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가슴 시린 남자는 베낭을 메고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서류가방을 챙겨 호텔 로비로 내려왔다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슬쩍 불어와 연수의 코끝을 간질이자 호텔에서 서쪽 방향으로 쭉 뻗은 대로를 따라 공장으로 향하던 연수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때문인지 아니면 갑자기 밀려온 회한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연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얼굴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본다 비표를 받아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곧 점심시간이 끝나는지 몇 몇 직공들이 뛰듯이 걸음을 서둘러 제각기 공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품질본부가 있는 의장공장으로 곧장 떠나는 김과장에게 저녁에 호텔에서 보자며 약속을 하고 연수는 곧장 본관으로 향했다 여러 종류의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옆으로 투명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연수는 정문 입구 오른 편에 서 있던 경비원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바로 계단 쪽으로 가 2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온실효과 때문에 별도의 난방시설을 가동하고 있지도 않았지만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계단을 오르는 연수에게는 약간 더운 느낌이 들 만큼 열기를 안고 있었다 보이게 사각으로 뚫린 공간이 나타나고 각 층에는 유리 난간과 반투명 유리로 된 각 사무실의 벽들이 보였다 틈으로 사무실안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북적댔을 관리부에는 몇 안되는 직원들 만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문을 열고 막 들어서다 마침 사무실 한편에 서서 직원 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이한경 상무와 눈이 딱 마주쳤다 해에 공개 채용한 연수의 입사 1년 후배였지만 중국사업이 한참 호황을 누리고 잘 나가던 때에 고속승진을 하면서 연수보다 오히려 승진이 빨라
올해 초 상무로 승진했는데 승진과 함께 본사에서 여기 중국법인의 기획본부장으로 발령 받아 온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교류가 시작되기도 전에 대만에서 일과 학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학비도 벌고 언어도 익히며 대학교육을 마친 뒤 곧바로 기현자동차에 입사해 줄곧 중국 관련 업무를 맡아 온 중국통이었다 중국사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물인 셈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상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유도 그래서였다 흔들어 대다가 자신의 방에 들어가 이야기하자며 연수의 손목을 이끌고 본부장실로 들어가 원탁 테이블에 있는 그의 자리에 앉으면서 그 옆자리를 연수에게 권했다 사이에 두고 연수가 의자에 앉자 마자 이한경 상무기 입을 뗐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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