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47)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8/20 [01:01]

바람의 제국(47)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8/20 [01:01]

▲     ©정완식

 

네게로 가는 길엔 

노오란 유채꽃이 강물처럼 막아서고 

끊어진 다리 끝에는 녹슨 진물이 흘렀지​

 

네 운명이 아니라던 벼락같은 언도에 

형벌은 귀가 닫히고 입이 막히어 

죄인이 되어버린 내가 할 수 있는 건​

 

담장 속 철문으로 죽음을 맞는 일뿐이지만 

그마저 허락되지 않는 건 

장막 뒤 신의 개구짓인가​

 

죽을 때까지 사랑하라는 

자신의 계시를 다시 섬기며 

끊어진 다리를 잇기 위한 단련을 시작하지만​

 

강을 지나면 또 다른 강이 나서듯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가로막는다​ 

 

네게 가는 길은 이리도 힘들구나​

 

- 산 넘어 산 - 

 

48. 산 넘어 산 

 

"제가 여기 법인에 근무한 지, 거의 석 달 정도 지났을 때입니다.​ 

법인장으로 부임한 지 대략 5년 1개월이 되었으니 벌써 4년 10개월, 5년이 다 된 얘기네요.​

 

상해에서 이곳 무석까지 오는 길에 유채꽃이 노란 강물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던 어느 봄날, 중국의 제법 규모가 큰 자동차부품 회사에서 왔다며 저를 찾아와 사업면담을 요청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와 무석의 시내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겸해 술자리가 있었고, 이어 한국의 룸싸롱 분위기가 나는 한 깔끔한 가라오케에서 2차로 술자리를 가졌는데, 둘 다 술이 거나하게 취할 무렵, 그의 본격적인 사업제안이 나왔습니다.​

 

그때 저희 중국 법인은 한국 본사에서 선박을 이용해 부품을 들여와서 이곳 법인에서는 단순히 기현자동차에서 생산하고 있던 차종별 배리에이션별로 분류를 해놓고, 

 

기현자동차 생산시스템에서 보여주는 생산 일정에 따라 서열화해서 제 때에 맞추어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에 납품만 하면 되는 사업구조였는데,​

 

이분이 제안한 것은 바로, 자기들이 아주 저렴한 단가로 동등한 품질의 와이어하네스를 공급해 줄 수 있으니 한국에서 들여오는 걸 중단하고 자기네 회사의 것을 써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분이 제시한 단가를 살펴보니 우리가 한국에서 들여오는 제조와 물류코스트를 합한 가격의 70퍼센트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코스트를 30퍼센트 가까이나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니 술에 취한 제 눈이 번쩍 뜨였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김기훈 상무의 눈빛이 그때를 회상하며 바로 그의 눈앞에서 상황이 전개되는 것처럼 호기롭게 반짝이며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사무실 창밖으로 멀리 독수리인지 참매인지 모를 새 한 마리가 허공에서 호버링을 하며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것이 연수의 눈에 들어왔다​

 

"제가 그들의 제안을 듣고 생긴 궁금증은 이들이 왜 이렇게 싼 가격으로 공급을 하겠다는 건지, 그들이 말하는 대로 기현자동차에서 요구하는 품질 수준을 정말로 맞춰줄 수 있는 지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이어지는 제안은 그런 나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자기는 기현자동차 뿐만 아니라 MH자동차 중국법인에도 많은 종류의 부품을 납품하는 자동차부품 제조회사를 중국 내 여러 곳에 가지고 있는 태왕그룹이라는 곳에서 왔는데,​

 

지금까지 사소한 품질문제로 클레임이 걸린 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품질문제 때문에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게 하거나 큰 문제가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과,​

 

또 하나는 어차피 기현자동차에 납품하는 단가는 정해져 있으니 약 30퍼센트의 코스트 절감분 중 반을 다시 자기들에게 현금으로 돌려달라는 대담한 제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더 놀라웠습니다.​

 

자신은 머쟎아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니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고, 아울러 보안도 철저히 지켜줄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술에 취해 기분이 적당히 좋아진 탓도 있고 우리 회사로 봐서는 결코 손해를 보는 장사도 아니어서 술김에 덥석 그러자고 대답을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며칠 동안, 저도 많은 고민을 하다가 제 개인적 욕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저희의 한국 본사에는 리베이트 얘기는 빼고 10퍼센트가 넘는 단가를 절감할 수있는 기회라며 본사를 설득했고, 나머지 일부 금액은 본사를 속이고 제가 개인적으로 사용을 하게 됐습니다.​

 

장상무님께서도 우리와 같은 협력업체를 돌아다녀 봐서 사정을 아시겠지만 우리는 주재원으로 나와도 본사에서 충분한 급여나 생활비, 판공비 등이 제공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리저리 비공식적으로 지출해야 할 비용은 많고 굉장히 열악한 근무환경을 가지고 있다 보니, 제가 순간적으로 욕심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김기훈 상무는 여기까지 얘기하고는 연수를 보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연수에게 미안한 일은 아니었지만, 연수에게 자신의 사정을 잘 헤아려주고 잘 봐달라는 의미였다​

 

잠시 후 고개를 든 김상무가 의외로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게 그런 제안을 했던 분이 정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으로 부임해 왔는데 그분이 바로 구매본부장인 이상일 전무입니다."​

 

연수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하얘졌다​

 

이상일 전무는 이한경 상무가 연수에게 주었던 비선조직의 명단에 들어 있던 사람 중의 한 명이었는데,​

 

그룹 인사실의 김윤오 차장이 확인해 준 명단을 다시 받아든 연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단순히 왕영홍 부회장이 추천해서 그룹의 중국통 임원으로 들어와 기현자동차 중국법인에 도움을 주는 한 사람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김기훈 상무의 말대로 이상일 전무가 중국 협력업체 리베이트 의혹의 핵심인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어서 문제가 심각한 정도가 아니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ㅇㄷㄱ 21/08/20 [09:27] 수정 삭제  
  다음회 너무 기대되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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