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니가 거기서 왜?

02/24 니가 거기서 왜?

최병석 | 기사입력 2024/02/24 [01:01]

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니가 거기서 왜?

02/24 니가 거기서 왜?

최병석 | 입력 : 2024/02/24 [01:01]

비역씨가 나이를 먹었다.

정작 나이드신 분들이 듣는다면 번데기앞에서 주름잡을 일

일테지만 비역씨가 나이를 먹긴 먹은 듯 하다.

그도 그럴것이 비역씨가 대학입학후에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가서 이리저리 채이다가 제대란걸 했다. 

그리고는 다시 복학이다.

복학을 했더니 온통 다 동생들 세상이다.

비역씨가 잠시 잠깐 군대에 가 있는 동안 그 짧은 시간에 참

많이도 변했다.

비역씨가 보기엔 엄청 짧았던 시간이었건만 저들이 보고 느끼기엔 그렇지 않았나보다.

비역씨를 바라보는 눈빛이 다들 다르다.

겉으로는 연장자를 우대하는 모양새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알수없는 세대의 겉 테두리에 서 있는 비역씨다.

같은공간 다른나라에 와 있는 비역씨다.

내뱉는 말마다 이해불가,소통불가 온통 물음표다.

분명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건만 해외에 있는게 아니라

국내의 한복판에 있건만 느낌은 <따로 또같이>다.

반은 알아듣지만 반은 모르겠다.

모임 때도 비역씨는 겉절인 상태다.

요즘은 어딜가나 죄다 마라탕,마라상궈다.

언제부터 우리민족이 마라에 미쳐있었나?어디 그 뿐인가?

간식으로는 죄다 탕후루다.

과일에 설탕을 웬간히 들이붓지 않고서야 사탕처럼 변신한 과일꽂이가 꼿꼿이 서 있을 이유가 없다.

비역씨의 입맛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비역씨의 입맛은 뜨끈한 국밥과 순대국이 좋았다.

대다수인 동생들을 이끌고 허름한 국밥집을 찾아 헤맨다.

어쩌다보니 군대 갔다가 돌아온 늙은선배가 되어버렸다.

오늘도 뜨끈한 국밥에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고 아끼는 동생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예비군훈련 소집영장이 눈에 띄었다.

사실은 아마도 진작에 당도했을 영장이었을텐데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비역씨의 상황을 간파하신 그의 어머니께서 눈에 잘 띄도록 현관문에 붙여 놓았던것이다.

현관문을 들어서는 비역씨에게 신신당부로 내일 아침에 훈련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셨다.

비역씨는 마지못해 그저 "네"라고 대답만 할 따름이었고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뜨끈한 국밥에 말아올린 막걸리의 취기로 침대에 쓰러지기 바빴다.

갑자기 귓전을 때려대는 시계의 알람소리에 번쩍 정신을 차린

비역씨였다.

'맞다! 예비군훈련~'

아직도 살아 숨쉬는 군인정신이 알람소리에 살아났다.

몸 한 구석에 돌아다니던 취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비역씨는 뻣뻣한 군인으로 변해버렸다.

순식간에 군인이 되어버린 비역씨가 예비군훈련장으로 발걸음을 돌려버린 아침 총시간은 정확히

5분이면 충분했다.

마치 현역시절의 5분대기조가 살아서 나타난 모양새였다.

의기양양하고 보무도 당당하게 비역씨가 예비군훈련장에

승용차의 앞머리를 디밀었다.

비역씨는 이때만큼은 승자의 기분이었다.

아직도 도착하지 못한 죽어있는 군인정신의 쫄다구들은 가라!

비역씨가 휘파람을 불어대며 준비물을 챙겼다.

비역씨의 준비물들은 아직도 군인정신에 물들어 있는 게 확실했다.

확연한 얼룩무늬에 견고한 이름표,자랑스럽게 붙어있는 사단마크와 그 어려운 공수훈련을 마쳤다는 독수리모양의 

문양이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랏?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아뿔싸!

챙겨온 워커가 이상했다.뭔가 묵직했어야 할 군화가 요상스럽게 날렵했다.

망했다! 챙겨온 군화는 비역씨의 누나가 그토록 아끼는 투박하고 거친 느낌의 유명브랜드의 명품워커였다.

비역씨의 훈련에 차질이 생겼다.

비역씨의 군인정신은 예비역으로 타당한 게 맞긴 한걸까?

예비군훈련장에 한숨소리가 가득하다.

▲ 작가 최병석     ©강원경제신문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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