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6-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46회-챕터14 <일그러진 꿈> 제3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11/16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6-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46회-챕터14 <일그러진 꿈> 제3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입력 : 2019/11/16 [17: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6-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46회

챕터14 <일그러진 꿈> 제3화

 

 

▲ 제2회 직지 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그녀의 넓은 치마에 붙은 불은 마치, 추수 끝낸 가을 들녘에 들불을 놓은 듯 묘덕의 다리를 향해 돌진하며 타들어갔다. 

 

“안 돼! 어머나! 정신 차리세요. 아씨! 아씨! 정신 좀 차려요! 아씨!”

 

묘덕은 전혀 의식이 없었다. 보다 못한 금비는 죽을힘을 다해 환기구 창틀을 넘어 주자소 안으로 굴러 떨어졌다. 금비가 급히 달려가 자신의 겉치마를 벗어 아씨치마에 붙은 불을 덮어 껐다. 묘덕의 몸에서 흘러나온 역겨운 피비린내가 귀신처럼 공중에 둥둥 떠다녔다. 묘덕은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금비는 얼른 아씨를 품에 부둥켜안았다. 그녀의 낯빛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사지는 벌써 뻣뻣하게 굳어있었고 입과 코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금비가 아씨를 안고 힘껏 뺨을 두드렸지만 의식이 전혀 없었다. 그녀의 한족 뺨은 심한 화상을 입은 채 살갗이 일그러져 있었다.

 

“아……. 아씨……. 세상에, 어쩜 좋아요…….”

 

심한 경련을 일으켰는지 그녀의 화상 입은 얼굴은 까칠한 흙바닥에 쓸려 살갗이 벌겋게 벗겨졌다. 그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다행히 용광로 불은 거의 다 타고 뜨거운 열기만 남아있었다.

 

“맙소사! 온 몸이 피투성이네! 아니. 대체 이게 뭔 일이래요! 아씨! 흐흑! 제발, 눈 좀 떠봐요. 어서! 아흐흑……!”

 

묘덕이 입은 치마 자락에 핏물이 흥건했다. 그녀가 쓰러진 바닥에도 핏물이 흥건했다. 금비는 너무 놀라 눈앞이 캄캄했다.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울며불며 아씨를 안고 소리쳤다.

 

“아씨! 이게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요! 아씨! 제발 정신 좀 차려보세요! 아씨! 아씨! 도와주시어요! 누구 없어요!”

 

묘덕은 의식이 전혀 없었다. 사지는 축 늘어졌다.

 

“아씨! 흐흐흑! 제발 눈 좀 떠보란 말입니다요! 동네사람들! 누구 없어요! 누가 우리 아씨 좀 살려주세요! 제발요! 여기 사람이 죽어가요! 제발 살려주세요! 아씨! 이게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요……!”

 

통곡하며 소리치는 금비의 외침에 놀란 주변 사람들이 집밖으로 몰려나왔다. 장정 하나가 급히 주자소 잠긴 문을 뜯었다. 뒤란으로 달려온 모두는 처참한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이구, 저걸 어째……! 활자장 영감은 아까 해주목에 다녀온다며 떠났는데. 아씨 혼자 남아 그 주잔지 뭔지 그걸 만들다 이 엄청난 일을 당하신 모양이네…….”

 

몰려나온 동네 사람 중 나이든 한 노인이 앞으로 나와 묘덕의 상태를 살폈다.

 

“쯧쯧쯧. 이를 어째……. 연기에 중독된 듯 허이…….”

 

금비가 땀과 눈물이 뒤섞인 얼굴로 물었다.

 

“네? 어르신 그, 그게 뭔 말입니까요?”

 

“쇳물을 녹이다 독한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거 같어……. 빨리 의원을 찾아가봐. 사태가 심상치 않네 그려……. 저러다 일 치르겠구먼.”

 

“네? 그…… 그럼, 어째야 합니까요? 의, 의원요? 네!”

 

“에잉……. 쯧쯧쯧. 너무 늦은 거 같으이. 우선 얼른 업고 가보세…….”

 

노인의 말에 동네 사내가 나서서 묘덕을 들춰 업고 골목 끝에 있는 의원으로 내달렸다.

 

4

 

그 뒤를 금비가 뒤따라 달렸다. 이미 자시(子時)가 넘어 의원은 캄캄했다.

 

‘쾅! 쾅! 쾅!’

 

“이 보십쇼! 문 좀 열어줍쇼! 사람이 죽어갑니다요! 의원나리! 의원나리!”

 

‘쾅! 쾅! 쾅!’

 

한참을 두드리자 잠에서 깬 의원이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이 오밤중에 뉘시오……?”

 

“의원나리! 어서 문 좀 열어주십쇼! 사경을 헤매는 급한 환잡니다요! 의원나리! 급합니다요. 의식이 없는 환자라 이렇게 급히 업고 왔습니다요! 어서 빨리 좀 봐 주십쇼! 시각이 급합니다요.”

 

“알았소……. 저 방에다 어여 눕히시오.”

 

젊은 사내가 묘덕을 건너 방에 눕혀놓고 나갔다. 그 곁을 금비가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지켰다. 의원은 기절한 묘덕의 맥을 짚고 동공을 뒤집어보았다. 피를 쏟은 코와 입안도 살펴보았다. 금비는 의원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금비는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고, 입술을 연실 물어뜯었다.

 

“화상도 아주 심하군……. 아니, 뭐하다 이리 심하게 덴 것이오?”

 

“쓰러지면서 용광로에 스친 듯합니다요.”

 

묘덕의 치맛자락에 흥건한 피를 본 의원은 치마를 올리고 그녀의 하체를 유심히 살폈다.

 

“아니, 이런……!”

 

금비가 또 한번 사색이 되었다.

 

“왜 그러십니까요? 예?”

 

“으흠……. 쩝……. 허어, 이미 몸에서 혈뇨까지 흘렀구만……. 쯧쯧쯧……!”

 

위원은 가망이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곤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오래도록 맥을 짚었다. 이윽고 한숨을 길게 내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의원나리. 우리아씨 어떻습니까요? 괜찮으신 겁니까요? 예?”

 

“에흐, 연독(鉛毒)인듯하오…….”

 

“네? 연독……요? 연독이 뭡니까요? 예?”

 

“납중독이요……. 그것두 아주 급성이구만. 쯧쯧쯧! 너무 늦게 왔소……. 상태가 심각 하구려……. 아니 차림새를 보아하니 귀족집안 부인이신 듯한데. 대체 뭘 하다 이지경이 되었소? 중금속 중독이란 말이오. 쇳물을 녹일 때 발생하는 맹독성 연기를 갑자기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들이마신 것 같소. 지금은 실오라기처럼 겨우 숨은 붙어있지만……. 이 상태라면 폐 기능도 곧 멎을 거요……. 이런 증상인 경우 아기장대 같은 해독처방을 주로 쓰긴 하지만. 것두 환자가 아직 의식이 남아 있고 살아있을 때 얘기지. 쯧쯧쯧…… 안됐지만 이미 너무 늦었소이다…….

 

“아흑! 안 돼요! 아씨……. 흐흑! 아씨……. 갑자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요. 의원나리 그 탕약이라도 빨리 달여 주십쇼. 어서요! 혹시 압니까요? 그거 먹고 우리 아씨가 다시 살아날지.”

 

“쯧쯧쯧……! 참말로 딱하오. 아 글쎄, 너무 늦어 지금은 탕약을 쓰나마나라 하지 않소? 목구멍으로 넘기질 못하는 탕약이 무에 소용이 있겠소이까? 흐음…… 사지는 이미 한식경쯤 전에 마비가 온 듯하고, 호흡기 내부에서 혈관이 다 터져 피가 코와 입 밖으로 흐른 거요. 젊은 부인에겐 안 된 일이지만…… 아마도, 다시 깨어나긴 힘들 거요. 내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내 할 일은 끝났으니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날 밝는 대로 모시고 가시오. 이 지경에서 소생한 사람은 없소이다…….”

 

의원이 침구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자 금비는 그의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졌다.

 

“안 됩니다요! 의원나리. 제발! 탕약이라도 써보게 해주십시오. 제발! 어떻게든 해보십쇼. 제발요! 우리 아씨 이대로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요. 네? 의원나리 제발 우리아씨 좀 빨리 살려주십쇼. 제발! 제발요……. 아흐흑!”

 

“어허……. 이거야 원…… 딱한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손 쓸 아무 방도가 없소이다. 그러니 낸들 어쩌겠소……? 정 그러면 내 탕약은 주겠소만 너무 늦어 별 효험은 없을 테니 큰 기대는 마시오. 그리고 얼굴에 흐른 피나 좀 닦아드리고 날 밝는 대로 집으로 모셔가도록 하시오. 쯧쯧쯧…….

 

자리에서 일어난 의원은 착잡한 얼굴로 묘덕을 한번 더 물끄러미 내려 보다 이내 자리를 떴다. 금비는 혼이 반쯤 나간 채 그녀 머리맡에 앉아있었다. 밖은 밤새 무심한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 다음 주 토요일(11/23) 밤, 47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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