세심히 배려해 주신 상무님의 도움이 정말 큽니다.​

 

내일과 모레 오전까지 진행될 면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기분이 한결 가볍습니다.”​

 

"별말씀을... 

당연히 제가 지원해드려야 하는 건데요.​

 

저는 오늘 저녁 식사 후에는 상해로 가야 해서 일정을 같이 하지는 못하지만, 이선 과장은 장상무님과 같은 호텔에 머무르도록 조치해 놓았으니 나머지 일정도 이과장이 잘 도와줄 겁니다."​

 

이상무는 이과장이 연수를 잘 따르고 눈치나 행동이 민첩해서 연수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아예 이번 주말까지는 이선 과장의 동의를 받아, 이상무 개인적으로 숙식비용을 대주며 연수와 함께 예정된 조선족 통역원들과의 면담을 끝낼 수 있도록 했다​

 

연수와 이상무가 서로 감사의 인사와 일정을 공유하며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주문한 요리가 나왔다

 

메뉴 그림에서 보던 것처럼 커다란 사발 그릇에 흰 쌀밥이 가득 담겨 있었고 그 옆에 민물생선찜을 놓아 주었는데, 거기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민물고기들이 간장을 베이스로 한 각종 양념에 절여진 채, 가지런히 담겨 있었고, 요리를 담은 접시가 생각보다 무척 커서 이한경 상무가 요리 종류를 하나만 시켜준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이상무가 먼저 백반을 덜어 각자의 밥그릇에 나누어준 다음, 맥주병을 따서 세 사람의 잔에 따르더니 요리와 함께 나온 투명 비닐장갑을 양손에 끼고 접시 위에 있던 제법 큰 생선 하나를 골라 살을 발라 연수와 이과장, 그리고 자신의 앞접시에 바른 생선 살을 놓아주고는 이번에는 조그만 생선을 하나 집어 통째로 자신의 왼손에 잡고 살 부분만 뜯고 오른손으로는 밥 한 숟가락을 떠서 먹는 법을 직접 행동으로 알려주었다​

 

그러더니 오른손에 낀 비닐장갑을 벗고 맥주잔을 들어 올리며 건배를 제의했다​

 

맥주에 생선 살 안주가 비리지 않을까 염려하던 연수는 맥주 한 잔과 함께 맛본 생선 살 한 젓가락에 금방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이상무가 이 식당을 약속장소로 잡고 자신있게 요리를 추천한 이유가 있었다​

 

허기를 느끼지 못했던 연수도 민물 생선찜 요리에 매력을 느껴 연거푸 맥주와 함께 생선 살을 발라 먹었고, 이과장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두 사람을 이상무는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몇 잔의 맥주를 마시며 요리 얘기와 함께 웃음이 오가고 나서, 약간의 취기를 느낀 연수가 이상무를 보며 말했다​

 

“지난번 전화 통화시에 말씀드렸던 명단 건은 우리 태스크포스의 일원인 김윤호 차장이 인사시스템에서 일일이 확인을 해서 제게 준 것을 개인 인비사항이 있는 관계로, 그대로 상무님께 전해드릴 수 없어서 제가 일부 내용을 가공 했습니다.​

 

이것이 그 내용인데, 나중에 상무님께서 한번 살펴보신 다음 저랑 통화를 하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외에도 다른 궁금한 사항이나 하실 말씀이 있으면 통화할 때 따로 말씀을 주시지요.”​

 

연수는 입고 있던 자켓 안주머니에서 편지봉투 하나를 꺼내 이한경 상무에게 내밀었고 이상무가 그것을 받아 역시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나서 하던 식사를 계속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7/27 [09:52] 수정 삭제  
  즐독하고 가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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