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어깨를 피자

02/10 어깨를 피자

최병석 | 기사입력 2024/02/10 [01:01]

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어깨를 피자

02/10 어깨를 피자

최병석 | 입력 : 2024/02/10 [01:01]

태자씨는 잠이 많다.

잠의 종류가 많지만 그 많은 잠중에 특히 아침잠이 많다.

소위 말해서 그는 아침형 인간이기보다는 저녁형 인간이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태자씨는 아침에는 잠 때문에 맥을 못춘다.

눈꺼풀이 내려앉고 비몽사몽으로 흔들리는 정신상태로 잠에 취한 채로 아침을 맞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태자씨는 출근길이 두려웠고 아침이 싫어졌다.

번번이 지각도 다반사였다.

이러다 지각대장으로 낙인이라도 찍힐까 염려스럽기만하다.

아닌게 아니라 회사에서는 태자씨를 바라보는 눈빛에 지각이라

는 의심을 슬며시 집어넣는 중이었다.

태자씨의 거의 몸부림에 가까운 평소보다 이른 출근길에 대고

다들 비아냥거리기 일쑤였다.

"어랏 태자씨! 오늘 뭔 일이 있어?"

태자씨는 극도로 피곤했다.

순전한 아침 잠의 스트레스에 더해지는 동료들의 야유와 회사전반에 걸친 지각자에 대한 엄격함이 그 이유라면 이유였다.

당연히 태자씨는 회사에 나가기가 싫었다.

어떡하면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괜찮은 지가 그에게 최대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렇게 잠때문에 힘이 들어하는 그의 나이는 꽃다운 이팔청춘.

한창 햄버거와 피자같은 치즈가 듬뿍 들어간 고함량 즉석식품이 좋아 죽겠는 그런 나이다.

오늘도 그 어려운 출근길의 시험(?)을 통과하고 회사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귀가할 수 있게 된 자신을 위해, 뜨거움에 놀라

찐득하게 늘어지는 치즈가 예술인 피자를 주문했다.

태자씨는 여건만 허락한다면 이런 맛있는 피자를 날마다 매끼니로 해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성이 여씨에 이름이 태자인 여태자씨는 이렇게 아침 잠이 많은게 혹시 이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모님께 원망어린 시선을 수십 아니 수백번 날려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원망은 서로에게 상처뿐이라는 사실을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되고보니 이제는 이 태자라는 이름을 잘 살려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태자씨는 피자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아침에 출근을 안하려면 내가 사업체의 주체가 되면 되지 않을까? 이참에 이 맛난 피자를 내가 구워 팔면 되겠네!'

그런 그가 고민하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피자집 이름을 떠

올렸다.<여태피자>혹은 <태자피자>둘중 하나로 정하자.

태자씨가 심각하게 회사퇴직을 염두에 두고 창업을 고민하더니

꿈을 꾸게 되었다.

태자씨가 아직 어른이 되기 한참 전에 세상을 떠나신 그의 아버지께서 꿈속에서 그를 찾아오신 것이다.

평소에 그리도 보고 싶었지만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으셨던

그의 아버지였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피자집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그를 칭찬해주시며 맛있는 피자를 만들 레시피를 비교적 상세하게 일러주었고 피자집 이름도 정해주었다.

때자씨는 혹여 일러준 레시피를 까 먹을까봐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머리맡의 공책에다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그의 아버지가 일러준 피자집의 이름은 <어깨를 피자>였다.

태자씨는 환호했다.

이름을 하필 <여태자>로 지어줘서 나름 힘이 들어 원망했던

아버지가 홀연히 나타나 그야말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니

없던 날갯죽지에 커다란 날개가 돋아난 느낌이었다.

태자씨는 당장 사직서를 작성했다.

회사에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출근하기 어렵다고 구두통보만

던져놓았다.

그리고는 냅다 단골 피자집으로 향했다.

물론 꿈속에서 확인한 레시피가 적힌 공책을 지참했다는 사실을 빼 놓을 수는 없다.

그리고 한창 바쁜 피자집 사장님께 공책에 적힌 레시피대로 시전해주기를 간구하고 또 간구했다.

너무나도 귀한 단골손님의 요구를 거절할 수없는 사장님이 신중하게 레시피대로 <어깨를 피자>의 최초제품을 만들어 냈다.

피자집사장님과 태자씨가 감격했다.감동의 물결이다.

그리고 이내 풀이 죽었다.피자맛이 아니다.

만들어진 시제품은 피자가 아니라 그저 부침개정도였다.

"어어 이럴리가 없는데..."

급실망한 태자씨가 난감해하는 피자집 사장님을 앞에 두고

머쓱해하며 내뱉은 말이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깨자마자 호기롭게 작성했던 사직서는 아직

서랍속에 두는게 맞는일인것 같다.

 

여태자씨의 꿈속에서 피자의 레시피를 알려준 그의 아버지는

태자씨의 절실함에서 비롯된 또다른 그의 자아였던 것?

그러고보니 태자씨는 아직도 여태 자고 있다.

 

▲ 작가 최병석     ©강원경제신문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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