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백만원의 검사술접대와 청탁금지법 논란

김덕만 | 기사입력 2021/02/10 [20:34]

5백만원의 검사술접대와 청탁금지법 논란

김덕만 | 입력 : 2021/02/10 [20:34]

 

김덕만(신문방송 전공 정치학박사)/홍천출신,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국토교통부 청렴자문위원

 

5백만원의 검사술접대와 청탁금지법 논란 

 

 

 혹시 ’라임사태‘라고 들어 보셨나요? 국내 최대 헤지펀드 회사인 라임자산운용이 투자상품에 대해 환매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폰지(Ponzi)사기’, ‘수익률 조작’, ‘불완전판매(mis-selling)’ 등의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된 금융 사기 사건을 가리킵니다. 환매중단은 투자금을 되돌려주지 못하는 것이고, 폰지사기는 피라미드식 다단계 사기 수법입니다. 수익률 조작은 예를 들어 1천만원 투자하면 1년에 두 배인 2천만원을 벌 수 있다고 조작하는 것이죠. 불완전판매는 금융사들이 상품의 기본구조, 자금 운용, 원금손실여부 등에 대해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입니다.

 

라임 사태의 전주(錢主) 역할을 해 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 3명에게 거액의 술접대를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청탁금지법 위반 시비가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말 검찰은 룸살롱에서 5백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검사 3명 중 2명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술 접대를 받은 검사 2명은 개별 접대비용이 약 4만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불기소 판정을 받았습니다.

 

 

◇유흥주점 술자리 재구성

당시 기사와 검찰발표를 추려 볼까요. 2019년 7월 18일 밤 9시30분부터 서울 청담동 룸살롱에서 술자리가 시작됐습니다. 김 전 회장과 술자리를 주선한 변호사, 검사 A, B, C 등 총 5명이 한자리에 있었습니다. 술자리가 시작된 후 1시간 30분이 지난 밤 11시 검사 B, C는 먼저 일어났습니다. 이후 김 전 회장과 변호사, 검사 A는 밴드를 부르고, 유흥접객원도 자리에 동석하면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술자리를 이어갔습니다.

 

이날 술값은 모두 김 전 회장이 냈습니다.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무려 5백36만 원이고요. 검찰은 성매매 업소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새벽 1시까지 함께 술을 마셨던 A검사는 6개월 후에 구성된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습니다.

 

◇청탁금지법과 금품 수수 해석

룸살롱에 있었던 사람은 5명이지만 기소된 사람은 3명뿐입니다. 3명의 검사 중에는 A검사만 기소 결론이 났습니다. 혐의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으로 뇌물죄는 아예 적용도 안 됐습니다.

 

5백36만원짜리 술자리에 같이 있었지만 B와 C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이유는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나서라고 합니다. 청탁금지법상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 수수금액이 1백만원이 넘으면 형사처벌됩니다. B와 C는 1백만원에서 3만 8000원이 모자란다는 결론이 나왔죠.

 

5백36만원을 술자리에 있었던 5명으로 나누면 약 1백7만원으로 모두 형사처벌 기준인 기소 대상이 되죠. 하지만 검찰은 B와 C 검사가 자리를 뜬 후 추가된 밴드와 유흥접객원 비용 55만원은 B와 C 검사에게 적용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의 분석을 보면 5명이 밤 9시30분에서 11시까지 쓴 술접대 돈은 4백81만원이고, 각각 96만2000원어치의 향응을 받았다는 계산입니다. 끝까지 술자리에 남은 3명은 추가로 각 18만3000원가량(55만원÷3인)을 더해 총 1백14만5000원의 향응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검찰은 기존 판례나 국민권익위 해석에 따라 동석자 귀가 후 술자리 비용은 해당 동석자가 받은 향응액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요. 술을 산 김 전 회장과 변호사도 동석한 만큼 술값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보았던 거죠.

 

◇월급보다 비싼 술값과 국민정서

검찰의 계산법에 대한 국민정서는 좀 다릅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직장인의 한달 봉급과 비슷한 금품 접대 수수액을 기계적으로 나눠 1백만원이 안 돼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은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검사가 유흥주점에 참석해 접대받은 행위 자체가 부적절한데, 수사대상이 검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할 '제 식구 감싸기' 판단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청탁금지법 보다 강력한 뇌물죄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합니다. 검찰 개혁이 정치권의 큰 화두입니다. 수사기관의 ‘솜방망이 처벌’ 행태도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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