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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7-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7회>-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8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7/06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7-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7회>-

챕터7<스님……, 가시옵니까?> 제8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7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11

 

“어찌 되었더냐? 윤필암에도 아씨가 안 계시더냐?”

 

윤필암에서 돌아온 행랑아범에게 정안군 허종이 애가 타 물었다.

 

“네, 나리.”

 

“허허! 이거야 원.”

 

“저……. 그런데.”

 

“뭐냐? 어서 망설이지 말고 소상히 이르거라. 어서.”

 

“저……. 소인이 윤필암을 들러 사저로 돌라오는 길에 양평목 용문진 저자거리에서 장을 보고 있던 용문사 공양간 보살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요. 혹시나 싶어 여쭤보았더니 벌써 한참 전에 용문사를 다녀가셨다 하옵니다요.”

 

“무에야? 용문사를? 그것도 이미 한참이나 시일이 흘렀다고?”

 

“예, 나리.”

 

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말이 없었다. 한참 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어디로 가신다 하셨다더냐?”

 

“개경 사저로 돌아가신다 했답니다요.”

 

“그래? 아니 그게 벌서 언제더냐? 이미 한참 지난 이야기가 아니더냐?”

 

정안군은 점점 더 묘덕에 대한 걱정에 마음이 타들어갔다. 이 추위에 너무도 오래 집을 떠나 있다는 것이, 그것도 소식이 묘연한 것으로 보아, 뭔 일이라도 난 것은 아닌지 매일 밤잠을 청할 수 없었다.

 

“그래. 애썼느니라. 고단할 터이니 이만 물러가 쉬고,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용문사로 사람을 보내거라. 아씨가 어디로 가신다 했는지. 달리 다른 말은 없으셨었는지. 가서 소상히 알아오라 이르거라. 알겠느냐?

 

“예, 나리!”

 

정안군의 마음은 갈수록 수렁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허허! 참……! 부인을 혼자 보내는 것이 아니었어. 대체 이 추운 날 어디를 그리 들러 다니고 있다는 것인가. 이거야 원, 당최 마음이 밟혀 살 수가 있어야지.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그는 그날 밤도 묘덕이 걱정되어 밤 새 잠을 설쳤다.

 

“금비야, 못난 나 때문에 너무 지체했구나. 어서 가자.”

 

묘덕은 서둘러 가마에 올랐다. 금비도 다시 보따리 하나를 품에 안고 가마 곁에서 종종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그녀는 가마 속에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모든 것이 다 귀찮았다.

 

‘이제까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려면 얼마나 먼 길을 가야하는 걸까……, 떠나올 때의 마음과 돌아가는 마음의 거리가 이토록 멀다니……. 사람의 마음이란 정녕 어느 것도 함부로 장담할 게 없구나…….’

 

칠장사를 내려와 극락촌 앞에서 가마가 잠시 멈췄다. 가마 밖에서 가마꾼들이 웅성거렸다.

 

“그러니께. 여기가 안성목이긴 해두 시방 맨 끝이여. 진천이 바루 가깝다니께. 이천목으루 갈라믄 다시 며칠 전 온 길로 한참 더 가야 허니께 그러지 말구 진천 고개를 넘어 평택목 샛길로 빠져 개경 쪽 방향을 타고 올라가는 게 워뗘?”

 

이천목으로 해서 개경을 갈 것인지, 진천속현 경계가 가까우니 바로 진천고개를 넘어 천안목과 평택목 사이 지름길로 갈 것인지 고심했다. 한동안 눈 위에 약도를 그려가며 의논한 가마꾼들이 진천 쪽 길을 택했다. 곧바로 질러가는 산을 오를 모양이었다. 가파른 고갯길과 눈길이 위험했지만 한낮에는 지나는 행인들로 인해 눈이 제법 녹았으리라 짐작하며 다시 출발했다.

 

12

 

묘덕은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아 가마 안에 고요히 기대 있었다. 무수한 고개를 올라가고 내려왔다. 양지쪽에는 눈이 제법 녹았지만 그늘에는 아직도 하얗게 쌓여 가마꾼들과 금비는 짚신에 새끼줄을 꽁꽁 동여매고 조심조심 고개를 넘었다.

 

“휘요-! 거의 다 넘었수. 저 고개만 넘으면 마을이 나올 거요.”

 

금비도 가마꾼도 힘을 내서 마지막 고갯길을 내려갔다.

 

“하이구! 죽것다. 예서 좀 쉬었다 갑시다. 입에서 아주 단내가 다 나네. 휴!”

 

가마꾼들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가마를 천천히 내렸다.

 

“돈이구 뭐구! 아주 이러다 생사람 잡것수! 휴!”

 

묘덕이 들창문을 열었다.

 

“미안 하네……. 여적 애써 준 김에 예서 잠시 쉬고 조그만 더 부탁함세.”

 

어느새 가마는 평지에 내려와 있었다. 그녀도 잠시 가마에서 내렸다. 그녀가 어깨에 백저포를 두르며 주변 경관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바깥바람이 차면서도 신선했다. 가마꾼들이 바위에 걸터앉아 숨을 돌렸다. 한쪽에는 깔딱고개로 유명한 문경새재를 넘어온 보부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진천 고개를 또 다시 오르려 그들도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봐, 어제 만난 그 스님 말여. ”

 

“누구? 아, 그 청주목 저자거리에서 부처님 말씀 설파하던 스님? 근데 왜?”

 

“그 스님 말씀은 왠지 모르게 걍, 나 같은 무지랭이두 마음이 싸아 해지는 게, 참 요상허데? 그 분은 다른 스님들과 뭔가 다르더라구. ”

 

“그렸어? 난, 모르겄네. 그 뭐여, 깨달음이 워쩌구 무심선(無心禪)이 워쩌구……. 팔자인지 업인지……. 뭐 어쩌구저쩌구 허는디. 이눔의 등짐을 워츠켜믄 이문 남겨 홀랑 팔고 여우같은 마누라 품으로 돌아가나……. 요 생각에 하나도 귀에 안 들어오더만. 히히. 그려두 자넨, 꽤 귀담아 들은갑네.”

 

“아 글씨 말여, 내두 모르게 마음이 싸아 헝게 말여. 그려, 인생 뭐 있나…… 싶기도 허고, 암튼 맴이 편안 허니 좋았지 뭐여.

 

“그렸구만……. 그라믄 자넨 부처님 자빈가 뭔가 쬐께 깨달은 갑네, 허허허.”

 

“그렁 겨? 히히히.”

 

묘덕이 아까부터 보부상들의 대화를 귀담아 듣고 있었다. 그들의 말을 가만 들어보니 뭔가 집히는 게 있었다. 쉬고 있던 가마꾼들은 슬슬 다시 떠날 채비를 했다. 묘덕은 뭔가 다짐한 듯 보부상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저……. 여보시게. 잠시 말 좀 묻겠네. 지금 그 얘긴 누구 얘길 하는 것인가?”

 

“야? 뭐 말여유? ”

 

“방금, 자네들이 나눈 대화 말일세. 스님이시라 했는가?”

 

“아……. 히히. 난 또, 뭔 말인가 혔구먼유. 네, 스님 얘긴디유? 근디 뭐 땜에 그런데유?

 

“그분이 누군 이신지 내게 소상히 좀 알려주시게. 내가 찾는 분인 듯하여 그런다네. 그 분을 청주에서 봤다 했는가? 듣자하니 내가 꼭 찾아야 하는 분과 너무 닮은 듯해서 말일세…….”

 

“그래유? 그게 말유. 청주 무심천변에서 쪼금 더 대처로 나가믄 저자거리가 하나 나와유. 그 스님이 거그서 부처님 말씀을 가르치셨단 말이쥬. 근데 그게 저는 걍, 그날따라 맴 속에 깊이 들어와 설랑은 맴이 걍 편안 헝게……. 참말루 좋더라굽쇼.”

 

“그래? 그 스님이 그곳에 얼마나 계신다 하던가?”

 

“워매. 그거야 지가 아남유? 아마 모르긴 혀두, 지금두 그 스님이 그곳에 있을지두 모르쥬. 국밥집 아줌씨 말로는 개경인가 워디서 오신 스님이시라는디……. 며칠 전에 청주에 오셨다 하더만유……. 무심천변에도 자주 나간다 허데유.”

 

“그래? 개경에서 오신 스님이라고? 알려줘 고맙네! 먼 길 살펴들 가시게. 금비야! 금비야!”

 

“네, 아씨!”

 

“금비야 어서 가자! 여보시게. 어서 출발해 주시게, 청주목으로! 어서!”

 

묘덕이 가마꾼들을 재촉하며 급히 가마에 탔다.

 

“예? 청주목요? 아니, 개경으루 안 올라가구 시방 방향을 바꿔 청주로 가라굽쇼?”

 

“그렇다네, 미안하게 되었네. 어서! 어서 가시게!”

 

 

 

한편, 정안군 사저에는 용문사로 보낸 남종이 돌아왔다.

 

“어찌되었느냐?”

 

“예, 나리. 용문사 호법스님을 뵙고 왔습니다요.”

 

“그래. 뭐라 하시더냐? 그곳 주지스님께서 아씨의 행방에 대해 아는 바가 있으시더냐?”

 

“그런 것은 잘 모르시겠다 하시며 누군가를 찾아 그곳에 온 듯했다 하셨습니다요. 그러다 다음날 바로 아씨는 금비와 가마꾼들과 다시 길을 떠나셨다 하옵니다요.”

 

“허허! 이거야 원!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고……. 으흠, 알았느니라. 애 썼다. 물러가거라.”

 

“예, 나리.”

 

 

 

가마꾼들은 종잡을 수없는 묘덕의 성화에 잔뜩 불평 섞인 얼굴로 다시 잰걸음을 옮겼다. 그녀를 태운 가마꾼들은 꼬박 이틀을 쉬지 않고 뛰다시피 했다. 깎아지른 절벽 위를 아슬아슬 지나기도 했다. 묘덕은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마음은 이미 백운스님의 음성이 바람결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묘덕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백운스님은 지금 청주에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무심천변 어디쯤 있는 모양이었다. 보부상들 말을 들어보면 그는 분명 백운이었다.

 

13

 

노송이 춤을 추듯 휘어진 오솔길을 벗어나자 바로 청주목 너른 땅이 드넓게 펼쳐졌다.

 

“아씨. 청주목에 다 왔습니다요. 이젠 어디로 갈까요?”

 

“어 그래. 금비야 지금 당장 저자거리로 가보자. 어서! 서둘러라!”

 

“예, 아씨. 저기 여보시게. 저자거리로 어여들 가주시게.”

 

“하효! 알았습니다요. 나원 참. 사람을 죽일 작정인지 원…….”

 

가마꾼들이 투덜대면서도 최대한 속력을 냈다. 저자거리에 다다르자 점심때가 되어가고 있었다. 곳곳에서 몰려든 행인들로 북적였다. 묘덕은 가마꾼들에게 국밥집에서 요기를 하며 기다리라 하고 금비와 함께 백운스님의 행방을 찾아 저자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얼마 전 내린 눈으로 길은 엉망진창이었다.

 

“헉헉! 아효. 아씨, 좀 천천히 가셔요.”

 

“금비야, 너는 저쪽을 좀 찾아 보거라. 나는 이쪽으로 가볼 테니.”

 

“예, 알았습니다요,”

 

묘덕은 정신없이 인파들 속을 뛰었다. 묘덕의 치맛자락이 흙물에 얼룩졌다. 그녀는 가로걸리는 치맛자락을 움켜잡고 행인들 속을 샅샅이 살폈다. 장터마다 양반들과 여러 계층의 행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길은 더욱 혼잡했다. 한약방도 지났다. 대장간 앞 넓은 공터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드넓은 공터 한켠에서는 곧 다가올 설을 준비하는 떡장수들도 많이 보였다. 한쪽에서는 탈춤판이 신명나게 벌어져 둥글게 인파가 몰려 있었다. 묘덕은 까치발로 목을 길게 빼고 그 안쪽을 이리저리 살폈다. 거기에도 그는 없었다. 조금 더 장터 뒷길로 돌아가니 금비와 마주쳤다.

 

“찾았느냐?”

 

 

 

-> 다음 주 토요일(7/13) 밤, 28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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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7/06 [18: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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