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학, 횡성회다지소리의 현재와 미래

횡성회다지소리 30주년: 전통장례문화의 산업화 가능할까?

운영자 | 기사입력 2014/12/07 [17:03]

양재학, 횡성회다지소리의 현재와 미래

횡성회다지소리 30주년: 전통장례문화의 산업화 가능할까?

운영자 | 입력 : 2014/12/07 [17:03]

 지난 9월 20일 횡성군 우천면에 있는 정금민속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횡성회다지소리의 보존과 전승을 이끌고 있는 양재학 전수조교와 홍성익 보존회장을 만나 횡성회다지소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담: 노장서 발행인)
 

▲ 횡성회다지소리축제에서 시연중인 상여행렬


 
(노) 2012년에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영월군이 국장행렬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횡성회다지소리는 이 같은 계획이 있습니까?
 
(양) 전 군수께서 횡성회다지소리가 사라지기 전에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해야한다고 언론에 발표하신 바 있고, 영월군에서도 국장행렬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겠다고 나선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세계유산등록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광범한 연구조사와 자료축적이 선행되어야 하며, 또 개별 장례유산 단독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따라서 학술대회 등을 통해 충분한 토론과 조사를 거친 후 우리나라의 전통장례문화를 함께 묶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작년에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된 것처럼 말입니다. 횡성이 전통장례문화의 메카이기는 합니다만 아직 학술적 기반이 충분치 않습니다. 전통장례문화 전승 단체간 네트워크 강화는 물론, 더 많은 자료들을 결집하고 국제학술대회도 개최해야 합니다. 이 과정 없이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무모한 일입니다.
 
(노) 지금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시기가 빠르다고 보시네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무형의 울림, 문화재의 울림」이라는 제목으로 횡성회다지소리 30주년 행사를 합니다. 이 행사에서 강원도의 8개 소리분야 무형문화재를 다 모아 소리콘서트를 열 계획입니다. 강원도에는 횡성회다지 소리뿐 아니라 양양 수동골 상여놀이나 양구 돌산령 지게상여놀이도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 장례문화가 함께 모여 공연을 펼치는 것은 드문 경우입니다. 좋은 비교 기회가 될 것이고, 또 전승단체 간에 네트워크 형성기회도 될 것입니다. 소리콘서트에 이어 「강원도 무형문화재의 현실과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무형문화재 보존단체의 어려운 현실을 논의해보고 2018년 동계올림픽 참여방안을 토론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노) 횡성회다지소리가 30주년을 맞이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시죠.
 
(홍) 1984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횡성회다지소리로 참가해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그해 12월에 강원도무형문화재 4호로 지정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청와대를 방문하여 3천만원의 격려금을 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민속관을 지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노) 횡성회다지소리를 문화콘텐츠화하여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킬 여지가 있습니까?
 
(양) 우리처럼 문화유산을 직접 보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자료를 가지고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문화콘텐츠는 전문 프로들이 풀어서 해줘야 합니다. 문화콘텐츠 작업은 전문가의 영역이고 학계에서도 인정이 되어야 문화산업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 저는 문화산업화가 지나치면 원형보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 보존회에는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양) 횡성회다지소리 전승보존회는 2009년에 강원도로부터 단체지정을 받아 현재 월 90만원씩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인건비나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어 군청에서도 일부를 지원받고 있습니다만 충분치는 않습니다.
 
(홍) 현 민속관에는 사료관(장례문화관)은 있지만 교육도 받고 숙식을 할 수 있는 전수관이 아직 없습니다. 전수관 마련이 시급합니다.
 
(노)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보존을 잘 하려면 활용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문화유산의 운명입니다. 앞으로 많은 고민을 하셔야겠습니다.
 
(홍) 마땅히 돈 될 만한 게 없습니다. 안동 같으면 수의가 유명한 것처럼 돈 될만한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은 장례가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니까 여건이 점점 어려워집니다.
 
(양) 7, 80년대 매장문화가 지배적일 때는 장례의 산업화가 가능했는데, 요즘처럼 화장문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횡성에 대규모 추모공원을 조성하여 토탈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산업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변변한 시설이 없다보니 횡성 사람들은 원주에서 비싼 돈을 주고 화장을 해야 합니다. 죽음의 길에서까지 푸대접을 받는 것이죠. 횡성은 전통 장례문화의 메카입니다. 횡성에 추모공원을 만들어 화장시설은 물론, 공원묘지, 수목장, 장례박물관, 수의, 석물, 상여메기, 회다지 등 토탈 서비스가 이루어지게 하면, 지역주민 고용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횡성회다지소리의 보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전통 장례문화를 보존전승하는 것은 결국 장례산업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 양재학 전수조교(왼쪽)와 홍성익 보존회장(오른쪽)     © 강원경제신문


 
(노) 지금도 장례 진행 요청이 들어옵니까?
 
(양) 매장이 줄어들어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한 달에 1~2건은 들어옵니다. 횡성 말고 다른 지역에서도 의뢰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홍)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없고 대부분 노인들이라 상여는 못 메고 회다지 봉분작업만 합니다. 옛날에 모 재벌가 장례식에 초대를 받아 70명 정도가 가서 대상여를 메고 500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지금 그렇게 하려면 1천만원 넘게 받아야할 겁니다.
 
(노) 요즘은 애들도 적게 낳아서 젊은이가 없고 노인들만 많을 텐데요?
 
(홍) 상여 멜 사람이 없다보니 상여를 작게 만들고 있습니다. 횡성이 농업지역이다보니 남아있는 인력이 대부분 7, 80대 노인들입니다. 문화재가 살아남기 위해선 인적자원 확보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양) 횡성회다지소리 뿐만 아니라 횡성어러리의 경우에도 소리를 하시는 분들이 아직 살아계시기는 합니다만 점점 힘들이 없으셔서 부르지를 않으시려고 합니다. 문화재와 전통이 계승되어야 하는데 전수받을 젊은 사람이 없습니다.
 
(홍) 산에 나무하러 가서, 아낙들이 나물 뜯으러 가서 부른 노동요들인데 지금은 그 일조차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노) 횡성어러리와 같은 전통 소리에 대한 보존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양) 다행히 교육을 받고자 하는 분들이 늘어납니다. 어떤 분은 정선아리랑제에 나가 1등을 했습니다.
 
(노) 젊은 사람도 나옵니까?
 
(양) 젊은 사람이라야 50대입니다. (웃음). 40대가 두 분이 있고 50대가 주축입니다. 취미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 옛날에 부르던 노동요가 지금은 취미 문화 활동으로 바뀌었다는 말씀이네요?
 
(양) 그렇습니다. 제가 젓가락 장단을 치는 것을 누가 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더니 그 것을 배우려고 찾아오겠다는 분도 있습니다.
 
(홍) 우리 어릴 적에는 상 차려놓고 두드리며 노래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이 없어졌습니다. 노래방기계가 나오고 나서요.
 
(양) 저희가 지금 영서농악을 가르치고 있는데 10월말에 발표회 계획도 있습니다. 횡성에는 어러리뿐만 아니라 농요, 메나리, 군밤타령, 동그랑땡과 같은 횡성 고유의 소리가 있습니다. 횡성사람들이 이 소리를 못하고 오히려 외지인들이 와서 배워가 자기 것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화유출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원산지에서 보존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특히 아직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민초들의 소리들이 보존되어야 합니다. 사실 문화재로 지정된 것 들은 어느 정도 각색이 된 것들이 많습니다. 각색이 안 된 애환과 꾸밈없는 원형을 간직한 소리들에 대한 보존책이 절실합니다.
 
(노) 말씀하신 횡성 고유의 소리들이 자꾸 사라지겠네요?
 
(양) 사라지죠. 옛날에는 메나리타령 부르던 분이 10명 이상 되었는데 지금은 2분밖에 안 남았습니다.
 
(홍) 군청에서 사라져가는 민요를 보존하는 조례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번 군수 선거 때 누군가 명장제도를 만들어 군에서 문화재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노) 지금까지 진솔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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