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러시아 경찰, 철통 보안 경계에다 탐지견(犬)까지 동원해 그야말로 완전히 일촉즉발의 전쟁 발발 직전 상태 돌입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 기사입력 2014/01/20 [07:43]

[특파원 리포트]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러시아 경찰, 철통 보안 경계에다 탐지견(犬)까지 동원해 그야말로 완전히 일촉즉발의 전쟁 발발 직전 상태 돌입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 입력 : 2014/01/20 [07:43]

【이르쿠츠크(러시아)=브레이크뉴스 강원평창2018】
벌써 러시아 입국 나흘째를 맞는다. 어떻게 된 게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 인터넷 사정이 몽골보다 더 열악한 듯하다. 자꾸 끊긴다.

몽골 울란바토르(UB)에서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로 오는 길은 국제열차로 꼬박 33시간이 걸릴 정도로 그야말로 멀고도 먼 길이었다. "비행기로 가면 될 걸, 웬 열차?"라는 말은 하지 말자. 지정된 날짜, 지정된 시각의 국제회의에 참석하러 본 기자가 움직인 건 아니지 않은가?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1. 국제열차 각 개차를 연결하는 중간 연결 통로에 눈이 쌓여 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2. 국제열차 맞이방 상단에는 이르쿠츠크 현지 실외 온도가 영하 21도로 기록됐다. 체감 온도는 그보다 더 낮았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러시아 영토가 방대하니 멀었던 것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도착한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공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르쿠츠크 역 청사 주변에 러시아 경찰이 엄청나게 깔려 있었다. 철통 보안 경계에다 탐지견(犬)까지 동원돼 그야말로 완전히 일촉즉발의 전쟁 발발 직전 상태 같았다.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3. 이르쿠츠크 역 청사 주변은 철통 보안 경계에다 탐지견(犬)까지 동원해 그야말로 완전히 일촉즉발의 전쟁 일보 직전의 상태로  돌입한 듯한 러시아 경찰이 곳곳에 눈에 눈에 띄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동계올림픽 안전을 위해 철통 경계가 필요하긴 하겠으나 이거 좀 너무한가 아닌가 했다. "너희들 눈에는 내가 테리리스트로 보이니?" 라는 반발 심리도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숙소로 계획했던 이르쿠츠크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본 기자의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또 폭탄 테러야?" 요컨대, 오는 2월7일 개막되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소치에서 550㎞ 떨어진 러시아 남부 자치공화국 다게스탄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 9명이 다쳤다는 보도가 러시아 현지 TV 화면에 뜨는 것이었다.

사안이 사안인만큼 TV화면에 집중하고 있노라니,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화면에 등장해 발언에 나섰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과 관객들의 안전 보장이 우리 러시아가 지향하는 목표"라고 전제한 푸틴 대통령은 "우리 러시아가 두려움 속에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는 이루어지고 우리 러시아는 그것에 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

오늘 소식을 들으니 러시아군이 테러리스트 7명을 사살했다던데 요컨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이 정답이긴 정답이다. 지난해 12월에도 볼고그라드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나 30여명이 숨졌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또 테러가 일어났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테러리스트들은 좌우지간 때려 잡아야 한다. 본 기자는 그렇게 믿는다.

좌우지간, 러시아 현지 분위기도 그렇고 본 기자의 느낌도 별로 좋지 않아서, 숙소를 묵기로 계획했던 이르쿠츠크호텔에서 즉시 앙가라호텔로 옮겼다. 앙가라호텔은 이르쿠츠크호텔에 비해 일단 건물 규모가 넓고 커서 비상 상황 시 안전 보장에 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4. 앙가라호텔은 이르쿠츠크호텔에 비해 일단 건물 규모가 넓고 커서 비상 상황 시 안전 보장에 좀 더 효율적인 듯이 보였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5. 아아, 아름다운 이르쿠츠크의 밤이여!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이르쿠츠크 의회 건물이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사실, 본 기자가  러시아 현지로 떠나 오기 전 일부 몽골 한인 동포들에게 "러시아 현지 취재를 떠난다"고 알렸을 때, 그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강 형, 러시아 현지 분위기 별로 안 좋은데 굳이 가야 하겠소? 가야 하겠다는데 뭐라 할 수는 없소만, 거 몸조심 하시오. 폭탄 테러 때문에 거기는 지금 비상이라던데?"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본 기자를 이렇게 생각해 주는 한인 동포들도 있었던가?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인명은 재천이다. 본 기자는 스스로 자신을 위로했다.

그런 상황에서, 막상 러시아 현지에 도착하고 나니, 몸이 날아갈 듯 컨디션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이 몸 상태로 , 이 기세로 모스크바까지 가도 되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곧 있을 대학 캠퍼스 개강이 마음에걸리기는 걸렸으나 일단 모스크바까지 가서 비행기로 몽골로 되돌아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본 기자가 이르쿠츠크 현지에 도착한 날 오후부터 하늘에선 눈이 내렸고, 하늘에는 해가 보이지 않았다. 하여튼 줄기차게 내렸다. 본 기자가 질려버릴 정도였다.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 康成)가 일본 니가타현의 조그만 마을인 유자와의 일본 전통 여관 '다카한'(高半)에서 써댔다던 설국(雪国)의 문장들이 떠올랐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 夜の底が白くなった. 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 康成)가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왔더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역시, 질려버렸을 것이다.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6. 이르쿠츠크 예술 박물관이 하얀 눈에 덮여 있다.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7. 이르쿠츠크 현지에는 몽골의 독립 영웅 수흐바타르 거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8. 이르쿠츠크 시내에는 천주교 성당이 눈에 띄었다. "성모 마리아여. 임종모양 무거운 이 밤을 물리쳐 주소서! 그리고, 아름다운 새벽을, 저마다 내가 죄인이로라 무릎 끓을, 저마다 참회의 눈물 뺨을 적실, 아름다운 새벽을 가져다 주소서!"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9. 러시아 이르쿠츠크에는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이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었다. 따라서 지난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몽골에서 철거된 레닌 동상이 지구상 유일하게 남아 있던 레닌 동상이었다던 국내외 언론의 보도는 명백한 오보이다. 동상 앞에 놓인, 눈에 파뭏힌 꽃다발이 이채롭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10.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가 이르쿠츠크에 남아 있는 레닌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반복하거니와,  러시아 이르쿠츠크에는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의 동상이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었다. 따라서 지난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몽골에서 철거된 레닌 동상이 지구상 유일하게 남아 있던 레닌 동상이었다던 국내외 언론의 보도는 명백한 오보이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본 기자가 러시아 현지 방문을 강행한 이유는 이렇다. 국제체육기자연맹(AIPS) 공인 기자들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활동이 비교적 자유롭다. 오는 2월 7일 개막되는 소치올림픽 현장으로 날아가 올림픽조직위원회 한 켠에 마련된 국제체육기자연맹(AIPS) 사무실에 아이디카드 신청을 하기만 하면 아이디카드가 발급돼 원하는 경기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다. 하지만, 동계올림픽 기간은 몽골 대학 현지 캠퍼스 강의가 진행되는 학기 진행 기간과 겹친다. 이에 본 기자는 꼼짝없이 학기 강의에만 진력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러시아 소치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 이전이라도 러시아 분위기를 파악해 보도하고 싶은 의욕이 있었던 거다. 솔직히, 러시아 현지 테러 사건은 그리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러시아 현지로 몽골 토요한글학교 교감의 누리 편지가 본 기자의 누리 편지 계정으로 도착했다. "잊지 않으셨죠? 토요한글학교 교사 세미나 1월 하순에 진행됩니다. 일찍 돌아오시길 ...."

솔직히, "아이고, 우리 김 교감님 집요하시네!" 라는 생각이었다. 몽골 현지에 있을 때 귀띔을 받긴 했다. 하지만, 한글학교 교사 세미나에 본 기자가 없다고 몽골 토요한글학교가 잘못 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그때부터 본 기자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거 어쩌나,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모른 척하고 그냥 모스크바로 그냥 날아가 버려? 하지만, 몽골 현지 한인 동포 자녀들의 한민족 정체성 진흥을위해 마련된 세미나인데 모른 척 할 순 없는 거 아닌가!" 밤새 고민을 했다. 

결국, 몽골 복귀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왜냐. 본 기자에게는 한민족 동포 자녀들의 정체성 진흥 노력이 우선 순위이니까! 다른 것은 그 부차적인 문제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복귀 일자? 당연히 비밀이다. 하지만, 러시아 현지를 뜨기 전에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세계에서 제일 깊다는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는 꼭 보고 가야 했다. 즉각, 이르쿠츠크 역 청사 부근으로 가서, 바이칼 호수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참 전에, 러시아어를 배워 둔 자신이 본 기자는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바이칼 호수 유람기는 추후 정리해서 따로 올릴 예정이다.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11. 바이칼 호수로 이르는 양 길가에는 눈 덮인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12. 바이칼 호수를 순회하는 유람선이 출발 대기 중이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13. 바이칼 호수 유람선 선실 내부에는 대한민국 국기 태극기, 러시아기, 몽골기가 조화를 이루며  휘날렸다. 바이칼 호수는 원래 몽골 영토였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한편, 지난해 11월 13일 대한민국을 방문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Влади́мир Пу́тин)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기간 중 대한민국과 러시아 사이에  '한-러 간 단기 사증(査證=비자=Visa) 면제 협정'이 체결됐고, 드디어 올해 1월 1일부터 발효에 들어갔다.

따라서, 본 기자의 러시아 현지 방문은 러시아 사증(査證=비자=Visa) 신청이라는 번거로운 절차 없이 이뤄졌다. 소련 탱크가 한반도를 유린하던 6.25사변은 아직도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인데, 대한민국 사람들은 러시아 사증(査證=비자=Visa) 없이 러시아를 안방 드나들듯이 하게 됐으니 일단 세상은 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를 가다 14. 강외산 몽골인문대학교(UHM) 교수(본지 몽골 특파원 KBS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가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에서 보도 기사 작성 중 포즈를 취했다.   ©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결론적으로, 앞에 쓴 러시아 현지 테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현지 국민들은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현지 상황 전달로 본 기자는 글을 마무리한다.

아무쪼록, 코앞으로 다가온 소치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진심으로 기원하다. 4년 뒤엔 우리 대한민국 평창 차례이다. 아아, 2014년 1월도 이제 종말도 치닫는다. 이 기회를 빌려 한-러시아 우호 증진이 더욱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alex1210@epo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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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 회의 동시 통역사인 알렉스 강 기자는 한-몽골 수교 초창기에 몽골에 입국했으며, 현재 몽골인문대학교(UHM) 한국학과 교수로서 몽골 현지 대학 강단에서 한-몽골 관계 증진의 주역이 될 몽골 꿈나무들을 길러내는 한편, KBS 라디오 몽골 주재 해외 통신원으로서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지구촌에 몽골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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