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森의 招待詩 - 가을연가, 밤이면

林森의 招待詩

림삼 | 기사입력 2023/11/17 [21:21]

林森의 招待詩 - 가을연가, 밤이면

林森의 招待詩

림삼 | 입력 : 2023/11/17 [21:21]

  © 림삼

 

- 林森招待詩 -

 

가을 연가, 밤이면

 

까만 밤에는

가을이 익는 소리 들린다

 

잠못드는 창녘으로

볼썽 사나운 상념의 여울목을 휘저으며 난,

커피잔 속에 녹아 내리는

이 가을과 이야기 한다

 

기관지염에 시달려 캑캑대는

어린 자식새끼의 베개맡에서

줄담배로 깊어가는

시계 바늘 부여잡고 그래도,

가을은 낭만적이었다고

 

마즈막 남겨진 내 영혼의 소리에서

짐짓 가을을 되새김한다

 

어차피 사람은 그렇게 사는 것,

그렇게 산다고 믿으며 사는 것,

 

설운 상흔의 세월을

아리도록 그리면서도

이 밤만은 잠들리라-

흐드러진 가을의 씨알

뒤척뒤척 모아 쥐고

한껏 착한 평화 들으면서 또

하얗게 밝히어지다

 

- ()의 창() -

 

올 가을의 마지막 계절시인 듯 하다. 어느 계절 막론하고 만만하게, 수월하게 한 철 오롯이 지낸 적이 있으랴만, 유독 이 가을이라는 절기는 다른 세 철과 비견할 때 아쉬움도 미련도 퍽 많은 게 사실이다. 분명 날짜 상으로 따져보면 여름과 겨울 사이에 끼어 짧게 지나치는 것이 사실이건만, 그 하루들마다 웬 사연들이 폭포처럼 줄을 대고 쏟아져 잊지 못할 추억을 반죽하면서 그리도 지악스레 달라붙는지, 솔직히 이젠 가을이 지겹기까지 하다.

 

세상에서 최고로 쓸쓸해 하기도, 비감의 극에 달한 포즈로 감성에 젖어있기도, 지난 이별의 아픔을 곱씹으면서 거리를 헤매 돌며 정처없이 거닐기도, 속내를 털어놓고 말하자면 가을을 계속 만끽하기가, 가을에 흠뻑 물들은 채 숨 쉬기가 버겁기 짝이 없다는 말이다. 이제부터는 보편적이고 평온한 일상에 충실해야 할텐데, 얼마 남지 않은 올 한 해의 마무리에 신경 좀 써야 할텐데, 이렇게 가을에만 푹 빠져있다가는 종국에는 폐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안 되겠다. 오늘부터는 정신 좀 차리자. 흐트러진 이성을 다잡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자.

 

어차피 붙잡아도 떠날 가을인 것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찾아올 가을인 것을, 마치 삶에서 마지막으로 볼 가을인 줄로 여기는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가 보기에 영 꼴 사납다. 모름지기 계절의 진객이 어찌 가을 뿐이랴? 매몰차다고 종주먹 들이대며 좀 서운해 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가을이라는 이름에게 일시적으로 절교를 선언하면서, 시크하게 먼저 뒤돌아서는 결단을 내려봐야겠다.

 

심플하게 작별의 인사를 목청껏 외치면서 담담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견지하도록 애 좀 써봐야겠다. 초가을부터 시절에 홀려 겅중거린 넋, 미상불 이만하면 가을에게 할 도리 다한 것 아닌가? 이 쯤 했으면 가을 보기에 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필자만큼 이 가을에 많이 아파했던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봐라. 필자보다 더 이 가을에 슬픈 사연 많이 장만한 사람 있으면 나서보라고 해봐라. 아마도 없을 거다. 이 세상에는 없을 거다. 영영.

 

하얀 눈이 소복히 축복처럼 내려줄 겨울이 오면, 따스한 난로의 불꽃을 바라보며 뜨거운 차 한 잔에 삶의 굴곡을 문질러 부드럽게 변화시킬 겨울이 오면, 그렇게 삶의 문턱을 넘어 성큼 또 하나의 이야기를 써가게 될 겨울이 오면, 비단 그 이야기는 남에게 보여지지 않더라도 정녕 아름답게 쓰리라.

 

행복으로, 사랑으로, 평화로 빚어내리라. 가슴 깊은 심처로부터 시작된 미소의 꽃을 정성껏 가꾸고 자라게 하여, 세상 모든 이들에게 전파하며 온 누리가 물들게 하리라. 그래서 온 세상 꽃향기로 가득 차도록 활짝 활짝 피어나게 하리라. 그리 다짐하면서 오늘도 아쉬운 가을바람을 온 몸으로 맞이한다. 길지 않은 가을밤을 지샌다.

 

그렇다. 지금은 가을의 끝이다. 이름하여 만추(晩秋). 가을이 영글어,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무르익은 늦가을이다. 우리는 가을의 모습을 그려보라 하면 우선적으로 자연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래서 늦가을이라면 그런 자연의 모습과 색깔이 바뀌어진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돌아보니 이미 코스모스도, 국화의 잔재도 스러져버렸고,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도 그쳤다.

 

단풍도, 억새도, 낙엽도, 눈으로 마음으로 발로 충분하게 경험하였고, 오곡백과의 갈무리까지도 바쁜 몸짓은 다 지나 얼추 막바지다. 그럼 된 것 아닌가? 그럭저럭 성공적인 가을을 살아낸 것 아닌가? 그런 심상으로 가을이 간 것을 확인하려 한다. 11월이라는 명찰은 별 의미가 없다. 그냥 가을 가는 길목일 뿐이다. 멀리 보이는 산야가 그걸 확인시켜준다.

 

그런데 사실 가을의 느낌이 가장 진하게 묻어나는 곳은 도시의 거리다. 휑하니 뚫린 도로들 마다 서글프게 각인되는 가을의 냄새가 우리를 너무도 쓸쓸케 한다. 잊고 살았던 가을의 기억들이 새삼 떠오르게 되면, 우리네 가슴을 쿡쿡 찌르며 가을은 눈물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그래서 가을엔 이별이 많다. 그렇기에 가을엔 헤어지기 위한 만남이 많다. 가을은 이야기가 많다. 가을은 사연의 계절이다. 도시의 가을, 도시의 이야기.

 

그렇기는 한데, 오늘의 화두가 가을이라 하여 그저 한없이 쓸쓸하고 외로운 기분만으로 이 계절을 살아가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다. 가을에는 무조건 서글퍼야 하고, 고독을 느껴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통상적으로 가을이라 하면 젖어들게 되는 감성과 낭만이 있다면 구태여 반감을 갖지 말고 순리적으로 적응하되, 보이지 않더라도 그 다음의 계절을 살아갈 근원적인 활력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아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말도록 하자.

 

조급하게 서두르지는 말고 여유롭되 게으르지 않도록 힘 쓰며, 집착하거나 편견에 사로잡혀 아집을 부리지는 말되 우유부단하게 흘러가서는 안 되고, 우쭐대거나 나보다 못한 사람을 업신여기지 말고, 항상 겸손과 공경의 마음을 갖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또한 하루를 살더라도 남에게 손가락질 받고 지탄과 미움의 대상이 되지는 말아야 하며, 언제나 나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겸허하고 양순한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 것이다.

 

다른 누구를 탓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 타인의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상처를 주는 언행으로 다치게 하기 보다는, 다정한 조언의 말로 다독이면서 힘을 복돋아주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상대를 헐뜯고 경멸하기 보다는, 그의 그릇된 자리에 빛을 주고 격려해주는 마음이 더 소중하며, 의심하기 보다는, 믿어주고 상대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그런 마음들이 모이면 세상의 모든 투쟁과 반목은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산다는 것은 변화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하늘도 변화가 있고 계절도 변화가 있듯이 우리 삶도 희망의 변화가 있기에 변화의 아름다움을 품어내는 우리들의 마음들이라면, 그런 마음들이 어울려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라면 좋겠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이 계절의 한 페이지를 사랑과 행복으로 충만하게 채우는 이야기로 만들어간다면 더없이 좋겠다. 바로 가을이 있는 이유다.

 

 

  © 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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