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상영금지된 영화

- 리위 감독의 작품들 -

이정배 | 기사입력 2012/07/18 [21:42]

중국에서 상영금지된 영화

- 리위 감독의 작품들 -

이정배 | 입력 : 2012/07/18 [21:42]


'리위(李玉)' 감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먼저 중국이라는 상황 때문이다. 중국에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녀의 첫 작품인 <물고기와 코끼리>는 각본 검열 없이 제작되었다. 흔히 말하는 '지하 전영(영화)'인 셈이다. <물고기와 코끼리>는 최초의 중국 레즈비언 영화라는 명예를 얻었다. 

두 번째는 그녀가 여성 영화감독(최근에는 스스로 레즈비언이라는 것을 밝혔다.)이라는 것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더욱이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이 비평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녀의 작품은 철저히 여성의 시각에서 만들어졌다. 남성의 시각을 반영하여 만든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거칠고 생생하다.

세 번째는 그녀만의 은유가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만든 네 편의 영화는 은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네 편을 모두 보고 나면 서로의 이미지가 실타래처럼 엉켜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일찍부터 그녀의 영화는 '가난'과 '여성'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문법과 색깔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의 <관음산>을 제외하고 초기 세 편의 작품은 모두 상영금지 처분(대외적으로 반드시 상영금지는 아니지만 거의 그런 셈이다. 중국 내에서 정식으로 상영한 극장이 없다.)을 받았다.
 
첫 번째 작품인 <물고기와 코끼리 ; 今年夏天, Fish and Elephant, 2001>는 공개적으로 아예 거론하지도 못한다. 사전 시나리오 검열을 통과하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초기 작품을 관람하기 무척 어렵다.

두 번째 작품인 <둑 길 ; 紅顔, Dam Street, 2005> 작품 역시 몇몇 영화제에 초청되었으나 중국 당국의 은근한(?) 압력 때문에 외국에서조차 개봉이 취소되곤 했다. 이 작품 역시 구하기가 쉽지 않다.

세 번째 작품인 <로스트 인 베이징 ; 苹果, Lost In Beijing, 2007>은 베이징 올림픽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해서 상영 금지된 영화이다. 여러 곳을 삭제하여 상영했지만 역시 금지되었다. 무삭제판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알려졌지만,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 되어 지금껏 중국당국에 묶여 있다가 이제야 상영이 허가 되었다. (2년간 제작 금지명령까지 받았다.)

네 번째 작품인 <관음산 ; 觀音山, Buddha Mountain, 2010>은 2011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선을 보였던 영화이다. 동경국제영화제에서는 ‘최고예술공헌상’을 수상했고, 이 영화의 주연이었던 판빙빙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운 좋게(?) 리 위 감독의 네 작품을 모두 감상했다. 그녀의 작품들 위로 굵은 선이 그어지는 것을 느꼈다.
 
특히 <로스트 인 베이징>에는 어머니, 딸 그리고 아이로 이어지는 여성의 삶의 모습이 굵고 선명하다. 또한 현대 중국에서 베이징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그녀의 작품 속에서 유난히 크게 드러나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가족을 책임지지 않는 불성실하거나 또는 금전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현대 중국 남성과 대비되는 현대 중국 여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품에는 베이징이라고 하는 중심과 시골의 주변 의식, 돈으로 인해 점점 힘이 집중되어 가고 있는 남성과의 대척점에 있는 여성, 어머니로 상징화되어 있는 구세대와 새로운 가치관의 신세대 사이의 상호갈등이 여러 인물을 통해 우수수 일어나고 있다. 

기라성같은 중국의 영화 감독들 틈바구니에서 독립군처럼 뛰어다니는 그녀를 우리는 계속 주목할 것이다.  올해 9월에 개봉할 다섯 번째 영화 <이차노출 ; 二次曝光, Double Exposure, 2012>을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영화비평/ 이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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