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갈밭머리로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3/09/22 [06:56]

林森의 招待詩 - 갈밭머리로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3/09/22 [06:56]

 



 

- 林森招待詩 -

 

갈밭머리로

 

애써 부르는 이름 사이로

그리운 눈물 차오르면

추억하는 향기 있어 황홀한 연가

지금은 가슴 시리도록

울리기만 하여라

 

낯선 어딘가

저기쯤의 갈밭머리로 휘돌아 소녀,

나풀나풀 사라져 가고

그 자리 대신 피어오른

아련한 그리움에

점점이 묻어나는 아지랑이 때문으로

마냥 더 설운 이름이던 시절

 

담뿍 배어진 쟈스민향 하얀 손수건에

작은 얼굴 차라리 파묻어

눈물 얼룩진 뒷동산 어귀

저녁놀 붉어올 제

왈칵 솟구치던 추억

가슴으로 품어 안으며

 

어디였던가,

저기쯤의 갈밭머리로 소녀는

수줍게 돌아오리라

 

- ()의 창() -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그렇다 치고, 가을을 타는 남자에게 나이 제한은 있는 걸까? 혹시 60대나 그 이상이라면 가을을 느낄 자격을 이미 상실한 건 아닐까? 가을이라고 해도 센치해지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걸까? 웬지 모를 조바심에 종종걸음 치면서, 가을의 초입에 붙들려 시절을 한탄하며 서있는 모양새가 거울에 비추어진다. 새삼 세월무상을 절감하게 되어 조금은 아쉽고도 섧다.

 

언제였던가? 필자도 가을이 오면 바바리코트 깃을 세우고, 갈잎 물들어가는 공원에서 석양을 등지며 흠씬 감성에 젖던 시절이 있었다. 그 가을엔 더없이 그리워지는 누군가를 운명처럼 만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들떠 목적지도 없는 여행길에 올랐던 추억도 참 많다. 그렇게 허전하게 흐르는 가을이 아쉬워, 어차피 저물게 될 가을까지도 못 기다리고, 주변의 모든 인연들에게 먼저 작별의 손짓을 보내고는 눈물을 흩뿌리던, 그러면서도 뒤돌아서서는 애써 초연한 척 하던 객기의 방랑질도 퍽이나 잦았었다.

 

그렇게 필자의 가을은 무수한 사연과 기억을 열매처럼 매달고 왔다가는 이내 갔다. 우연과 필연의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인연에 매달려 눈물짓던 가을 밤, 별리의 가슴이라 파란색으로 멍들어가는 숱한 불면의 밤들을 허공의 먼지인 양 헤아리며 필자는 그렇게 나이를 먹어왔고, 어언 지금은 황혼의 자락에서 또 열리는 가을을 바라보고 섰다.

 

어느 잡지사에서 무작위로 대상을 정하여, 가을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어떤 거냐는 질문을 했더니 단풍, 낙엽, 코스모스, 억새등의 순서로 가을 정경이 상위권에 올랐다고 한다. 물론 자연에서 펼쳐지는 광경들이 직접적으로 가을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들의 마음 속에서는 가을을 현실적인 생활의 계절이기 보다는, 낭만과 감성의 계절로 인식하고 있는 의식이 더 강하다는 증거라고 여겨지는 결과다.

 

추수, 오곡백과, 천고마비, 한가위등의 실질적인 단어들도 더러 선정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가을 하면 떠오르는 건, 가을만이 지니고 있는 자연의 색깔과 모습일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사리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아름답고 황홀한 풍경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계절이 가을이고, 이 가을을 맛보기 위해서 수많은 외국의 관광객들이 앞다투어 여러 공항과 항만을 통해 입국하고는 했다. 축복받은 우리나라의 사 계절이 다시금 파노라마처럼 계절별로 연상되어지니 자못 뿌듯해진다.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가을의 대표격인 자연을 소재로 한 시의 으뜸이라면 누구라도 레미 드 구르몽낙엽을 꼽는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에서 시인이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한 의미는 무엇일까? 시에서 보면, 보편적으로 낙엽은 하강적 이미지로서 생명 소멸의 의미 혹은 쓸쓸한 마감의 분위기를 부여한다. 그래서 시는 더욱 애상적 느낌을 준다.

 

아울러 시의 의미 구성의 중요한 요소인, 시 제목도 관련되어 있고 하니, 이 시구에서 사람들에게 전하는 의미를 추정해 보자면, 아마도 자연 만물이 모두 소멸해 가는 것이니, 사람 또한 늙고 언젠가는 소멸해가는 존재이다와 같은 멧세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100년도 넘었다.

 

그래도 해마다 이맘 때면 시인의 시는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1960~70년대 문학소년소녀들이 시집 갈피에 단풍이나 낙엽 등을 곱게 끼워 넣고 읽던 옛 정취는 현재는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사람들에게 감성체계가 존속하는 한 낙엽의 원초적 감동, 생태적 공감대는 영속성이 있으므로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가을이니만큼 별 일 없으면 의례껏 단풍은 붉게 물들을테고, 또한 시절 좇아 낙엽은 떨어져 쌓이기 마련이다. 한 뼘의 여유가 없어 시 한 구절을 읊어보기 힘든 각박한 현실이지만, 여름 한 철 싱싱했던 녹음의 기억을 뒤로 하고 쓸쓸히 떨어지는 잎사귀를 바라보며, 우리 모두 실상은 낙엽처럼 덧없고 허망한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되는 가을이다. 그러기에 이 짧은 삶에서, 절실하도록 그리운 사랑을 사뭇 소중히 보듬고 싶은 계절이 가을이다.

 

우리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본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추억해본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새겨본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골목을 지나도, 돌아보면 결코 매일 같은 길은 아니었다. 어느 날은 햇빛이 가득 차 눈이 부시고, 어느 날엔 비가 내림으로 흐려서 불투명하거나, 어느 날엔 바람에 눈까지 내려, 바람 속을 걷는 것인지 길 위를 걷는 것인지 모를 것 같던 날들도 있었다.

 

골목 어귀 한 그루 나무조차 늘상 같지는 않아 어느 날은 꽃을 피우고, 어느 날은 잎을 틔우더니, 무성한 나뭇잎에 바람을 달고, 빗물을 담고, 그렇게 계절을 지내고는 빛이 바래고, 낙엽이 되고, 자꾸 비워가는 빈 가지가 되고, 이윽고 헐벗어가는, 하냥 일정한 모습의 나무는 아니었다.

 

문 밖의 세상도 그랬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고, 저녁이면 돌아오는 하루를 살아도 늘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니었고, 또 오늘 같은 내일은 아니었다. 슬프고 힘든 날 뒤에는 비 온 뒤 청아하게 개인 하늘처럼 웃을 날이 있었고,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의 뒤에는 언뜻 조금씩 비켜갈 수 없는 아픔도 섞여 있었다.

 

느려지면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생겼고, 주저앉고 싶어지면 일어서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매일 같은 날을 살아도, 매일 같은 길을 지나도, 하루하루 삶의 이유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하루가 아니고, 계절마다 햇빛의 크기가 다른 것처럼 언제나 같은 길은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니 필자는, 평생을 그리 위험한 지류를 밟고 살아오진 않은 모양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꿈에 다다르는 길은 알지 못하고 살았지만, 자신의 삶을 완전히 겉돌 만큼 먼 길을 돌아오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조심스레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마음을 모두어 본다. 모여지는 상념들에 의한 깊은 사랑의 언어들, 오늘도 가슴 깊이 새기어가고자 애타해본다. 들리워진 펜 사이로 펼쳐지는 그리운 사랑의 얼굴들이 오늘도 오색의 그림을 만들어 간다. 오직 사랑만을 위하고 위해, 열리는 가을의 날들을 착하게 메꾸어보고 싶다. 올 가을엔 뚝 뚝 떨어지는 가을 하늘, 한 잔 가득 담아 마시고 싶다. 맛깔스런 가을 한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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