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林森의 招待詩 -
가을자락
나의 나 된 것은 이미 가을이 정직한 바람 주었기에, 내가 나인 것은 진즉 가을이 진솔한 햇살 주었기에
들큰한 내음으로 시절 걷어가는 마무새 거기 가을이 흠씬 하늘 열다
가을 입구에 서서 어언 내가 내려놓는 고백의 읊조림, 열린 문틈으로 흠칫 보여질 저 낙엽의 길 우에 사랑의 길 비스듬 덧대어
어깨 겯고 느껴울다 성큼 문턱 넘어서 다가오는 연가....
가을스러운 미소로 두어 줄금 뿌리는 비, 가을다운 손짓으로 슬몃 오른손 잡는 안개
나의 가을은 붉은 빛깔 숨결 토하며 격하게 감상 빚어올리고 누리 글썽여 가을의 자락은 물컹 익어가다
이토록 절실히-
- 시(詩)의 창(窓) -
가을엔 그저 가을이야기가 제 격이다. 이런 저런 잡스런 다른 이야기를 주저리 풀어보았자 종국에 가서는 가을로 결말짓게 되는 것이 오묘한 가을의 마술이다. 어차피 힘주어 외면하려 해도 가을은, 그 진한 빨판을 박고 우리에게 가을의 냄새를 흘려 넣어준다. 그래서 우리의 가을은 이미 우리의 몸 속에, 마음 속에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러니 가을 노래 부르고, 가을 시 적는다는데 새삼 시비 걸 사람이 누가 있으랴?
그냥 짧아서 아쉬운 이 계절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라면, 다음 계절에 즈음하여 후회나 미련 남기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리의 가을을 한껏 사랑해야 한다. 주어진 시절을 만끽해야 한다. 가을이 가을다운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얼른 깨닫자. 그리고 우리에게 드리워진 가을의 그늘에 푹 젖어보자. 가을을 사랑하는 만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서, 잊지 못할 우리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보자. 얼마 남질 않았음이다.
구태여 큰 소리로 떠들 필요는 없다. 애써서 남에게 드러내려 힘쓸 이유도 없다. 그냥 조용한 침묵으로 우리에게 찾아온 선물을 즐기면 되는 거다. 소란스럽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침묵 안에 평화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어떤 고난이나 역경이 와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가능한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도록 하자. 조용하면서도 분명하게 진실을 말하면서, 어리석고 무지한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자. 그들 역시 분명히 할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
이런 계절에는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사람들은 가급적 피하자. 그들은 영혼을 괴롭힌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이 하찮아 보이고 비참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더 위대하거나, 더 못한 사람은 어디에나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계획한 것 뿐만 아니라 당신이 이루어 낸 것들을 보며 즐거워하자. 아무리 보잘 것 없더라도 당신이 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자. 그것이야 말로 변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의 운명 안에서 진실로 온전하게 소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상적이기 쉬운 이 계절 가을이거늘, 사업상의 일에도 주의를 쏟자. 어쩌면 세상은 속임수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 미덕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치지는 말자. 많은 사람들이 높은 이상을 위해 애쓰고 있고, 삶은 영웅적인 행위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당신 본연의 모습을 찾도록 하자. 그래서 가식적인 모습이 되지 말자. 또한 사랑에 대해서 냉소적이 되지 말자. 아무리 무미건조하고 꿈이 없는 상태에서도 사랑은 잔디처럼 돋아나기 때문이다.
나이 든 사람들의 충고는 겸손히 받아들이고, 젊은이들의 생각에는 품위 있게 양보하자. 갑작스러운 불행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면 영혼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쓸 데 없는 상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는 말자. 많은 두려움은 피로와 외로움에서 생겨난다. 아울러 자신에게 관대해 지도록 노력하자. 당신은 나무나 별들과 마찬가지로 태고 적부터 우주의 자녀다. 당신은 마땅히 이곳, 가을의 지구에 머무를 권한이 있다.
당신이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우주는 그 나름의 질서대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웃들과 평화롭게 지내자. 당신이 이웃을 어떻게 생각하든, 당신의 노동과 소망이 무엇이든, 시끄럽고 혼란한 삶 속에서도 영혼의 평화를 간직하자. 서로 속이고, 힘들고, 꿈이 깨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다. 그러니 늘 평안하고 행복하려고 애쓰자. 가을이 익어서 얼마 안 있으면 저물 이 무렵에 갑자기 시선을 돌리는 글을 보면서 괜시리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조금 남아있는 이 가을에 우리가 살아가야 할 지금의 모습이 우리 삶의 근본이고, 본 모습이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로 주고 받는 소통의 장에서 희망과 행복의 샘이 솟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문제는 마음가짐이다. 긍정의 힘은 위대하다. 내게 주어진 고난과 역경에 지배당하지 않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분명 행복해질 것이다. 그것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 우리가 가을의 의미를 대하는 자세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가을의 지혜가 바로 이것이다. 가을이 울림의 소리를 낸다. 우리는 그저 귀를 기울이면 된다.
어차피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여정이다. 남의 짐보다는 내 짐이 가장 무겁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삶의 무게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발견하기가 힘들다. 그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골고루 나누어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여기면서, 동병상린의 자세를 견지하며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힘든 세상이지만 너끈하게 잘 살아간다는 게 뭐 별 건가?
남겨진 가을이 우리에게 꿈을 주고 있다. 그 아름다운 가을의 남은 꿈을 선사한다. 꿈이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꿈을 가진 이가 더 행복하다. 글을 잘 쓰는 작가보다도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꿈을 안고 사는 이가 더 아름답다. 꿈은 인간의 생각을 평범한 것들 위로 끌어 올려주는 날개다. 내일에 대한 꿈이 있으면 오늘의 좌절과 절망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꿈을 가진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인생의 비극은 꿈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현하고자 하는 꿈이 없다는 데 있다. 절망과 고독이 자신을 에워쌀지라도 원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아름답다. 꿈은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자신의 무한한 노력을 담는 그릇이다. 이것을 가르쳐주는 가을은 그래서 그런지 너무나 아름답다. 진정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가을이 가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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