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月影 이순옥
익숙한 감정이 심장을 와작와작 씹어 먹고 있었다 따끔한 것 같기도 하고 아픈 것 같기도 해 물끄러미 발끝만 응시하고 싶어지는, 그런
아픔이란 그런 거 바람이 불었다는 이유로 목이 탄다는 이유로 꽃이 향기롭다는 이유로 문득 손톱이 갈라졌다는 이유로 울컥할 수 있다 상처란 그런 거라서
깨진 것도 비참한데 깨졌다는 사실마저 숨겨야 한다는 건 부서져 날카로운 그 단면마저 어떻게든 감춰라 요구받는 건
긴 세월의 침묵이 흘렀다 침묵보다 더 두려운 적막 적막보다 더 두꺼운 고요가 흐른 뒤
조금 불편한 기억 무료함으로 게을러 진 사람들과는 다르게 시곗바늘은 아주 성실하게 움직여 지난날 악몽이 퇴장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감정의 끝물만이 넘실거리며 마음 전체를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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