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63)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10/15 [01:01]

바람의 제국(63)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10/15 [01:01]

▲     ©정완식

 

강은 선사 이전부터 

경계 없는 둑을 스쳐 

바다로 흘러들었지만 

그 강물은 아니고​

 

언덕 위의 저 풀잎들도 

수만 년을 피고 지고 

또 피고 졌지만 

그 풀잎은 아니네​

 

세월은 유수처럼 도도하고 

역사는 질기게 이어지지만 

삶은 짧고도 보잘것없으니 

저 강물에 더한 한 방울 빗물이었네​

 

- 황포강에서 - 

 

64. 황포강

 ​

 

이상일 전무를 만나기로 한 장소는 상해를 가로지르는 황포강을 건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동방명주탑이 바로 코앞에 있는 듯 바라보이는, 유럽의 근대식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곳의 한 2층 카페였다​

 

황포강이 바로 앞에 흐르고 있고 택시기사들도 그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지역 명소이기도 한 그 카페는 건물의 2층 전체를 다 차지하고 있는 넓은 면적이었지만,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만큼 거대도시인 상해에서도 제법 그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연수는 때마침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던 손님들이 일어나 자리가 빈 창가의 한 테이블로 가서 입구가 보이는 쪽의 의자에 앉았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오후 여섯 시 언저리까지는 아직 두 시간 정도 남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강변에는 석양 노을을 구경나온 관광객들과 산책 나온 사람들, 그리고 해 질 무렵의 분위기를 즐기는 연인들이 서서히 모여들고 있었고, ​

 

이제 막 황포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유람선의 1층과 2층 갑판에는 쌍쌍의 커플들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한껏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겨울 추위는 얼추 물러가고,​

 

이제는 완연한 봄바람이 젊은이들의 가슴에 부풀어 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불어넣는 듯했다​

 

연수는 여상동 전무에게 주말을 이용해서 상해로 깜짝 출장을 가서 이상일 전무를 만나보겠다고 보고했고, 여전무는 그런 연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행운을 빌어주었었다​

 

사실 무턱대고 상해에 간다고 해서 꼭 이상일 전무를 만나리라는 보장도 없었고, 설사 만나더라도 이제껏 왕영홍 부회장의 수족과도 같은 역할을 해 온 이상일 전무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연수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한번은 직접 이상일 전무를 만나 얘기를 나누며 그의 의중이 무엇인지, 그는 무슨 생각으로 기현자동차에서 녹을 받으면서 기현자동차를 해치는 일을 하는지 직접 묻고, 그의 대답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연수는 무턱대고 비행기를 타고 상해 푸동공항으로 와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이상일 전무에게 다짜고짜 전화부터 했다​

 

그리고는 엉겁결에 전화를 받은 이상일 전무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지금 상해에 도착했는데, 직접 만나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자신을 만나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전무는 갑작스러운 연수의 전화에 당혹해하다가 그야말로 얼떨결에 그러겠다고 만남에 응했고, 그의 집이 푸동 신시가지의 한 아파트단지에 있었기 때문에, 그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 건너 이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연수와는 이전부터 안면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서로 업무교류가 거의 없어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당황해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이윽고 이상일 전무와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 4시가 막 지났지만,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5분, 10분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연수는 이러다 허탕을 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내심 불안했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황포강변은 아까보다 많아진 사람들로 북적이고 연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그새 사이가 더 가까워졌는지, 서로의 거리를 좁혀 더욱 밀착해서 걷고 있었다​

 

그렇게 그로부터 10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마침내 이상일 전무가 카페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섰고, 초조하게 기다리던 연수가 그를 알아보고 일어나 한 손을 들어 보였다​

 

이전무도 역시 연수를 알아보고는 쭈뼛쭈뼛하더니 곧 연수가 있는 자리로 와 의자에 앉으면서, 자신이 정한 약속 시간과 장소임에도 자신이 늦은 것에 대해 아무런 미안함의 표현도 없이, 무언가 떨떠름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전무님!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얼굴을 뵙는 것 같습니다. 

우선, 제가 이렇게 휴일에 불쑥 찾아와, 쉬고 계시는 전무님을 뵙자고해서 많이 당황스러우셨을 텐데도 이렇듯 나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연수는 일단 예의를 갖춰 이상일 전무에게 인사를 하고 주말의 갑작스러운 면담 제안에 대한 양해를 구한 다음, 서로가 마실 차를 주문하고 나서 본격적인 대화를 이어나갔다​

 

"제가 오늘 실례를 무릅쓰고 사전연락도 없이 그것도 휴일에, 갑작스럽게 이곳 상해에까지 찾아와 전무님을 뵙자고 한 것은, 다름 아니고 전무님께서도 아시겠지만, 다음 주초에 최고경영층에 보고드릴 예정인 지난 중국 출장과 관련된 특감보고서 때문입니다.​

 

보고서 내용 자체가 다 비밀사항이라 전무님께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거기에 전무님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보고 전에 전무님의 최종 입장과 생각을 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 관련된 내용이라니요? 

내가 무얼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이전무가 자신은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며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시치미를 뗐다​

 

"아마 전무님도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리 기현자동차에 오시기 전에 협력업체에 협박과 회유를 해서 이전무님이 리베이트를 챙긴 정황, 그리고 중간에서 부품 대금 중의 일부를 횡령했다는 증언을 저희가 확보했습니다.​​

 

그 외에도 협력업체 사람들로부터 향응과 선물을 공여받고 사익을 편취했다는 사실도 관계자들로부터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그것도 복수의 사람들로부터 진술과 증언을 확보했으니 전무님께서 부정하셔도 보고서 내용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여기까지 찾아와서 전무님 말씀을 들어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서입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10/15 [09:09] 수정 삭제  
  다음회 기대됩니다~오늘도 즐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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