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국(6)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기사입력 2021/03/30 [07:01]

바람의 제국(6)

詩가 있는 詩소설

정완식 | 입력 : 2021/03/30 [07:01]

 

▲     ©정완식

 

 

 

 

 

 

 

 

 

 

 

 

 

  

 

 

 

찬바람이 불면 

가슴 시린 남자는 베낭을 메고 
윤중로를 걷지 

 
의사당 뒤 버드나무 아래엔 
봄볕 머금은 버들강아지들 만이 지켜 본 
타임캡슐이 있어 

 
그녀의 그 남자를 향한 마음이 담겼을 
그녀가 나 떠나면 봐야 한다며 
가벼운 웃음으로 보낸 맹서로 지금은 볼 수 없는 

 
캡슐 한 쪽엔 그 남자의 고백이 있겠지만 
나머지 한 쪽엔 무엇이 담겼는 지 
바람부는 날에 묻어둔 

 
캡슐엔 그 남자의 바램은 닿지 않고 
지금은 찬바람이 불지만 
이 바람이 닿지 않는 곳에 있을 

 
그녀를 아직 보내주지 못해 
윤중로 버드나무 아래엔 
동동거리는 발자국만 무성하지 

 
 - 찬바람이 불면 – 

 

 
7, 찬바람이 불면 

 

 
커피 잔의 온기가 식고 잔이 비워지자 연수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서류가방을 챙겨 호텔 로비로

내려왔다 

 
김과장이 먼저 나와 있다가 연수를 맞아 준다 

 
하늘은 온통 먼지를 뒤집어쓴 양 아직도 희뿌옇다 

 
아직은 초겨울이라 춥다고 하기엔 이르지만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슬쩍 불어와 연수의

코끝을 간질이자 호텔에서 서쪽 방향으로 쭉

뻗은 대로를 따라 공장으로 향하던 연수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찬바람이 불면 의례히 자신을 괴롭히는 비염

때문인지 아니면 갑자기 밀려온 회한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연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얼굴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본다 

 
호텔에서 공장 정문까지는 걸어서 15분 남짓 걸렸다 

 
공장 정문에서 간단하게 출입카드를 작성하고

비표를 받아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곧 점심시간이

끝나는지 몇 몇 직공들이 뛰듯이 걸음을 서둘러

제각기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품질부문과 제품을 중점적으로 살펴야 해서 공장

품질본부가 있는 의장공장으로 곧장 떠나는

김과장에게 저녁에 호텔에서 보자며 약속을 하고

연수는 곧장 본관으로 향했다 

 
본관 로비의 왼쪽 홀에는 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옆으로

투명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연수는 정문 입구 오른

편에 서 있던 경비원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바로 계단 쪽으로 가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커다란 통유리로 둘러 싸인 3층짜리 본관 건물은

온실효과 때문에 별도의 난방시설을 가동하고

있지도 않았지만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계단을 오르는 연수에게는 약간 더운

느낌이 들 만큼 열기를 안고 있었다 

 
2층에 올라서자 아래층의 로비와 윗층이 다 내려다

보이게 사각으로 뚫린 공간이 나타나고 각 층에는

유리 난간과 반투명 유리로 된 각 사무실의 벽들이 보였다 

 
2층 계단 오른 편에 자리한 관리부의 열린 유리문

틈으로 사무실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예전 같으면 어느 시간이나 직원들과 외부 손님들로

북적댔을 관리부에는 몇 안되는 직원들 만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연수는 계단을 하나 더 올라 3층에 위치한 기획부의

문을 열고 막 들어서다 마침 사무실 한편에 서서 직원

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이한경 상무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는 연수가 신입사원 시절 채용업무를 하면서 그 이듬

해에 공개 채용한 연수의 입사 1년 후배였지만

중국사업이 한참 호황을 누리고 잘 나가던 때에

고속승진을 하면서 연수보다 오히려 승진이 빨라 

 

올해 초 상무로 승진했는데 승진과 함께 본사에서

여기 중국법인의 기획본부장으로 발령 받아 온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그는 일찍이 중국시장에 대한 호기심으로 중국과의

교류가 시작되기도 전에 대만에서 일과 학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학비도 벌고 언어도 익히며 대학교육을

마친 뒤 곧바로 기현자동차에 입사해 줄곧 중국 관련

업무를 맡아 온 중국통이었다 

 
기현자동차내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중국과 회사의

중국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연수도 이곳의 주재원으로 약 3년 정도를 근무해서

중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상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연수가 이번 출장에서 맨 먼저 이상무를 찾아온

이유도 그래서였다 

 
이상무는 반갑게 달려와 연수의 두 손을 잡고 연신

흔들어 대다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 이야기하자며

연수의 손목을 이끌고 본부장실로 들어가 원탁

테이블에 있는 그의 자리에 앉으면서 그 옆자리를 

연수에게 권했다 

 
전화기가 놓여 있는 허리 높이의 탁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연수가 의자에 앉자 마자 이한경 상무기

입을 뗐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립니다.

    

ㅇㄷㄱ 21/03/30 [09:54] 수정 삭제  
  기다리다 읽게 되어서 그런지 너무 재미있고, 기대되고 또 기다려 집니다. 시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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