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회> -챕터 3<묘덕아, 저절로 그리 된 것이니라.>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9/02/02 [19: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회> -챕터 3<묘덕아, 저절로 그리 된 것이니라.>1화

김명희(시인 .소설가) | 입력 : 2019/02/02 [19: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회>

 

<챕터 3. 묘덕아, 저절로 그리 된 것이니라.>1화

 

▲ 불멸의 꽃 챕터3표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허허. 묘덕아. 자, 내 손 안에 무엇이 있을 것 같으냐? 내 손을 어서 펴 보거라.”

 

“어? 스님. 왜요?”

 

“원, 녀석두. 아 글쎄 어서 펴봐. 펴보면 알 게 아니더냐?”

 

묘덕이 백운스님께 다가가 그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펼쳐 열어보았다. 백운의 손안에 있던 것은 붉고 아름다운 도투락댕기였다. 뾰족하게 여며진 댕기의 양 끝에 기쁨을 기원하는 희(喜)자가 금박으로 예쁘게 수놓아져 있었다.

 

“어머나! 스님. 댕기 빛깔이 참 곱네요.”

 

“허허허. 그래? 맘에 드느냐? 네 선물이니라. 어서 예쁘게 머리에 해 보거라.”

 

“호호호, 스님 너무 예쁘옵니다.”

 

“어디보자……. 허허허, 그래! 참 곱구나. 묘덕아, 어여쁘게 곱게 잘 자라 훗날 좋은 사내도 만나고 행복한 가정 꾸리며 잘 살아야하느니라. 그때까지 항상 몸조심하고 알겠느냐?”

 

“치, 놀리지 마셔요 스님. 저는 시집가지 않을 것이옵니다. 스님만 예두고 절대 어디로 떠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스님……. 여기가 제 집인 것을요. 저는 앞으로도 스님과 여기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것이옵니다.”

 

“허허허, 묘덕아 말이야 고맙다만……. 앞으로 때가 되면 너의 지붕과 기둥이 될 지아비도 만나고 너를 닮은 예쁜 아이도 낳고 그런 행복한 삶을 누려야하지 않겠느냐. 그것이 여인의 삶에서 가장 축복인 게야. 그런 네 모습을 보는 것이 내 간절한 바람이니라. 허허허.”

 

묘덕은 그 후 백운스님이 선물한 그 댕기를 항상 아끼며 품에 지니고 다녔다. 어느 날, 오랜만에 고된 정사를 잠시 잊고 정안군 내외가 절을 찾아왔다. 법당에 가부좌를 틀고 참선 중이던 백운스님이 정안군 부부를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스님, 그간 평안 하셨지요? 묘덕이도 잘 있었느냐? 오오, 그 새 또 몰라보게 많이 컸구나. 묘덕아, 이젠 아주 과년한 규수가 다 되었구나…….”

 

묘덕은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정안군 나리, 마님. 그간 평안하셨어요?”

 

정안군은 그새 더 몰라보게 성숙해진 묘덕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며 내심 무척이나 놀랐다. 그녀는 누가 보아도 눈에 띄게 탐스럽고 눈부셨다. 정안군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보며 마음을 흠씬 빼앗겼다. 정안군부인 수춘옹주는 남편 정안군의 마음이 묘덕을 향하고 있음을 눈치 채고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정안군 내외는 며칠 후 다시 도성으로 돌아갔다. 묘덕은 몸과 마음이 과년해질수록 남녀 음양의 이치가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어떤 날은 백운스님이 문득문득 남정네로 느껴져 마음이 어색하고 무척 혼란스러웠다. 또 어떤 날은 아버지처럼 푸근해서 바라만 봐도 든든하고 존경스러웠다. 묘덕은 천 가지 만 가지로 뒤바뀌는 자신의 마음 몹시 때문에 괴로웠다. 본인의 마음인데도 장담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 매순간 뒤엉키는 마음의 혼란을 경험하며, 가장 다루기 힘든 것이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 때면 그녀는 법당으로 달려가 부처님 전에 백팔 배, 천배, 만배를 하고 또 했다. 온 몸이 땀에 젖고 무릎을 펼 수 없도록 절을 올렸다.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얘질 때까지 절을 하고나면 한동안 평상심이 찾아왔다. 그러나 백운스님과 마주치면 또 다시 그녀 마음에 거친 파도가 일었다. 묘덕은 정주간에서 저녁공양 준비를 하다 문득 담장너머 뒷산을 바라보았다. 숲 속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짝짓기에 여념이 없는 미물들을 볼 때면 자신도 모르게 그 광경에 빠져들었다. 어떤 날은 뒤꼍에서 새들이 짝짓기 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았다. 그러다, 문득 뜨거워져오는 자신의 몸을 어루만져보곤, 낯뜨겁고 부끄러워 그녀 혼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끊을 수도 막을 수도 없는 물 같은 것이니라. 그것이 음양의 이치니라.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언제 왔는지 백운이 묘덕을 보고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백운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어머나. 스님…….”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두 볼이 붉게 달아오른 묘덕은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저……. 스님. 한 가지 여쭤 봐도 되겠는지요?”

 

“그러려무나. 그래, 내게 물어볼 게 무어냐?”

 

“방금 전에 스님께서. 음양의 이치라고 말씀하셨는데. 또 끊을 수도, 막을 수도 없는 물과 같다고 하셨는데. 그 음양의 이치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 인가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해서……, 왜 그렇게 되는 것인지요……?”

 

“흐음, 그냥……, 음과 양 모두가 서로에게로 향하고. 서로에게로 이끌리고. 저절로 그리 되는 것 이니라……. 그러니, 그 마음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네 과실도 전혀 아니니 괴로워 말거라. 그럴수록 늘 너의 마음속에 잡념이 들어서지 않도록 평상심을 채워라.”

 

“저기……. 스님 그럼요, 소유하고 싶어지는 마음은요? 다가가 그를 만져보고 안아보고 싶은 그런 마음은요? 안 보면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은, 그런 것은요……? 그것은 어떻게 해야 다스려지나요?”

 

“흐음……. 그것은. 본디 형체가 없는 것이니라. 그것을 보려하는 이는 보게 될 것이요. 보지 않으려 하는 이는 보지 않게 될 것 이니라. 모두가 네 마음속에 있기도 하고 또 없기도 한, 마치 숲속의 바람 같은 것들이지. 본연의 형상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니라……. 헛된 마음이 망상에 사로잡혀 그리되는 것이니라. 그래서 무소유로 다스려지는 삶이되도록 늘 부처님 앞에 맑은 정신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깨달음을 얻은 자들의 진정한 삶이니라. 허어, 시간이 늦었구나. 어서 가서 그만 쉬어라.”

 

“예, 스님.”

 

묘덕은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지만, 공손히 백운스님께 합장하고 물러갔다. 산사의 솔바람이 향긋하게 불어왔다. 묘덕은 백운스님의 말씀이 이해가 될 듯 될 듯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끊을 수 없는 음양의 이치……. 그러면 이것들은 또,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녀는 고요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백운스님의 말씀을 오래 되뇌어 보았다. 백운스님은 방금 어둠 속으로 멀어져간 묘덕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하늘을 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백운의 마음에도 파도가 이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스로 강하게 거부하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묘덕을 향한 마음은 더 술렁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머문 산사의 밤이 깊어갔다. 백운은 떨쳐지지 않는 번뇌로 괴로웠다. 그는 부처님의 설법을 깨우치며 스스로를 정진하려 갖은 애를 썼다. 백운도 정안군처럼 묘덕에게서 여인의 향기를 물씬 느꼈다. 그것은 그녀만이 갖고 있는 아주 묘하고 특별한 것이었다. 이따금 한밤중에 묘덕이 절 뒤로 흘러내리는 폭포 아래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오는 날이나 쪽마루 경대 앞에 앉아 긴 머리를 빗질하는 희고 고운 목덜미를 볼 때, 먼 산을 바라보는 묘덕의 뒷모습을 보면 백운의 가슴은 도둑질을 한 듯 가슴이 두근거렸다. 묘덕이 백운의 곁을 스칠 때면 풀꽃처럼 아스라한 향기가 느껴졌다. 아련한 여인의 향기가 느껴질 때마다 그는 자신을 더욱 엄중히 추스르며 밤새 불경을 읽고 염불을 읊었다. 삿된 상념을 경계하며 평상심을 찾고자 스님은 수행의 깊이를 더해갔다.

 

 

 

< 3. 묘덕아, 저절로 그리 된 것 이니라 >

 

1

어느 여름 밤. 묘덕은 잠을 뒤척였다. 백운스님의 모습과 함께 숱한 몽상이 그녀에게 밀려왔다. 그녀의 가슴이 마구 뛰었다. 묘덕은 그것을 주체할 수 없어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달려간 곳은 불 꺼진 백운의 침소였다. 깊은 밤 백운스님이 그리워 버선발로 한걸음에 달려가 그의 문 앞에 서있는 자신을 문득 문득 발견하고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백운스님이 잠 든 방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문 앞까지 다가가 서성이다 스스로를 책망하며 돌아오기를 되풀이 했다. 그런 번뇌는 백운스님도 마찬가지였다. 백운스님은 자신의 방문 앞을 서성이다 돌아가는 묘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정갈한 마음을 지켜내기 위해 백운스님은 일부러 불을 일찍 끄고 있기도 했다.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서로를 향해 치솟는 마음을 잠재우느라 묘덕도 백운스님도 밤마다 고통스러운 참선을 이어갔다. 어느 날엔 묘덕이 잠든 방문 앞까지 다가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백운은 몹시 괴로웠다. 묘덕은 달빛에 비친 백운스님의 그림자가 자신의 방문에 어리다 돌아가는 것을 보며 수없이 잠을 설쳤다. 그런 날 백운은 법당에 엎드려 밤새 자신의 온 몸을 죽비로 모질게 내리쳤다. 묘덕의 모습을 잊지 못하는 것은 정안군도 마찬가지였다. 과년한 묘덕의 아리따움을 보고 속세로 돌아온 정안군은 그녀를 향한 그리움에 요동쳤다. 불을 끄고 아내 수춘옹주와 몸을 섞을 때 자신도 모르게 문득문득 묘덕과의 밤을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안군은 수춘옹주의 몸을 만지며 묘덕의 몸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정안군은 그만 흥분을 주체 못해 깊은 신음소리를 냈다. 수춘옹주 몸속으로 막 격렬하게 사정을 하던 바로 그 순간 정안군은, 

 

 

 -> 다음 주 토요일(2/9) 밤, 6회에서 계속.....

봄내지기 22/03/23 [20:55] 수정 삭제  
  김명희 작가님,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와 궁금함이 점점 더해져 밤을 새워 읽어야 할 듯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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