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감시하는 열등의식

보호본능과 고유 직무 사이에서

이정배 | 기사입력 2012/04/05 [08:26]

타인을 감시하는 열등의식

보호본능과 고유 직무 사이에서

이정배 | 입력 : 2012/04/05 [08:26]




 

영화 : <타인의 삶, 2006>
감독 :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다른 사람의 삶을 감시할 권한이 어디에 있을까? 또한 어디까지 감시할 수 있겠는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으로부터 그 힘을 위임받아 이러한 직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조직이나 기구도 자신의 존재를 유지시키려는 보호본능을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는 보호본능과 본연의 임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그러나 상당부분 보호본능 쪽에 치우쳐 본연의 임무를 가볍게 여기곤 했다. 

  정치 이념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정권은 보호본능을 작동시켜왔다. 영화는 과거 동독 정권이 상대적으로 보호본능을 강화시킨 것에 대해 주목한다. 동독 정권은 개인의 활동을 감시하고 정권의 보호막을 위협하려는 세력이나 개인에 대해 강력한 관리와 통제를 가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한 예술가 부부이다. 감시하는 자와 감시받는 사람의 심리적 관계가 영화가 보여주려는 핵심이다. 

  과거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 때, 사회적 죄과를 이념 탓으로 돌리면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되었다. 그러나 현 시대는 그렇지 않다. 국가가 어떤 이념을 갖고 있느냐는 것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보호본능과 임무 중에서 어디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느냐에 초점으로 두어야 한다. 지금도 여전히 이러한 국민에 대한 감시와 사찰이 일어나고 있다면, 이것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시기능이 강화되는 것은 보호본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보호본능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은 위협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자신의 존재의미와 가치를 내적인 힘에서 얻지 않고 외부적인 물리적 보호막으로부터 얻어내려는 생각을 지녔다는 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과 타인에 대한 상당한 열등의식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비평/ 이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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