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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6-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14회>-챕터5<활자장 최영감>3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4/20 [18: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16-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16회>

 

챕터 5 <활자장 최영감> 3 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명희(시인 .소설가)

 

 

 

“아따! 깝깝헌 거. 귓구녕이 막힌 겨? 아, 여적 뭔 말 들었남? 아! 그냥반이 본래는 꽤나 지체 높은 가문의 후손이랴. 거시기 뭐여, 옛날에 명성 자자했던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있자녀? 아 그것도 금속활자로 찍어불고, 상정고금예문도 귀신같이 복원했다는 교장도감(敎藏都監)말이여! 쩌그, 뒷골목 주자소 활자장 최영감의 조부이신 최 균 어르신과 선친인 최 현 어르신이 예전에 그 명성이 자자했던 교장도감에서 대대로 수장이었다는 거여. 암튼 대대로 세상을 호령하던 집안이었다지 아마?”

 

“어머나. 그래요? 아참, 그런데 그 분 한쪽 눈은 왜 그렇게 되신 거래요?”

 

묘덕이 궁금해서 묻자, 녹두전을 부치던 아낙이 신이 나서 끼어들었다.

 

“아씨는 그걸 여적 몰랐슈? 그 영감님이, 옛날에 거 뭐냐? 그렇지, 실험인가 뭔가 허다 사고로 눈을 다친 거잖유? 이 바닥에서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디.”

 

“아, 그 왜. 활자장 최영감이 그전에 교서관에도 있었고. 아, 그 왜 있잖우? 그 조정에서 세웠다는 최고 대학 거 뭐였더라? 아, 맞다 국자감. 그 국자감에 있는 서적포 활자 연구실에 총 책임자였었데유, 그 최영감이.”

 

“국자감 서적포요? 거기라면 나라에서 세웠다는 엄청 큰 인쇄 전문기관 아니에요?”

 

“아, 맞구먼유. 근데 그 때…… 그, 뭐더라? 그 뭔 실험인가 뭔가를 허는디, 펄펄 끓던 쇳물이 걍 뭔 이윤지 갑자기 펑하고 터졌데유. 그 때 펄펄 끓던 쇳물이 한쪽 눈으로 튀었다지 뭐유. 그려서 그 눈이 그냥 홀라당 다 익어 허옇게 되어버렸다누만유. 그 후로 저렇게 애꾸가 되었다잖수.”

 

“아따! 아줌니? 애꾸가 뭐여? 애꾸가. 참말루다가 무식허기는…….”

 

“아, 애꾸지 그럼 뭐여? 애꾸님이여? 난 원래 무식 허니께, 저 여편넨 본래 그런갑다 하고 걍 들으슈.”

 

“어머나! 쇳물이 눈으로요? 세상에…… 그랬군요.”

 

“아, 그려유.”

 

아낙이 쇠소댕에서 구수하게 익어가는 녹두전을 바삐 앞뒤로 뒤집었다.

 

“아줌니. 여기, 녹두전 노릿허니 맛나게 군거 더 주고 탁배기 한사발만 더 주슈. 아구! 저거, 저거, 녹두전 다 타겄네. 어여 뒤집어유.”

 

“히히히. 거 남정네들이 별 참견을 다 허네. 아이구, 알았슈.”

 

묘덕이 장마당으로 다시 나왔다. 활자장 최영감의 눈이 사고로 다친 거라는 것을 그녀는 그날 처음 알았다. 그녀는 조금 걷다가 생각난 게 있어 다시 녹두전 집으로 갔다. 그 취객들은 아직도 연거푸 탁배기를 들이켜고 있었다.

 

“저기요.”

 

“엉? 아적 안 가셨슈?”

 

“아 예. 뭐 좀 하나 더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뭔디요?

 

“그…… 활자장 영감님이 하시는 주자소 말이에요.”

 

“잉, 근디요?”

 

“얼마 전에 수상한 사람들이 문 앞을 기웃거리다가 저랑 마주치니까 놀라 도망치더라고요. 벌써 두 번이나 마주쳤어요. 혹시, 무슨 일인지 아세요?”

 

“옴마! 혹시, 그 수상한 치들이 삿갓을 안 썼는감유?”

 

“예! 맞아요. 삿갓을 써서 얼굴도 잘 안보였어요.”

 

취객 중 하나가 묘덕의 말에 무릎을 탁, 쳤다.

 

“아! 맞네! 맞구먼! 그 중 하나는 화상으루 얼굴이 걍 흉측하주?”

 

“네? 아, 마 맞아요. 그랬어요.”

 

“아, 올 봄에유. 요 앞, 포목점 아줌씨헌티 들었는디유. 얼굴이 걍 괴물처럼 일그러진 수상한 치들이 삿갓을 쓰고 포목점이랑 지전을 돌아 댕김서 활자장 최영감에 대해 걍 꼬치꼬치 캐묻더래유. 또 작년에는, 행색은 원나라 사신 같은디, 눈은 삵괭이 맹키로 짝 째진 무리들이 또 약재상하구 저 짝에 있는 유기전과 철동에 와설랑은, 은밀히 활자장 영감에 대해 자꾸 캐묻더랴. 그려서, 그 사람덜이 자기덜은 걍 암 것두 모른다고 딱, 잡아뗐더니 돌아갔다 안 혀유? 암튼 그 활자장 최영감님, 뭔가 대단한 것 같기는 헌데. 좀 어딘가 모르게 수상한 것두 많구먼유.”

 

“네에…… 저 이만 갈게요. 많이들 드세요.”

 

묘덕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보니 해가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남아있었다.

 

‘영감님이 교서전과 서적포에까지 있었다고? 주자소 활자장 최영감님이 금속활자에 대해 뭔가 많이 알고 있는 게 분명해……. 분명히 뭔가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왜 그것을 숨기는 걸까? 뭔가 자꾸 숨기려는 것 같았어.’

 

묘덕은 망설이다가, 다시 주자소로 발길을 돌렸다.

 

4

 

묘덕이 주자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거처실에 있던 손님들은 그새 다 가고 한산했다.

 

“어서 오시오……. 어? 아니, 아직 안가셨소?”

 

“아, 아직 해가 남아서 잠시 다시 들렸어요. 호호호.”

 

“흐음…… 게 앉으시오.”

 

“영감님, 혹시 녹두전 좋아하세요? 제가 영감님 드리려고 좀 갖고 왔는데…….”

 

“어이쿠, 웬 이런 걸 다. 허허허. 거참, 맛나겠소이다. 가만있자…… 먹다 남은 탁배기가 어디 있더라.”

 

활자장 최영감이 뒤란으로 나가더니 주병을 들고 들어왔다. 묘덕과 영감은 거처실에 마주 앉았다.

 

“저, 영감님. 금속활자 말예요…….”

 

“또, 그 얘기요? 허허. 아씨도 참…… 끈질기시네. 그래 뭐가 그리 궁금하신 게요?”

 

활자장 영감이 탁배기를 잔에 가득 따르더니 한잔 쭈욱 들이켜고 수염을 쓰윽 훑었다.

 

“아니. 저…… 만약에요. 금속활자를 만들게 되면요. 쇠는 어떤 걸 쓰시나요? 아무 금속이나 다 되나요?”

 

활자장이 탁배기 묻은 손을 허벅지에 쓱 닦고는 굳은살이 누렇게 박인 투박한 손을 내저었다.

 

“아니오. 아무 금속이나 다 되는 게 아니지요. 묘덕 아씨, 허허 참…… 궁금한 것도 많소.

 

“호호호, 그럼 어떤 금속으로 만드나요?”

 

영감이 두잔 째 술잔을 비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금속활자 만드는 방법에도 아주 여러 가지가 있소, 구리가 주된 재료일 경우에는…… 구리활자 또는 동활자(銅活字)라고 하오, 동활자 중에는 두석(豆錫)과 놋쇠가 재료인 경우도 있소이다. 구리 활자로 찍은 책이 동활자본이라는 것이오. 여기에는 청동이나 합금을 녹여 만드는 주물사주조법과 밀랍을 녹여서 만드는 밀랍주조법이 있소. 또한 밀랍주조로 하게 되면 도토도 무척 중요하오. 도토 중에서도 아무 도토나 다 되는 게 아니고 필요한 성분이 흙속에 고루 들어있는 질 좋은 것이라야 하오.”

 

“주물사주조법과 밀랍주조법이요?”

 

“그렇소.”

 

“밀랍이라면…….”

 

“벌집을 만들기 위해 꿀벌이 분비하는 체액을 말하오. 누런 빛깔의 그 것을 흔히들 밀랍이라 하오. 그것은 열에 가까이 하면 물처럼 녹고 상온에서는 다시 단단하게 굳는 성질이 있는데 그것을 이용하는 주조법이오.”

 

“어머. 그렇군요. 영감님 대단하시네요.”

 

“아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는 그냥 여기서만 듣고 어디 가서도 내말을 옮기지는 마시오. 아씨가 워낙 활자에 관심이 많아 들려주는 것이오. 이건 내가 아씨께 처음으로 꺼내는 얘기외다.”

 

“아, 네……. 영감님 저야 뭐, 산속 절에서 사는 게 전부인 걸 어디다 말하겠어요. 호호호.”

 

“옛날에…… 벌써, 백여 년도 훨씬 더 된 일이오만. 북송에서 필승(畢昇)이라는 평민이 진흙으로 교니활자(膠泥活字)를 만들었소. 허나 잘 부서져서 내구성이 없어 전혀 실용이 되지 못했소. 즉, 인쇄술의 필요에 맞는 금속활자를 발명해 실질 적인 인쇄를 위한 청동활자를 주조하는 혁신을 이룬 것은 바로 우리 고려인들이었소. 우리 고려는 이미 그 전에 상정고금예문을 금속 활자본으로 복원하기 위해 조정에서 비밀리에 몇 명의 전문가를 두어 주조기술을 연구한 적이 있었소이다. 그것을 연구하다 여러 명의 활자장들이 쇳물에 몸을 데어 불구가 되곤 했다오. 또 도토도 알맞은 성분을 찾기 어려워 고려 땅 전체의 흙들을 모두 표본으로 채집해 집요한 연구가 있었소이다. 그러는 동안 송에서는 교니활자도 실패한 채, 원으로 넘어왔고 그 나라에서도 비밀리에 새로운 활자를 발명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소. 허나 우리 고려의 청동기술을 능가할 어떤 것도 내놓지 못하고 있었소. 우리 고려는 오랜 연구 끝에 온전한 금속과 적절한 도토를 누군가가 찾아냈소. 결국 주자는 금속과 도토에 모든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오. 그 때 연구원들이 그 소중한 주자주조법 연구서 원본 두 권을 마련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중 한권은 오래전에 불타 사라졌다 하오. 그러나 남은 비법서 한권을 나는 어릴 적에 직접 볼 기회가 있었소. 지금 그 비법서가 어디 있는지도 사실…… 나는 알고 있소. 다만 나도 아직 그 비법서대로 직접 실험해보지는 못했소.”

 

“네? 저, 정말요? 그 한권의 비법서가 있는 곳을 영감님은 아신다고요? 어머나! 놀라워요!”

 

“쉿! 아씨, 벽에도 듣는 귀가 있소. 그러니 제발 목소리 좀 낮추시오.”

 

 

 

 

 

-> 다음 주 토요일(4/27) 밤, 17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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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4/20 [18:01]  최종편집: ⓒ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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