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제가
궁도를 취미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대에 서보지도 못했고, 활 한번 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홀린 듯 다가간 것은,
그 앞에서 턱을 받치고 뚫어져라 응시한 것은,
저 과녁을 보자
제 삶의 과녁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향해 생의 화살을 겨누고 있는지,
혹여 엉뚱한 과녁을 조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도장의 저 과녁은
선명하고 번호도 있어 쉽게 확인이 되는데
제 생의 과녁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안개속의 물체처럼 희끄무레할 뿐입니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너무 소홀히 했습니다.
생의 과녁은 애당초 희미하고 흐릿해
자주 들여다보고 닦아 줘야 하는데,
그동안 엉뚱한 데 바빠
오랫동안 보지 못하고 방치해 왔으니...
생각해보면
활만큼 중요한 것이 과녁입니다.
아니 활보다 더 중요합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익혔다해도
과녁이 보이지 않으면 쏠 수가 없으니까요.
잘못하면 오히려 자기 자신을 쏠 수도 있으니까요.
궁도장에서 저 과녁을 관리하듯
나 또한 내 생의 과녁을
안경알 닦듯 자주 닦고 관리해야 한다...
궁도장 과녁 앞에 서서 반복한
제 생의 과녁에 대한 다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