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마케팅

여지영 | 기사입력 2023/08/08 [01:01]

눈높이 마케팅

여지영 | 입력 : 2023/08/08 [01:01]

▲ 춘천에서 언니 여지영     ©강원경제신문

찹쌀떡 장사

서빙

디제이

카드영업사원

보험영업사원

채권추심업

부동산 중개보조원

식당운영

호프집 운영

옷가게 운영

 

이건 직업 나열이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내가 한 경험들이다. 이 중에서 좋은 옷 입고 편안하게 앉아서 할 수 있는 직업은 하나도 없다. 늘 발로 뛰어야 하고 부끄러움을 무릅써야 하고 거절을 감당해야 한다. 이렇게 험난하게도 살아왔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일들을 할 때마다 전략이 있었던 것 같다.

 

3 겨울. 찹쌀떡 방문판매를 할 때는 얼마나 창피하든지 초인종은커녕 말도 한마디 못 해서 주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갑자기 눈에 보였던 게 내가 다니던 교회스티커였다. ‘무슨무슨 교회라고 해서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상징하는 스티커가 집집마다 붙어 있는 것 말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래! 교회스티커 붙은 집부터 가자. 그럼 공감대도 형성되고 좀 덜 부끄러울 거야. 그렇게 트레이닝한 후에 다른 집도 도전해보자.’ 그러고는 정말 교회스티커가 붙은 집들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구매를 거절하는 사람에게도 감사, 사주는 사람에게도 감사, 그렇게 하다 보니 찹쌀떡 판매가 대박이 났다.

카드영업과 보혐영업을 할 때도 전략이 있었다. 그때 전략은 눈높이 마케팅이었다. 우선, 카드종류별 혜택을 숙지하고 공부한 다음 20, 30, 40, 연령별, 성별로 접근해 영업을 했다. 일명 눈높이 마케팅으로, 핵심 타깃에 맞춰 영업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린 나이에도 육성팀장 자리를 얻고 신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보험도 마찬가지였다. 대상이 비혼자인지 부양자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등을 구분했다. 그리고 보험사 약관과 종류별 혜택을 모두 공부해서 각각 사람마다 다른 요구에 맞춰 획일화된 보험이 아닌 맞춤형 보험을 설계해주었기에 보험신인왕까지 할 수 있었다.

채권추심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들 나쁜 직업으로 오해하고 험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오히려 감면 혜택을 공부해서 빚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감면받고 빚을 갚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주었다. 그 사람들 입장에 서서 고민하고 함께 상황을 해결해주다 보니 론스타에 있을 때는 상위 1% 직원으로 뽑혀서 수당을 더 지급받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도전한 것이 부동산 영업이었다. 이때도 눈높이 마케팅이 통했다.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목적이 달랐다. 자녀에게 주려는 사람, 임대가 목적인 사람, 장사를 하려는 사람, 재테크 수단인 사람그 사람들 하나 하나 똑같은 매물이 아닌 딱 맞춘 매물로 잡아주었고, 그러기 위해 항상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학교 다닐 때 이렇게 했으면 전교1등을 했겠구나.’ 하며 가끔 웃을 때도 있을 정도로. 나는 매일 매물 파악을 하고, 일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로 매일 뛰어다녔다. 간혹 지금 내 모습을 보고 무척 여유로워 보인다.’고 할 때가 있는데 그 뒤에는 분명 힘든 고난과 노력의 시간이 존재했다.

 

마케팅을 하고 싶어 하거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싶은 사람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이 다른데 다 똑같은 매뉴얼로 접근한다면 그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을까요?” 물건 하나를 팔아도 그 사람의 성향과 나이, 성별, 취향을 다 알고 팔면 열 번 거절당할 것 중 한 번만 거절당할 수 있다. 그만큼 공부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고, 또 센스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는 어릴 때 눈치 보며 자란 환경이 그 센스를 키워주는 데 한몫을 했지만, 꼭 타고나거나 이미 갖고 있지 않더라도 센스 역시 많은 경험을 통해 얼마든지 훈련할 수 있는 덕목이다.

지금 작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남들이 보기에 별 것 아닌 일이라고 해서. 대충하지 말고 노력하고 연구해라.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고 경험하며 센스를 키워라. 지금 이 순간들이 모여 나중에 훌륭한 당신을 만들 것이다. 오늘이 차곡차곡 쌓여 한껏 괜찮고 여유로운 당신을 만들 수 있다면, 이깟 힘듦쯤이야. 어차피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지금이 낫다. 우리에게 더 멋진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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