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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4-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14회>-챕터5<활자장 최영감>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4/06 [19: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4-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14회>

 

챕터 5 <활자장 최영감> 1 화

 

 

▲ 불멸의 꽃 챕터5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그의 손은 어느새 묘덕의 아랫배를 지나 풍성하게 우거진 거웃을 향해 다가갔다. 정안군의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묘덕은 꿈인 듯 생시인 듯하다,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앞가슴을 가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안군을 보았다.

 

“나, 나리. 이게 무슨…….”

 

“나, 낭자…….”

 

흥분한 정안군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녀도 꿈속과 현실이 뒤엉킨 것을 알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 낭자. 미…… 미안하오.”

 

그녀는 정안군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혼동했던 자신이 못내 수치스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낭자…… 사실 오래전부터 그대를 사모해왔소. 오늘 밤 내 마음을 받아주시오.”

 

“나리. 그럴 수 없사옵니다. 저는 마음에 둔 분이 있사옵니다.”

 

“알고 있소. 그분이 누구신지 가히 짐작은 가오만. 그분은 세상이 모두 존경하는 불제자시요. 그분이 과연 낭자의 마음을 받아주겠소? 그분은 깊은 불심을 안고 사는 훌륭한 분이오. 그것은 낭자의 일방적 사랑 아니오? 그것은 불가능하오. 낭자 그런 고귀한 분과 그런 사랑이 가당키나 한 일이오? 낭자와 그분의 인연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소. 그건 낭자도 잘 알지 않소?”

 

“설사 그분을 향해 저 혼자 품고 사는 연정이라 해도, 나리는 아니 되옵니다.”

 

“이보시오, 낭자…… 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 그대를 흠모하며 보냈는지 아시오?”

 

“…….”

 

“부디 이 사내의 연정을 차갑게 외면하지 말아 주시오.”

 

그녀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안군은 아침이 훤히 밝도록, 묘덕에게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것을 간청했다. 그동안 많은 나이 차이에도 그녀의 자태에 흠뻑 빠져 홀로 애태웠음을 고백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정안군나리. 나리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사옵니다. 차라리 소녀를 벌하여 주옵소서.”

 

“도저히 안 되는 것이오? 너무하는구려. 낭자…… 참으로 서운하오. 좋소. 허나 내 한 가지 부탁이 있소.”

 

“무엇이옵니까……?”

 

“부디 낭자의 세속적인 마음으로 인해, 그분의 걸어가시는 큰 길을 막지 말길 바라오.”

 

“나리…….”

 

그녀의 젖은 눈을 보자, 정안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햇살이 퍼지자 둘은 오두막을 나와 산을 내려갔다. 그가 묘덕을 절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녀가 간밤 정안군과의 일이 마음 쓰였는지 한사코 산 아래에서 내려 혼자 걸어가겠다고 했다. 정안군 허종도 오늘만큼은 왠지 백운스님을 맘 편히 볼 낯이 서지 않았다. 그는 선원사로 향하는 오솔길 입구에 묘덕을 내려주고 쓸쓸히 사저로 돌아갔다.

 

 

 

 

 

< 5. 활자장 최영감 >

 

1

 

정안군의 말에서 내린 그녀는 오솔길을 한참 올라갔다. 오솔길에도 어느새 가을빛이 완연했다. 곳곳에 물들어가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감을 흩뿌린 듯 울긋불긋했다. 어제 낮부터 오늘 아침까지 겪은 모든 일들이 악몽을 꾼 듯 아득했다. 그녀는 백운스님을 떠올렸다. 정안군과 갑작스러웠던 하룻밤이 묘덕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선원사 입구에 다다랐다. 산 중턱까지 아침안개가 자욱했다. 아침 새소리는 언제나 청량했지만 오늘 묘덕에게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 어쩌면 좋지? 스님께서 밤새 걱정을 많이 하셨을 터인데……. 지금쯤 마당을 서성이고 계시겠지. 뭐라고 말씀을 드리지? 난 왜 이리 조신하지 못한 걸까? 난 대체 누굴 닮아 이 모양이람. 왜 하필 어젯밤에 부끄럽게 그런 꿈을 꿔가지고는…….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감히 정안군 나리께 매달렸단 말인가. 이건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일이야. 스님인 줄 알고 정안군 나리와 내 몸을 마주했다니. 나의 꽃잎처럼 고왔던 순정이 얼룩져버렸어. 바보, 천치…… 아, 다시 주워 담을 수만 있다면. 내가 진정으로 가슴에 품었던 분을 향해 고이 간직했던 정숙함이 한순간에 흩어지고 말았어. 나를 정말 용서할 수가 없어. 장차, 스님과 수춘옹주님 얼굴은 어찌 뵈지? 내 친구 허열의 얼굴은 또 부끄러워 어찌 볼까. 아, 이 일을 어찌해야 좋을까. 아, 할 수만 있다면 아무 일도 없던 그 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묘덕이냐? 묘덕아!”

 

묘덕이 이런저런 고민으로 정신을 놓고 산을 오르다보니 어느새 일주문에 다다랐다. 백운스님의 목소리에 그만 그녀는 깜짝 놀랐다.

 

“너 어젯밤 어디 있다가 이제 오는 것이냐?”

 

백운스님이 달려와 묘덕의 손을 덥석, 잡았다.

 

“몸은 괜찮은 게냐. 무슨 일이 있었든 게냐? 왜 이리 늦은 게야. 어디서 무얼 하다 이제 오는 게냐.”

 

밤새 돌아오지 않는 묘덕이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었던 백운스님은 새벽에 산문 입구까지 나와 서성이고 있던 참이었다. 묘덕이 스님을 보자 급히 고개를 숙였다.

 

“스, 스님…… 어찌 이 먼 곳까지.”

 

묘덕은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길을 오르느라 스님이 저 앞 오솔길을 서성이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였다. 백운스님은 묘덕의 안색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효, 이 옷은 또 뭐냐? 이 다리에 상처 좀 보거라. 대체 어찌된 일이냐?”

 

속살이 여기저기 드러나 있는 상한 옷가지하며 팔과 다리에 긁힌 상처들하며, 얼굴에 멍이 든 자국이 선명했다. 묘덕의 몰골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 게야? 어? 너 혹시 간밤에 무슨 봉변이라도 당했던 게냐?”

 

묘덕은 몸을 주춤거리며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섰다.

 

 

 “스님 사, 사실은 어제 주자소에 들러 심부름을 마치고 산채로 돌아오다 그만 원나라병사들에게 붙들려 끌려갔지 뭡니까요? 기회를 틈 타,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다 다시 붙잡혀 하마터면, 큰일을 당할 뻔 했는데…….”

 

“아이쿠! 저런! 내 예감이 맞았던 게로구나. 내가 그 때문에 밤새 마음을 졸였느니라. 어디 좀 보자. 몸은 괜찮은 게냐? 어디 심하게 다친 데는 없고? 어?”

 

묘덕은 고민했다.

 

‘어디까지 진실을 아뢰어야 할까? 정안군나리 이야기까지 모두 실토를 해야 할까? 아니야…….’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순간 묘덕의 말문을 막았다.

 

“……가까스로 도망쳐 살았습니다. 인근 마을로 숨었다가 잠시 시간을 벌어 다시 돌아오려 했는데……. 저도 모르게 그만 남의 집 헛간에 숨어들어 깜빡! 잠이 들었지 뭐여요. 스님, 걱정 끼쳐드려 정말 송구합니다.”

 

“아효! 저런! 정말 큰일 치를 뻔 했구나. 부처님 은덕으로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어서 들어가자. 아효, 밤새 네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느니라.”

 

간밤에 있었던 묘덕과 정안군의 일은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채 넘어갔다. 시간이 그렇게 또 흘렀다.

 

2

 

계절은 어느새 겨울이었다. 산에 나무들이 뼈마디만 앙상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원나라의 간섭과 압박도 혹한의 겨울처럼 날로 심해졌다. 조공으로 바치라는 처녀의 숫자는 더욱 더 늘어갔다. 어느 날에는, 백운스님이 머문 절에까지 원나라 병사들이 급습해 조공으로 보낼 여자를 물색했다. 그들은 마치 산적들처럼 고요한 산사에 흙바람을 일으키며 아무 때나 급습했다. 병사들은 부처님을 모신 법당 안까지 뒤지며 소란을 피웠다. 공양간과 이곳저곳을 모조리 뒤집어엎고 젊은 여자가 보이지 않자 고개 너머 다른 마을로 흙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다행이 그날 묘덕은 산 아래 마을에 심부름을 가서 그 시각 절에 없었다. 묘덕은 저자거리를 돌며 백운스님의 심부름을 다 마친 후, 주자소에 들렀다. 그녀는 언제부턴가 주자소 심부름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한쪽 눈이 무섭게 생긴 활자장 최영감과도 자주 보니 이제는 편했다. 외모와 달리 활자장 최영감은 자상하고 친절했다.

 

“영감님.”

 

“어? 묘덕아씨 아니시오? 아니, 이 시각에 웬일이시오? 이번에 맡긴 활자는 아직 더 있어야 되는데. 제가 말씀 안 드렸소?”

 

 

 

-> 다음 주 토요일(4/13) 밤, 15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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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06 [19: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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