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한인 동포들, 2019년 정월 대보름 윷놀이 즐겨몽골한인회 주최로 2월 19일 화요일 울란바토르 소재 선진 그랜드 호텔 1층 파로스 홀(Pharos Hall)에서 오전 11시부터 개최돼【강원경제신문】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2월 19일 화요일, 한민족의 명절인 2019년 정월 대보름을 맞아 몽골한인회(KAIM=Korean Association in Mongolia, 회장 국중열)가 마련한, 몽골 주재 한인 동포들을 위한, 2019년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 새해 첫 보름날로서, 농사 개시일을 뜻하는 날) 윷놀이 대회(일명 척사대회=擲柶大會)가 울란바토르 소재 선진 그랜드 호텔 1층 파로스 홀(Pharos Hall)에서 오전 11시부터 개최됐다.
예로부터 우리 한민족은 설날, 추석, 단오와 함께 바로 이 정월 대보름을 큰 명절로 지내왔다. 그것은 정월 대보름이 새해 들어 처음 맞이하는 보름날로서,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날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월 대보름 행사에는 먹을거리가 절대로 빠질 수 없겠다. 하여, 오곡밥, 나물 무침, 쇠고기 무국, 돼지 수육 등의 정갈한 정월 대보름 음식은, 지난 2015년 1월 1일 제12대 몽골한인회 출범과 함께 새로 발족된, 몽골한인회 여성위원회(위원장 백승련) 회원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해 내놓았다.
정월은 한 해를 처음 시작하는 달이다. 또 한 해 첫 대보름 달빛은 액운을 물리치는 밝음의 상징으로 대대손손 간주돼 왔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에는 집터를 지켜준다는 지신에게 고사를 올리고 복을 비는 지신밟기를 하기도 했다. 지신밟기 때에는 풍물이 합세해 하나의 마을축제처럼 치러지곤 했다.
또, 정월 대보름 아침에는 귀밝이 술을 마신다. 소주나 청주를 차게 해서 마시는 이 술은 명이주(明耳酒)라고 하여 귀가 밝아지는 약주로 간주됐다. 이외에도 대보름 아침 해 뜨기 전 처음 만난 사람에게 올해의 더위를 파는 더위 팔기, 대보름날에 잠이 들면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는 속설 등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풍습들이 존재해 왔다.
한편, 몽골 주재 한인 동포들을 위한 정월 대보름 맞이 윷놀이 대회는 지난 2014년까지는, 나이 지긋한 60대와 70대의 한인 동포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친목 단체인 60-70회가 주최해 왔으나, 고국으로 귀환하는 회원들로 인해 인원 미달로 해체되는 바람에, 지난 2015년부터는 몽골한인회가 정월 대보름 맞이 윷놀이 대회를 개최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러나, 본 기자는 몽골한인회 여성위원회(위원장 백승련) 회원들이 차려 준 대보름 음식 덕분에 이번 여름을 무난하게 보낼 듯하다. "정월 대보름에 묵은 나물을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 법"이라시던 우리 조상님들의 말씀이, 그야말로, 거룩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으로 다가오는 2019년 정월 대보름날이었다.
뉴스 보도를 보니, 올해 1월 3일,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달의 뒷면에 착륙한 보양이다. 지구에서 쏘아올린 탐사선이 달의 뒷면에 착륙한 건, 역사상 처음이다. CNN에 따르면, 착륙 시간은 오전 10시 26분이며 착륙 지점은 달의 남극 근처에 위치한 크레이터라고 한다.
이 시각, 몽골 현지에는 이미 해가 졌고, 올해도 어김없이 밤하늘엔 대보름달이 떠올랐다. 남들보다 먼저 대보름달을 보면 운수가 좋다고 한다. 아울러, 달님에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지? 하지만, 올해엔 유년의 이런 추억들이 과학의 발전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는 것만 같아서 유난히 가슴이 쓰리다.
한참 전인 지난 1958년 10월 15일 수요일, 독일 유학생이던 전혜린(田惠麟, 1934년 1월 1일 ~ 1965년 1월 10일)이라는 한국 여자는 일본어로 이런 일기를 썼다. "밤에 문득 달 로켓을 생각했다. / 나는 그것이 언제까지든 실패하기를 빈다. / 영원히 도달할 수 없고, 또 침묵에 갇혀 있는 달이기 때문에 / 이처럼 사람들이 동경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 저 차가운 은빛의 월광(月光), 창백한 얼굴의 달을 보라. / 나에겐, 그리고 누구에게도 영원히 신비롭게 남아 있어 주길! / 과학이란 쓸데 없는 간섭을 하고 기계를 주무르며 / 인간의 꿈을 파괴하고 만다는 대명사인가! // 나는 알고 싶지도 않다. / 달나라에 가고 싶지도 않다. / 그저 그리워하고 싶을 뿐이다. / 다만 꿈을 갖고 싶다."
20세기였던 지난 1958년 10월(무려 61년 전이다)에 전혜린이 느꼈을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밀물처럼 본 기자의 가슴으로 몰려든다. 과학의 발달과 반비례해 인간들의 꿈과 환상이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일까? 이미 이 세상에서 사라진 전혜린이 이 사실을 안다면 과연 무슨 말을 할까?
그러거나 말거나, 과학은 과학, 전통은 전통이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우리 고유의 전통을 우리 스스로 뭉개는 건 너무 서글픈 일 아닌가! 설령, 예년처럼 달님에게 소원을 빈다 한들 어찌 서로 비웃을 수 있으리오! 꿈이란 건 그래서 좋은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2019년의 대보름날 하루가 그렇게 서서히 스러져가고 있었다.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alex1210@epo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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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 회의 동시 통역사인 알렉스 강 기자는 한-몽골 수교 초창기에 몽골에 입국했으며, 현재 몽골인문대학교(UHM) 한국학과 교수로서 몽골 현지 대학 강단에서 한-몽골 관계 증진의 주역이 될 몽골 꿈나무들을 길러내는 한편, KBS 라디오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으로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지구촌에 몽골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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