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코로나라는 큰 산의 정상이 보일듯하다.

사람이 모일때마다 '사회적거리두기'를 의무적으로 해야했고 4명이상 모이면 안되며

저녁9시가 넘으면 문을 닫고 영업을 마감해야했던 반 강제적인 규제가 하나씩 둘씩

사라지고 있는중이다.

적어도 2년을 훌쩍 넘기고 남아있던 코로나의 흔적이 기나긴 시간후에 찾아온 봄의 꽃소식과

더불어 찌푸린 얼굴을 펴고 있는 중이란 얘기이다.

그래서일까?

이곳 저곳에서 폭죽 터지듯 터져나는 개화소식과 맞물려 그동안 미루고 연기해왔던 운동회

개최 소식이 봇물을 이룬다.

이달씨는 40대 후반의 학부형이다.

장가를 늦게 갔기에 슬하에 자식이 있지만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6살짜리 유치원생

딸이 전부였다.

이달씨는 누구보다 달리기만큼은 잘 할 자신이 있었다.

지금이야 직장생활에 쩌들어 그렇지만 한때는 100미터를 12초대에 주파했을 정도였다.

물론 입사 초기에 사내 체육대회때 각종 달리기 대회를 휩쓸었던적도 있었다.

결혼전이었고 자식들을 거느리기 훨씬 이전의 일이긴 했지만서두...

그런 이달씨에게 먼저 유치원에서 친서(?)가 당도하였다.

"이번 운동회때 사랑반 대표로 릴레이 선수가 되어 주십시요"

이달씨는 흔쾌히 허락하였다.

달래 '이달'씨가 아니라 이어달리기의 이달씨가 아니든가?

'까짓 내가 40대라지만 그까이꺼 뭐..'

자신감으로 허락한 릴레이 선수자격이었다.

이달씨는 가뿐했다.

"우리 공쥬 이 아빠가 일등해서 니 상품 타 줄꼬마"

유치원 앞 공원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참가한 학부형들의 연령대가 분명 20대후반이거나 30대초반일텐데도 운동회의 피날레를

장식할 이어달리기의 선수들을 살펴보니 무조건 우승각이다.

다들 뚱뚱하거나 빌빌하다.

이달씨는 릴레이의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서 기분좋게 결승테이프를 끊었다.

"울 꽁쥬아가씨! 이 아빠 우승한다켔쥐?"

자신감 뿜뿜이었다.

그리고 꼭 일주일후에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도 릴레이 선수를 모집한다는 전갈을 접하게 되었다.

이번 운동회에서는  릴레이 우승시 상금도 있단다.

거금50만원의 상금과 상품은 학부형들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지원자가 폭주했다.

"그렇지 이런 경기에서 이겨줘야 그게 챔피온인거야"

이달씨는 이를 악물었다.

"울 아들! 이 아빠가 우승하는 모습 보여줄테니 딱 기다려!"

그리고 유치원 운동회때 신었던 운동화를 과감히 처분하고

30만원짜리 나이키 런닝화까지 구입하였다.

"봤지? 이 아빠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운명의 그 날이 왔다.

청군과 백군 그리고 홍군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청군500점 백군600점

홍군이1000점이었다.

물론 이달씨가 속한 아들래미의 팀은 청군이었다.

곧이어 벌어질 릴레이의 배점은 600점이었고 청군은 무조건 우승을 해야하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초반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치열했다.

그리고 막판 마지막주자로 이달씨가 나서는데 선행주자가 맨 앞으로 튀어나와 막대를

건네주었다.

'오호랏! 이제 우승은 나의 것'

후발주자를 힐끔 쳐다보니 여차하면 추월할 기세다.

'달려라..속도를 내자'

눈을 떳다.

여긴 어디?

병원 응급실이었다.

상금50만원과 상품이 품 안에 들어왔다가 그 무게를 감당치 못했는지 시선만 결승테이프로

직행했고 무거운 다리는 땅속을 파고들어가는 바람에 그라운드가 솟구쳐 얼굴을 때렸다.

하필 때려도 앞니를 때려대서...

이제 이달씨는 이름을 바꿔야한다.

이달이 아닌 이빨로..

▲ 운동회의 피날레는 항상 이런건가요?  ©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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