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논리에 묻혀버린 어느 매정한 섬 이야기

이정배 박사 | 기사입력 2011/12/02 [00:18]

개발논리에 묻혀버린 어느 매정한 섬 이야기

이정배 박사 | 입력 : 2011/12/02 [00:18]


영화 <위도, 2011>

감독 : 백정민


  ‘문화관광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작은 섬이 있다. 산사태로 한 사람이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종구라는 형사가 섬으로 들어간다. 언뜻 보면 친절해 보이는 섬 주민들이지만 뭔가 이상한 구석이 감지된다. 하나의 죽음이 채 잊히기도 전에 원인모를 또 다른 죽음의 사건이 일어난다. 마을 사람들은 이미지 좋은 관광지라는 명성을 지키기 위해 서둘러 자살이나 사고사로 마무리 짓기를 원한다. 

  영화가 굳이 섬이란 제한된 공간을 설정한 이유는 이야기를 집약하기 위해서다. 교도소나 외딴 마을을 영화의 공간으로 설정하는 것 역시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영화는 공간만을 한정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시간 또한 제한한다. 사건이 끝나면 섬을 떠나야 하는 시간의 제한성을 적절히 설정해둔다. 이제 영화의 배경으로 시간과 공간이란 철저한 울타리를 쳐놓았으니 사건만 잘 짜 맞추어 가면 된다. 

  섬 세계는 정치 세계의 단면이다. 한 움큼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의 섬이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체를 위해서는 몇몇 개인이 희생되는 것쯤은 괜찮다고 섬 주민들은 생각한다.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산 것들은 또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살인까지도 정당화시키는 잔인한 논리이다. 

  ‘용서와 화합’이란 문구는 불의한 이들이 툭하면 자신의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문구이다. 군의원은 지난날의 더러운 마을의 기억은 없애버려야 한다고 설득한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떨쳐버리려고 하는 이 때, 뭐 하러 그 지긋지긋한 가난한 그 때로 돌아가려고 하느냐고 주민들을 선동한다. 

  가난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어떤 짓도 가능하다는 ‘개발 최우선의 논리’는 인간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군의원이라는 권력, 공권력이라는 경찰이 함께 개발의 논리 앞에 모여 인간을 죽일 모의를 한다. 그러한 이들을 묵인했다는 점에서 마을 사람 모두가 공범인 셈이다. “개발에 참여만 시켜만 주시면 의원님께 충성을 다해야 하죠.”라며 살인을 방조하는 경찰서장의 슬픈 비굴함에서 현재 우리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를 본다. 

 <영화비평/ 이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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