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간의 설레임10

허필연 미국여행일기

허필연 | 기사입력 2011/12/14 [12:43]

백일간의 설레임10

허필연 미국여행일기

허필연 | 입력 : 2011/12/14 [12:43]

*시카고에서
 
<미영이의 집>

  미영이가 약속을 어기지 않고 위스콘신 우리의 아파트를 찾아왔다.
우리는 우리숙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미영이 차로 예정에 없던 시카고 여행길에 올랐다.

  미영이 차는 일제 지프인데 운전을 아주 거칠게 했다.
하지만 시카고에 도착한 뒤 미영이 운전 솜씨가 결코 거칠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카고로 가는 도중 위스콘신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밀러맥주의 고장 밀워키에 들려 미시간 호숫가에서 조각 같은 하얀 요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아주 예쁜 항구 이었다.
 

▲ 마리나에 정박중인 요트들     © 노장서



밀워키 시내 상가지역에 들려서 점심을 먹었다.
사람들도 많고 옷차림과 꾸밈새도 달랐다. 위스콘신에만 있었다면 미국 사람들은 다 화장도 안하고, 옷도 60~70년대 유행하던 원피스종류만 입고 뚱뚱 한 사람들만 사는지 오해 할 뻔했다.
위스콘신에서 보지 못했던 모델같이 늘씬하고 잘 차려 입은 여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조금씩 사람 사는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미영이에게 귓속말로 나의 느낌을 이야기하자 미영이는 언니는 옷차림만으로는 미국 상류에 속한다고 했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옷차림과 화장술만으로는 우리나라 여자들은 분명 미국 상류 수준인 듯 했다.
 
  우리는 상가네내에 있는 다국적 음식상가중에서 이탈리아식으로 오랜만에 긴 줄을 서서 사 먹었다.

  다시 두시간을 달려 말로만 듣던 시카고. 미국3대 도시중의 하나인 시카고에 도착했다.
기대는 컸다.

  미영이는 미시간 호숫가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변두리로부터 시작해 시내 중심가로 이어지는 강변 아파트는 시내와 가까워질수록 그 가격차이가 심하다고 한다. 미영이 아파트는 원룸인데도 한 달에 월세만 1200불을 내고, 주차비 따로, 물세 따로, 전기세 따로 낸다고 했다. 뭐든지 넉넉하고 여유로운 위스콘신하고는 또 다른 세계였다.

  미영이는 변두리로 나가면 흑인들과 같이 살아야 하고 또 그녀가 하는 아르바이트- 그녀는 컴퓨터 아트 그래픽 석사과정을 공부하는데 인터넷 상으로 명함이나 잡지 표지등을 도안 해준다-에 지장이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자기 격상을 위해서라고 나 할까?

  원룸이라고 해도 부엌 따로, 화장실 따로, 드레스룸 따로 있었다. 우리 세 식구 며칠 머무는데 에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아이들을 쉬게 한뒤 미영과 나는 미시간 호수 산책로를 따라 30분간 조깅 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네이비피어에서>

  네이비피어는 미시간호수의 시카고 시내에 붙어 있는 항구이다.
얼마나 아름답게 꾸며놓았던지 우리는 거기서 필름 두통이나 사진을 찍었다.
시카고를 윈디 도시라고 하더니만 날씨는 화창한데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준호는 꼭 날아 갈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리는 행복했다.
단체 여행처럼 시간제약도 받지 않고 또 든든한 가이드 미영이가 있었으므로 우리는 그곳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커피도 마시고 ,거리 공연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오전을 보냈다.
  
네이비피어는 지금도 내 머릿속에 아름다운 엽서처럼 한 폭의 그림으로 남아 있다.

<아이스크림 집에서>

  미영이가 시카고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스크림 집에 가자고 했다. 얼마나 멋있을까 잔뜩 기대를 하고 찾아가니 시가지 코너에 자리한 스탠드 자석이 몇 개 놓인 허름한 집이었다. 그런데 종업원들은 다 영화에서 본 주방장 모자를 쓰고 있었다. 미영이가 주문을 했다. 얼마나 맛이 있던지 준호는 우리가 사진을 찍는 것도 모르고 컵을 핥고 있었다.

<필드뮤지엄>
  필드뮤지엄도 미시간 호숫가에 자리하고 있으며 자기들 말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라고 한다.
어째든 주차장의 규모만 봐도 기가 질린다

  하루종일 박물관 안에서 돌아다녔다. 미국의 박물관은 아이들이 좋아하게 되어 있었다. 직접 만져보고 시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우리는 점심을 필드뮤지엄 지을 때 많은 돈을 기부해 박물관 내에 식당을 낼 수 있었다는 맥도널드에서 햄버거와 치킨을 사서 먹었다.
아이들은 먹어도 먹어도 질려하지 않았다.

  우리는 거기서 그렇게 오후까지 구경을 했다. 미영이는 내일이 미국의 독립기념일 이라서 오늘 이 근처에 주차하기 힘들다며 아예 박물관 끝날 때까지 나가지 말고 기다렸다가 네이비피어 근처에서 열리는 불꽃놀이를 구경하자고 했다.

  폐관 무렵 박물관을 나서니 호수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 앉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바베큐 준비를 해 온 사람 아이스박스를 들고 온 사람 우리나라 유원지에 풍경과 똑 같았다. 우리도 저녁을 먹어 두려고 마침 열리고 있는 '시카고 오브테스트'-우리나라 야시장쯤으로 여기면 될 것 같다 - 에 같더니만 현금만 받는 단다. 예정에 없던 여행이라 아직 우리는 아이들 아빠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카드를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미영과 나는 있는 달러를 몽땅 털어 아이들을 겨우 먹였다.

  오늘같이 풍성한 날 굶다니.......옆에서 구어 대는 바베큐 향기가 왜 그리 뱃속을 자극하는지 ,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서 어두워졌다.

  미국은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임을 실감케 했다. 부자들은 모두 아름다운 하얀 배에 돛을 올리고 호수 저편으로 배를 띄어 호수가에 앉은 평범한 사람들과 원을 이루었다. 호숫가에 사람들이 저마다 흥을 즐길 때 배에 있는 사람들도 풍악을 울리며 즐기고 있었다.

  드디어 날이 완전히 저물고 간간 이 폭죽이 터져 오르더니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불꽃놀이를 많이 구경하지 못한 준호는 갑자기 박수를 치며 일어서더니 '액설런트'를 외쳤다. 뜻밖의 행동에 미영과 나는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아이들이 그렇게 흡족해 하니 나는 배고픔도 잊고 즐거웠다.

  한꺼번에 밀려든 사람들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했다.

  미시간 애비뉴 하이웨이로 15분이면 갈곳을 한시간이나 돌아 숙소에 도착했다.
 
  김치라면을 끓여 밥을 맛있게 먹고 잘 잤다

<존행콕 빌딩>

  존행콕빌딩은 시카고에서 시얼스 빌딩 다음으로 높은 95층의 빌딩으로 독립전쟁당시 맹활약한 죤 행콕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빌딩이다.
빌딩 1층에 치즈케이크가 굉장히 유명한 집이다. 그 집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 우리는 순번 표를 받고 한시간이나 기다렸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켰는데 그 중에 준성 이가 시킨 스테이크는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육류가 주식인 나라라서 그런지 고기 맛들이 한국의 그 맛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나는 후식으로 나오는 치즈 케이크는 배부른데 왜 먹나 했더니 그 맛 또한 일품이라 사람들은 너도나도 치즈케이크를 주문해서 집에 갈 때 싸 가지고 들 갔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이 빌딩 94층에 가서 미영이가 제일 좋아한다는 칵테일 을 시켜서 마셨다. 아이들은 콜라를 시켜 주고.

  어제 독립 기념일 전야에 시작된 불꽃놀이는 아직도 계속 되고 있었다.
뻥, 뻥 소리가 나서 창 밖을 내다보니 어제와 똑 같은 불꽃들이 퍼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모습을 보려고 사람들은 일부러 창가 자리를 골라서들 앉아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아이라는 특권으로 창가 사람들 곁에 가서 구경했지만 나는 행여 외국사람들 에게 교양 없이 보일 까봐 자리에 앉아 있다가 마침 화장실에 갔다가 보니 화장실 통 유리로 밖이 더 잘 보여서 한참 구경했다.
불꽃놀이뿐만 아니라 저 아래 까마득한 곳에 펼쳐진 시가지의 불빛들을 보려니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일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공중 저 까마득한 거리만큼의 높이에서 요 작은 빌딩의 바닥을 딛고 서있는 것이다.

  장대를 세워 거기에 매달려 있는 것이랑 별반 다를 것이 무어랴.
아, 인간의 멈출 줄 모르고 치 솟는 교만함이여!

  갑자기 땅을 밟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부랴부랴 빌딩을 내려 왔다.

<백화점>

  우리나라도 지금 서서히 시작되긴 했지만 미국엔 쇼핑 몰들이 한곳에 집중적으로 모여들 있었다. 시카고 외곽에 있는 백화점에서 또 하루를 보냈다.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미국의 백화점에는 바스 용품들이 눈길을 끈다. 지저분한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깨끗함을 즐겨 해서 그런가. 아무튼 양초와 바스 제품은 신물나게 구경했다.

  쇼핑을 지겨워하는 아이들은 미영과 사진을 찍으면서 보냈다. 윈도우 쇼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위스콘신에 돌아와서도 나는 메디슨의 백화점 약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샅샅이 누볐다.


<그레이 하운드 고속버스>

  우리는 5박 4일동안 시카고 이조 저모를 구경하고 메디슨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미영이가 차로 태워다 주겠다는 것을 나는 미국의 고속 버스를 타보겠다고 우겨 시카고 고속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그레이 하운드 고속버스 터미널은 흑인 밀집 구역에 자리하고 있어서 버스터미널 종사자들은 거의 흑인들이었는데 서비스는 물론 시설까지도 아주 낙후되어 있었고 흑인 부랑자들이 공포감까지 조성했다.

  터미널에서의 느낌과는 달리 버스는 편안했다. 그런데 그놈의 핸드폰 때문에 귀가 따가 왔다. 흑인 남자 한 명이 한 2시간은 버스가 울릴 지경으로 핸드폰을 해댔다. 그러나 누구 하나 따가운 눈총 보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 . 미국은 그랬다. 그저 자기 몫의 삶만 열심히 사는 것 남이 잘못해도 그것은 그 사람 몫으로 남겨 두는 것이었다. 비록 나는 교양 이 뚝뚝 흘러 넘칠 지라도 상대의 야만 적인 행동을 그대로 묵시하는 것이었다. 이것 이야말로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가.

  미국에 와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은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의 또 다른 의미.
미국에서 비행기를 몇 번 탈 때도 한번도 지연이 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기다리는 사람들도 불평 한마디 없이 그저 기다리는 것이었다. 나는 얼마나 조바심을 했던지.

  깊게 생각해 보면 그 비행기 하나에 수십 명 수백 명의 목숨을 실었는데 그 기다림 쯤이야. 서두르다 죽는 것보단 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딱딱 지키며 사고만 덜컥 내는 국내 비행기들 보다 신용급수가 높은 미국 항공사니까.
  그런데 버스는 또 왜 그리 시간을 안 지키는지. 시간은 지키지 않더라도 아무도 미안해하는 사람 없다. 불평하는 사람 한사람 없었다. 흠 코리안 타임이라고? 글쎄..
우리처럼 빨리 빨리, 정확한 게 없을 텐데......

  시카고에서 메디슨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그 널널 하던 하이웨이에 교통체증 까지 있고 넉넉한 기사 운전 솜씨 때문에 6시간이나 걸렸다. 그사이 기사는 몇 번이나 바뀌었다. 안전 운전을 위해서란다.

  바깥에 질리도록 펼쳐진 옥수수 밭을 구경하면서 옆에 앉은 아가씨와 어설픈 대화를 나누면서 그렇게 메디슨에 도착했다

(see you~~~)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및 그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이들을 비방하는 경우 「공직선거법」에 위반됩니다. 대한민국의 깨끗한 선거문화 실현에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