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9-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9회>-챕터8 <아픔보다 더 붉은>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07/20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9-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9회>-챕터8 <아픔보다 더 붉은> 제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입력 : 2019/07/20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9-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9회>

챕터8 <아픔보다 더 붉은> 제1화

 

 

▲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챕터8 표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여보게! 오늘 그 개경에서 오셨다는 스님이 여기에 또 나온다고?”

 

29회“아, 그렇다네. 그래서 나도 부처님 말씀 좀 한번 들어볼까 해서 소문 듣고 나왔다네.”

 

“그분의 설법이 굉장하다며?”

 

“글쎄 그런 소문이 있더군.”

 

백운스님은 그동안 흥덕사에 머물고 있었다. 묘덕이 머물렀던 객주에서 한시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었다. 스님은 가끔 저자거리와 무심천변을 드나들며 부처님 말씀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것을 묘덕이 알 리 없었다. 금비는 아씨가 다치자 마음이 타들어갔다. 시간이 갈수록 다친 발등은 통증이 심해져 갔다. 그녀는 이 먼 곳까지 찾아와 백운스님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그녀는 그렇게 발등을 다친 채 집으로 향했다.

 

 

 

< 8. 아픔보다 더 붉은 >

 

1

 

곳곳으로 그녀를 수소문했던 정안군은 다친 몸으로 돌아온 묘덕을 보자 놀라 사색이 되었다. 퉁퉁 부은 그녀의 발등을 본 정안군은 몹시 당황했다.

 

“아니, 부인. 이게 어찌된 일이오. 내 안 그래도 시일이 너무 걸린다 싶어, 사람을 풀어 부인을 찾던 참이었소. 대체 얼마나 다친 게요? 부인! 괜찮은 것이오?”

 

묘덕은 남편에게 짐짓 미안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엄연한 외간 사내를 찾아다니다 그리된 것이 마음에 걸려 발등만 내려다보았다.

 

“아……. 나리, 괜찮습니다. 옹기를 실은 수레에 그만……. 제 실수였습니다. 제가 미쳐 수레를 보지 못해서……. 나리 심려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아효, 부인. 그래도 이만 하길 천만 다행이오, 정말 큰일 날 뻔했소이다. 여봐라! 여봐라! 어서 용한 의원을 불러 오너라, 어서!”

 

“옙!”

 

“아니, 부인. 대체 그동안 어디로 그리 여러 날을 다닌 게요? 나는 혹한의 날씨에 부인의 여행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싶어 이만저만 걱정한 게 아니오.”

 

“나리. 어쩝니까…….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쳤습니다. 저는 단지 나리께서 제 여행을 아시던 차라 그리 걱정하실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세상 이곳저곳 돌아보고 온다는 것이 그만 너무 지체되고 말았사옵니다.”

 

“됐소. 부인이 이렇게 집으로 잘 돌아왔으니 됐소이다. 어찌됐든 그나마 이만하길 천만 다행이오.”

 

묘덕이 부상을 당한 채 사저로 돌아오자 집은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도성에서 알아주는 의원들이 매일 정안군의 집을 부리나케 드나들었다. 그녀는 한동안 꼼짝 할 수 없었다. 고통도 심했고 청주까지 갔다가 백운을 만나지 못하여 여간 속상한 게 아니었다.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정안군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녀는 문밖출입을 한동안 하지 못했다. 바깥세상은 어느새 겨울도 끝나고 봄이 당도해 있었다. 방안에만 갇혀있던 묘덕이 방문을 활짝 열었다. 그녀가 누운 안방까지 봄 향기가 물씬 스며들었다. 정안군의 총애와 용한 의원들의 보살핌으로 묘덕의 상처는 갈수록 좋아졌다. 그녀의 상처가 회복되듯 봄꽃도 함께 들판으로 돌아왔다. 묘덕이 다쳤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선원사에서 법린스님이 찾아왔다. 법린스님을 보자 그녀는 백운스님을 보는 듯 마음이 술렁거렸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아씨, 좀 어떠신지요? 아닙니다. 일어나지 마세요.”

 

“스님. 예까지 이렇게 와주시다니. 너무 고맙습니다.”

 

“소승이 너무 늦게 소식을 접해 이제야 문안드림을 용서하세요.”

 

“아닙니다. 백운스님은 도량으로 돌아오셨나요?”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혹시, 지금 어디 머물고 계신지 아세요?”

 

“청주 흥덕사에 계신다고 연통이 왔습니다. 그곳에 머무시면서 부처님가르침을 전하고 계신다 하옵니다. 곧 돌아오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곳에 오래 계시는군요. 허허허.”

 

“그래요? 청주에, 계셨군요…….

 

묘덕은 백운스님의 제자에게 그곳까지 찾아 갔었노라고 차마 말 할 수 없었다. 법린이 선원사로 돌아간 후 묘덕은 자신을 깊이 책망했다.

 

‘바보. 나는 참 바보였어. 그 때, 흥덕사에 찾아가볼 생각을 왜 못했을까? 흥덕사에 갔더라면 꿈에 그리던 백운스님을 만날 수 있었을 터인데. 아, 나는 참 바보 같구나. 스님은 만나지도 못한 채 이렇게 다치기나 하고…….’

 

그러나 지금은 그 곳에 다시 갈 수도 없었다. 다친 발이 다 낫기 전에는 꼼짝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발등의 상처가 아물듯 그를 향한 마음도 아물지는 않았다. 하루빨리 백운스님을 만나고 싶었다. 아니, 그저 먼발치에서 한번 보기만 해도 좋겠다는 간절함이 꽃망울처럼 영글어갔다. 어느 새 온 세상에 꽃물이 넘쳤다. 그녀가 머문 안채에도 꽃들이 만개했다. 그녀는 활짝 핀 봉숭아 잎에 그리움을 담아 손톱에 물들였다. 백운스님을 향한 그리움이 피어날수록 여러 날 자신의 손톱에 곱고 진하게 물을 들였다. 그녀는 오래전 스님이 자신에게 선물한 붉은 도투락댕기를 품속에서 꺼냈다. 그 댕기는 오래전 백운스님과 묘덕의 두마음을 이어주었던 추억의 끈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치마 품에서 은장도를 조용히 풀어냈다. 백운스님이 선물했던 빨간 댕기에 자신이 분신처럼 늘 품고 다녔던 은장도를 정갈히 감싸 편지봉투에 함께 넣었다. 그녀는 며칠 후, 금비를 은밀히 어딘가로 보냈다.

 

“이 편지를 청주 흥덕사에 머물고 계시는 백운스님께 직접 전해드리고 오너라, 누구에게도 이 서찰을 들켜서는 절대 아니 되느니라. 알았느냐?”

 

“예, 아씨.”

 

그녀는 금비의 손에 치자색 꽃물을 곱게 들인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 편지 속에는 백운스님을 향한 그리움의 사연이 가득했다. 금비가 속히 청주로 떠났다. 여러 날이 걸려서 그녀는 청주에 도착했다. 밤이 늦어 그곳 객주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에 서둘러 흥덕사 가는 길을 물었다. 멀리 양병산자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청주목 너른 들판을 돌아보자 금비는 지난겨울 묘덕아씨와 다녀간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어느새 또 한해가 갔고 새봄이었다. 들판마다 싱그러운 보리 잎이 바람에 물결쳤다. 봄을 맞은 청주의 들녘은 눈에 보이는 곳마다 눈이 시리도록 풀빛이 고왔고 초록 비단을 깔아놓은 듯 온 들판이 바람에 나부꼈다. 청주목의 봄은 지난겨울과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노송들이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던 지난겨울의 정취가 묵화였다면 청주목의 봄 들녘은 수줍은 여인을 닮은 투명한 수채화였다. 흥덕사는 무심천에서 조금은 더 떨어진 양병산 동남쪽 기슭 연당촌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담한 산을 끼고 있는 흥덕사는 무척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금비가 단숨에 달려 산문입구에 다다랐을 쯤, 때 아닌 소나기가 양병산의 가슴을 흠뻑 적시며 지나갔다. 산자락에서 촉촉한 풀 향기가 나비 떼처럼 날아올랐다. 긴 거리를 달려온 금비의 지친 얼굴에도 싱그러운 풀잎처럼 다시 생기가 돌았다. 그녀가 일주문 앞에서 합장하고 천왕문과 해탈문을 지나자 고고하게 서 있던 석탑이 먼저 그녀를 반겼다. 법당 앞에서 화단에 핀 봄꽃을 손질하던 영인스님에게 다가간 금비가 백운스님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후원으로 가보라 일러주었다. 흥덕사 후원 젖은 풀잎 사이로 백운스님과 석찬이 봄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2

 

오늘따라 절 뒷산 까치들이 아침내 수선을 떨었다.

 

“스승님. 반가운 소식이 오려는지 까치들이 분주합니다.”

 

“허허허, 그렇구나. 반가운 소식이라……. 나 같은 떠돌이 땡초에게 반가운 소식이 무에 있겠느냐?”

 

백운스님은 까치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시, 깊은 상념에 젖었다. 스님이 고개 들어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는 뒷짐 진 채 허공을 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스님, 백운 스님.”

 

이아침에 누군가 하여 백운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스님. 선원사 백운스님이시죠?”

 

“그렇소. 내가 백운이오. 헌데 무슨 일로…….”

 

백운은 묘덕과 선원사를 찾았던 오래전의 금비를 알아보지 못했다.

 

“스님. 쇤네는 묘덕아씨를 모시고 있는 금비라 하옵니다요.”

 

“아씨를 모시는? 아, 네가 금비냐? 어서오너라. 그러고 보니 예전에 한두 번 본 것 같구나. 내가 기억이 가물거려 그만……. 그래, 이 먼 데까지 이 시간에 네가 어인 일이냐? 아씨는 평안하시냐? 정안군나리도 잘 계시고?”

 

“예, 스님. 아씨도 정안군나리도 모두 평안하십니다요.”

 

“어이쿠, 내 정신 좀 보거라. 자, 어서 안으로 들자꾸나. 석찬아 차 좀 내다오.”

 

“네.”

 

석찬이 둘 사이에 차를 가져다 놓고 밖으로 나갔다.

 

“묘덕 아씨가 이 서찰을 스님께 꼭 직접 전해드리고 오라하셔서 예까지 찾아왔습니다요.”

 

“내게 서찰을……?

 

 

 

 

 -> 다음 주 토요일(7/27) 밤, 30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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