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아픈일기

04/27 아픈일기

최병석 | 기사입력 2024/04/27 [01:01]

최병석<돌아온 콩트IN고야?>-아픈일기

04/27 아픈일기

최병석 | 입력 : 2024/04/27 [01:01]

 규직씨가 수많은 알바직을 전전하다가 시간제나 일용직이  아닌 정규직직원으로 상황이

바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그가 집에서 꽤나 먼 거리에 있는 직장까지 차도 없이 BTS(BUS,,TAXI,SUBWAY)에 의지한 채

여러달,여러해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오직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 뿐이었다.

사실 집에서 버스와 전철로 1시간반에서 2시간에 걸쳐 출퇴근을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말이 2시간이지 출근시간에는 5분이란 시간때문에 3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규직씨는 항상 새벽에 일어나 출근시간을 준비해왔다.

그러다보니 <회사 출근 1등>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허긴 학창시절에도 보면 학교에서 멀리 있는 친구들이 항상 미리 와 있었고 가까이 사는 친구들은 늘상 지각하기 일쑤였긴했다.

약속을 해도 항상 일찍 와 있을것 같은 근처의 친구들보다 먼곳에서 오는 친구들이 먼저 와

있었던 기억.

규직씨의 집이 회사에서 멀었기 때문에 출근시간이 자연스럽게 빨랐다는 점이 동료직원들이나 팀장급들의 눈에 좋게 보일 수가 있었다.

규직씨는 부지런하고 일할 준비가 남들보다 더 잘 되어있다는 모습에서 점수를 딸 수 있었던

것이다.

어찌되었건 부지런하고 성실한 건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긴 하다.규직씨니까 가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왜냐하면 사실 그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정규직도 아닌 비정규직으로 일찌감치 서둘러 지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되레 집이 멀기 때문에 지각은 당연하고 그 이유를 찾기에 급급할 수도 있었다.

암튼 회사에서는 이 성실한 규직씨를 어여삐 봐주기에 이르렀고 결국 정규직사원으로 채용하는데 지원을 아끼지않게 되었다.

  규직씨의 정규직 점프가 이뤄지는 날 부서회식이 있었다.팀장을 비롯한 부서 동료들이 모두들 기뻐해주고 축하해주었다.

회식이 있던 다음날 출근을 완료하고 아침 미팅시간에 팀장의 업무지시가 끝나는 싯점에 규직씨에 대한 회사의 배려가 공개되었다.집이 멀어 출퇴근이 곤란했을 규직씨에게 새 차는 아니지만 영업용 소형밴을 탈 수 있도록 허락이 떨어진 것이다.

규직씨가 감동했다.회사의 배려에 굳은 결심을 하였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보답하겠습니다 '

규직씨가 회사에서 내어 준 소형밴을 갈고 닦으며 애지중지하였다.새 차가 아니었는데도 규직씨가 이 차를 접하고 나서는 이 차는 늘 번쩍이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모두들 규직씨를 칭찬했다."자기 차도 아닌데 회사 차를 저렇게 깨끗하게 관리하다니 역시 규직씨야!"

그런 규직씨가 모처럼 친구모임엘 가게 되었다.규직씨는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회사차를 타고 다니는 게 용납되질 않았기에 집앞에 차를 잘 키핑하여 둔 채 버스와 전철

을 이용하여 모임장소로 향하였다.비 정규직을 전전하며 재정적인 단절상태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이젠 정규직으로 비교적 일정한 수입과 간헐적인 보너스에 짭짤한 복지혜택을 등에 업은 상태에서 다시 보니 술맛이 달고 달고 달디 달았다.

술맛이 달면 그 날은 어떻다고? 그랬다.이 날 규직씨는 술집의 정규직 사원도 아닌데 얼핏보면 음식점의 술을 모두 해치워야 하는 의무감에 젖은 것처럼 술이 떡이 되어 버렸다.

결국 술은 멀쩡하던 규직씨의 형체를 퍼질러진 떡처럼 집구석의 침대에 눕혀버리고야 말았다.

 

하도 머리가 아파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떳더니 밖이 환하다.

"아뿔싸!이거 회사에 늦은거 아녀?"

급하게 핸펀을 집어들고보니 다행히 오늘은 주일이다.

정신을 차리고 추리닝을 주섬주섬 걸쳐입고 문밖을 나서는 규직씨가 깜놀해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누군가 규직씨 차의 보닛위에 심하게 토를 해 놓았다.

한군데도 아니고 두세군데에 아주 볼품이 없는 상태였다.

'아이 참 이거 대체 어떤 시발XX가 남의 차에다 이런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거여?"

규직씨는 휴일 아침부터 그 누군가에게 속 시원한 욕지거리를 실컷 발사해주고는 세차장에

갈 준비를 위해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규직씨가 지갑을 찾기위해 주머니를 뒤지다가 상의와 바짓단 일부에 음식찌꺼기가 묻어있는

흔적을 발견했다

순간 규직씨가 얼어붙었다.'설마 그 주인공이?'

 

규직씨가 냉큼 차 안의 블랙박스를 돌려보았다.

블랙박스에서 기어나온 규직씨의 모습은 가관이었다.비틀거리다가 쏟아내고 손을 집고 헤집고...

규직씨의 입안에서 쏟아져 나온 바로 그 어떤 시발XX가 남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성이 정씨요 이름이 규직씨인 정규직씨의 아픈하루의 일기가

시커먼 어둠속에서 환하게 재생되고 있었다.

▲ 아프다,정말 아프다.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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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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