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가 센스가 되는 순간

여지영 | 기사입력 2023/09/12 [01:01]

눈치가 센스가 되는 순간

여지영 | 입력 : 2023/09/12 [01:01]

▲ 춘천에서 언니 여지영     ©강원경제신문

 

사람들이 나에게 너는 참 협상을 잘한다.”고 부러워할 때가 있다. 오랫동안 어느 지역과 한 기업이 등을 돌려 지역 주민을 힘들게 하고 발전이 더뎌졌다. 보통 이렇게 서로 대립각이 긴 시간 세워질 때는 서로의 이익을 두고 다투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진 상처를 가지고 토로하기에 바쁘다. 서로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요구하고 싶은 것과 받고 싶지 않은 게 무엇인지를 놓고 차분하게 소통하기보다는 각자의 아픔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며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 대해 분통해하기 마련이다.

나는 주로 그 중간 단계에 서서 양쪽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특별한 전문성을 가져서가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을 연결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조금 물린 후 원하는 것을 적당히 내어놓게끔 조율하는 것을 잘하는 편이다. 어느 지역과 한 기업의 경우에도 다행히 중간 역할을 잘한 덕에 이야기가 잘 풀렸고, 그 일 이후로 발전사업 관련 단장이 되었다.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안 된다고 하는 일에 굳이 나서서 해내고야 말겠다고 하는 이유는 누가 해도 안 된다고 한 걸 내가 해냈을 때의 기쁨과 보람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앞의 사례 역시 서로 원하는 바를 조율하지 못해 난감해할 때 나는 그들을 융화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결과적으론 모두가 만족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다. 그건 어쩌면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고 융화시키는 일. 서로 통하게 하는 일. 단순히 연결을 하는 게 아니라 각자 힘든 부분, 부족한 부분, 원하는 부분, 만져줘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캐치할 수 있는 직관. 그런 동물적 감각이 몸에 배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건 내가 잘난 척을 하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사실, 남들은 탁월하다고 하는 나의 이런 감각을 이야기하자면 약간은 아픈 과거로 거슬러가야 한다.

 

우리는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어릴 때 겪은 일들과 처한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장점으로 그중 일부는 취약점으로 자리 잡기 마련이다. 긍정적 마인드라는 것은 내가 경험한 것들을 오늘의 삶에서 받아들이려 할 때 필요한 무척 중요한 도구인 것 같다. 똑같은 경험도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고 큰 장점으로 승화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협상을 잘하는 것과 소통의 중간 역할을 잘하는 건 어릴 때 처한 환경에서 비롯됐다. 어릴 때 나에겐 엄마가 많았다. 매력이 넘쳤던 아버지는 여러 번의 결혼을 했고 많은 새엄마들과 부대끼면서 아빠의 사랑을 받아내기 위해 참 부단히도 노력했다. 많은 형제, 자매들 사이에 끼게 되니 먹는 것 하나에서도 생존력이 발동했고 TV 보는 것, 방문 여는 것, 옷 입는 것 하나까지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조심해야 했다. 사랑을 받고 싶었고 눈에 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싫으면 안 보고 원치 않으면 밀쳐내면 그만이었지만 난 그런 성격이 못됐다. 그런 나를 후회한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러기엔 내게 아빠란 존재는 항상 그립고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칭찬 한마디에 목이 마른 그런 소중한 존재였다. 나에게 유독 엄하고 어린 나를 섬세하게 돌봐주지 못한 아빠를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빠는 아빠니까.

눈치를 많이 보며 자라면 매사에 주눅이 들게 마련이지만, 스스로 크고 작은 일들을 성취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붙자 눈치센스가 되었다. 참 산다는 건 한 끗 차이지. 아빠의 마음을 읽고 엄마의 마음을 읽기 위해 애쓰던 어린아이의 노력이 날 협상에 능숙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니 말이다.

대신 확실한 건 이제는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나 자신이 나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나면 더 이상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 대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이 된다. 배려하는 사람이 된다. 눈치가 센스가 되고 센스가 배려가 되고 배려가 사랑이 되는 과정은 특별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당신에겐 어떤 상처가 있나. 당신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그 부분과 과감하게 마주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당신이 잘하는 것, 아주 조금이라도 뛰어난 그 부분은 꼭 어릴 때부터 칭찬을 들으며 갈고닦은 부분만이 아닐 수 있다. 상처는 외면할수록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지만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 더 단단한 살갗으로 만들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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