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봉이는 회사생활의 서러움과 눈물 나도록 짠내나는 하루를 마감하는중이다. 아직 채 반백년도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세상사 늘상 고난만이 대기하고 있는건 아니라는것.. 하나씩 하나씩 어려움을 풀어내다보면 그게 단련이고 삶의 방식이 된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다만 이런 식으로 정신없이 살아내다보니 애인을 만들시간조차 아까와서 마흔넷 먹도록 여태 혼자였다. 회사와 집,다시 집과 회사를 오가는 반복적인 일들의 연속이다 보니 무료하고 무료했고 또 심심했다. '아,무언가 힐링 포인트를 잡아야 할것 같은디 뭐 없을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어릴 때부터 줄곧 쳐다보기만 했던 조립 블럭을 떠 올렸다. 비싸서 당췌 엄두도 못 내었던 그 블럭을 큰 맘먹고 영입하기로 했다. 집으로 블럭이 담긴 다소 큰 박스를 들이는 순간이 왤케 떨리는지.. 언박싱..박스를 열어 쌓였던 스트레스를 블럭에 꿰어 하나씩 하나씩 조립해 나가다보니 시간 가는줄 모르겠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아르키메데스가 아니어도 마봉이는 큰 소리로 외쳤다. "유레카..ㅋㅋ " 마봉이는 이제 신이 났다. 틀에 박힌 하루하루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드나드는 재미는 비할 바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주변에서도 난리다. 얼굴이 활짝 폈다느니,뭐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묻고 묻고 답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그래,이런 식이라면 뭐든 못 할것이 있으려나?' 자신감 뿜뿜거리며 솟구치는 요즘이닷. 오늘도 마봉이는 힘든 회사일을 마치고 어제 채 마무리 짓지 못했던 요새를 기필코 완성 하리라는 일념으로 고고씽! 집에 도착했다. '어라..누군가 다녀갔나 보다!' 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마봉이는 쓰러졌다. 집안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한 켠에 정갈하게 저녁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내 요새..내 요새 어디로 간거지?' 득달같이 어무이한테 전화를 넣었다. "어무이..집에 다녀가신겨?" "근디..쇼파 테이블위에 있던 블록 같은 거 혹 못 봤어?" "그거..그거 봤지,아들! 울 아들 이제 이딴 거 그만하고 장가 가야쥐.." "울 아들 이런 거 하느라 정신 못 차린듯 해서 내가 깨끗이 정리해서 당근마켓에다 무료 나눔했다.." "가져 가신분이 어찌나 고마워 하는지 음료수도 사주고 가더라..그거 냉장고에 넣어놨으니까 꺼내 먹어라,그리고 너 언제 철들꺼냐? 흐이그.." 말끝을 흐리시는 어무이는 참으로 답답하셨나보다. 그러나..이말을 듣고 있던 마봉이는 멘탈이 완죤 무너졌다. "어어엄마~~~!그게 어떤건데 허걱~" 마봉이는 내일 아침 일어나 회사갈 수 있을까?
쌩돈 5백만원 이상의 자금과 시간과 애정이 음료수 한박스에 날아갔다. 우짜쓰까나 ㅠㅠ
<저작권자 ⓒ 강원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콩트집'콩트IN고야'저자(도서출판 신정,2021,10/15초판발행)
교보문고나 인터파크 주문 가능!! 첫시집'먹보들'저자(도서출판 신정,2022,8/15초판발행)
최병석 관련기사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