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참 안 듣는 어른들

여지영 | 기사입력 2023/08/22 [01:01]

말 참 안 듣는 어른들

여지영 | 입력 : 2023/08/22 [01:01]

▲ 춘천에서 언니 여지영     ©강원경제신문

 

어벤저스를 꾸리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내가 하는 사업은 프로젝트마다 전쟁을 치르듯 정신이 없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특히 분야마다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 어벤저스를 꾸리고 어려운 일을 헤쳐나가 결국 성공을 이룰 때 느끼는 짜릿한 기쁨은 한 마디 단어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어벤저스를 꾸릴 때 아주 가끔 불협화음이 생길 때가 있다. 그때 문제의 핵심에 있는 사람은 어른일 때가 많다. 다들 요즘 애들 못 쓴다.” “이해가 안 간다.” “우리 때와 너무 다르다.”라고 말하지만 내가 겪은 젊은이들 중에는 괜찮은 사람도 참 많았다. 오히려 경험이 없는 것이 순수함이 되어 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도 있고, 지금 노련하진 않지만 가능성을 조금만 터치해주면 금세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저 친구는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마음이 가는 친구가 있다. 실수를 하거나 좀 서툴더라도 괜찮아.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고 가능성을 인정해주면 그들은 어김없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해내고 취약점을 개선해낸다. 그리고 끝없이 성장한다. 그들은 잠재력이 없는 게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훌륭한 어른이 방향성만 잘 잡아준다면 보폭이 넓든 짧든 앞으로 나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오히려 50대가 넘어간 어른들이다. 한 마디로 남의 말을 참 안 듣는 어른들. 어떤 일을 함께하자고 하면 어휴’ ‘아휴하며 일단 안 되는 것부터 생각한다. “그게 아닌데요.”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며 조그만 조언도 자기 인생을 가르치는 걸로 여기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정해주는 말만 원하고 협의를 도출하려고 치면 신경을 곤두세운다. 모든 어른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자신의 라떼를 들이대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자주 묵살해버리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나는 그런 어른이 정말 싫고, 그런 어른이 절대 되고 싶지 않다.

 

훌륭한 어른’ ‘좋은 어른이란 뭘까. 20대가 지나 보면 마음과 생각은 그대로인데 마치 몸만 늙는 것 같은 경험을 한다. 40대가 지나면 몇 살이에요?”라는 물음에 내가 정확히 마흔둘인지 마흔셋인지 헷갈릴 정도로 자신의 나이에 자각이 안 된 듯한 느낌도 든다. 아직도 마음은 젊은 상태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명 우리는 누구나 늙어가고 있다. 유아에서 어린이로,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그리고 이제 어른에서 죽음으로 가고 있다.

어릴 때는 어른이라는 건 다 큰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 자라서 생각도 올바르게 하고 행동에도 실수가 없는 거라고.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이나 부모님을 보아도 그 모습이 그렇게 어른스럽지는 않았다. 어른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어른스럽지는 않다는 걸, 어른이 되고서야 더 뚜렷하게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괜찮은 어른이란 매일 성장하는 어른이다. 성장을 하는 데는 성장통이 따른다. 어린이가 어른이 될 때만 겪는 고통이 아니라는 뜻이다. 모르는 걸 알아야 하고, 잘못된 걸 바로잡아야 하고, 때때로 정말 싫은 나와 마주해 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하고, 그런 후에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피나는 노력도 해야 한다. 그러한 성장통이 젊은이에게만 필요하고 어른에게는 필요하지 않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완벽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말 잘 듣는 어른, 말 잘 먹히는 어른. 그런 예쁜 어른이 되어가고 싶다.

아직도 난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어른이 아닌 채로 살다 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만 한번 꿈꿔본다. 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어딜 가든 불협화음이 아니라 조화를 이뤄내는 어른, ‘나 때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너희는 어떠냐고 물어봐 줄 수 있는 어른, 내 말만이 옳다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나이가 적든 많든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어른. 그런 멋진 어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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