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최병석 "과일좌판“

강명옥 | 기사입력 2021/08/05 [06:43]

제32회 코벤트가든문학상 대상, 최병석 "과일좌판“

강명옥 | 입력 : 2021/08/05 [06:43]

▲ 시인 최병석



과일좌판

 

                        최병석

 

길거리 좌판에 앉아있는 아지매의 얼굴은 딸기밭이다

발그레하니 홍조위에 기미를 덧입었다

예전에 한껏 품었던 분홍빛 연정은 까칠한 복숭아앞에 내다 걸었다

꿀복숭아5개 만원

늘어진 하품으로 세상구경 하게된 시뻘건 열정이

쪼개져 벌어진 이스라엘산 석류와 닮았다

펑퍼짐하게 퍼져버린 방뎅이는

초록색 냉장고 바지를 잡아 먹더니 수박 한 덩이로 시위중이다

똘똘한 눈망울2개는 상큼한 자두 더미속에서 빛을 발한다

이 아지매

허름한 좌판위에 후끈한 바람을 반으로 접어놓고

텁텁한 매혹을 뭉퉁거려 떨이로 내놨다.

 

[심사평] 코로나19와 무더위로 지친 사람들에게 요즘 과일이 한 철이다. 시장 어귀 횡단보도를 막 건너면 좌판을 벌이고 있는 풍경은 도심이다. 과일을 파는 아지매분들이 어디나 있으시다. 그 아지매를 보니 그저 장사할 만한 사람은 아닌 듯 곱기만 하기도 하다. 어디 좌판 장사하는 아지매 아닌 아지매 따로 있겠냐만 삶의 현실에서 누구나의 선택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물론 아주 까무라치게 예쁜 아지매는 아니더라도 얼굴에서 풍겨나는 분위기가 좌판에 벌려 놓은 과일과 닮은 점이 많은 듯 하다. 그러하니 과일같이 예쁜 얼굴로 눈에 쏙 든다.

 

그렇지 않더라도 기미 잡티 무궁무진한 중년 여인들의 세월을 기워 온 삶이다. 땡볕에 적당히 그을린 얼굴에 박혀있는 촘촘한 기미들...힘이 드는지 가끔씩 내쉬는 한숨 소리는 여태 지나온 세월들에 대한 표징?일까! 그 힘듦이야 어느 인생이나 일반적이다. 초록색 냉장고 바지는 시원하지만 뜨거운 더위와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키 어려운지 자꾸만 안으로 안으로 먈려 먹히기 일쑤였다. 허름한 좌판 위에 떨이 '한 무더기에 만원'이라는 텁텁한 글자만 돋보이고 있다. 그 떨이는 해거름 저녁 짓는 주부들의 평범한 몫이다. 사는 일이란 때때로 떨이로 떨어내며 산다는게 사는 맛이기도 하다. 시인은 과일좌판을 소재로 삼았다.

 

그기에 예쁨도 풍경 속에 있고 떨이라는 단어로 삶의 현실과 직시하고 있다. 우리도 시인의 뒤안에도 가끔씩 사유를 떨이로 떨어내리라. 늘 지나다니던 그 곳, 어느날 갖가지 과일만큼 좌판이 더 아름답다. 최병석 시인은 호는 고야(高野)이며서울 출생으로 2017년3월 한빛문학 시부문 신인상으로 데뷔, 현재 수원소재 (주)지에프 대표이사 재직중이며, 한국저작권협회, 담쟁이 문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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